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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1등만 살아남는다"

복돌이-박 창 훈 2008. 1. 8. 08:51

직장인들이 커피 한잔으로 춘곤증과 씨름하며 업무를 볼 평일 오후. 같은 시간 열리는 부동산 경매 강좌에는 어떤 얘기가 오갈까.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의 한 빌딩. 모 대학교 부동산대학원과 산학 협력으로 운영된다는 부동산경매 공개 강좌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50여석 규모의 강의실에는 40여 명이 들어앉아 '사람들이 오긴 올까' 하는 생각은 금세 사그라졌다. 참가자는 다양했다. '돈 맛'에는 남녀노소가 없다는 듯 20대 여성에서부터 70대로 보이는 노인들도 적잖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공짜 강좌만 찾아다니는 '단골'도 많다고 한다.

이제 막 뛰는 법을 배웠을법한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주부는 결국 일찍 자리를 비웠다. 엄마의 열성은 '나 몰라라'며 응석을 피워댄 탓이다. 중년의 두 남성은 은연 중 강좌에 참석하게 된 배경을 넋두리식으로 풀어냈다.

"요즘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개미한테는 너무 위험하고 먹을 것이 없어요. 지난해에 들어갔으면 몰라도." "부동산도 양도세를 너무 많이 물려서 이것저것 떼고나면 먹을게 없어졌어요."

강의는 무료임에도 진지했다. 각각 90분씩 2교시로 진행된 강의 내내 강사들은 구미 당기는 화제를 쏟아냈다. 물론 이날 강의는 정규 강좌 등록을 위한 일종의 미끼 성격이 있었다. 진지한 강의가 어느 순간 경매 강좌를 꼭 들어야하는 이유로 가 있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제로 돈 벌었다는 체험담은 불구경만큼이나 흥미롭게 마련이다.

먼저 강의를 시작한 강사의 체험담. 결혼 7년차라는 여성 강사는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의 50평형대 아파트를 직접 경매로 장만했다고 운을 뗐다. 아직도 전세를 살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해 자신이 사랑받는 아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은근히 뽐낸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부터 시작하라"고 경매 요령을 전수했다. 자신의 자산 규모에 맞는 물건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잘 아는 지역부터 공략해야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도로 개설이나 개발 정보를 꼭 챙긴다"는 그녀는 최근에는 토지에 눈을 돌려 조만간 수익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새로 개설된 도로 인근의 맹지를 사들여 맞붙어 있는 국유지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낸 것이다. 맹지였던 그 땅은 길이 생기게 돼 가치가 몇배나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항고 보증금과 인도명령 대상자 확대 등 새로운 민사집행법 시행으로 경매의 매력이 배가됐다는 그녀는 "자녀에게 전세 얻어주지 말고, 경매로 집 사주라"며 강의를 마쳤다.

두번째 강사 역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얘기할 때 큰 흥미를 끌었다. 잇따른 사업 실패 끝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 바로 경매였다는 요지. 그는 돈이 적어서 경기도 구리시 일대의 상가 지하등을 주로 경매 대상으로 삼았다. 그가 경매 법원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지하실 오셨다"고 할 정도였다. 1000만원쯤 하는 지하실을 낙찰받아 돈을 조금 들여 수리를 해 1500만원 가량에 팔면 300만원~400만원이 남았다. 이런 식으로 수차례 싼 물건, 특히 지하실을 집중적으로 사고 팔았다.

그는 "일부 사람들이 경매를 나쁘게 보기도 하지만, 그 당시 지하실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 살던 사람들에게는 월세 부담을 줄이면서 자기 집을 갖게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식으로 7년간 발품을 판 끝에 현재 그는 서울 송파에 80형대 아파트에 살고 수백만원의 월세가 나오는 사무실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무턱대고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어렵사리 낙찰을 받은 사람들이 왜 입찰 보증금을 떼이면서도 물건을 포기하는지 사례를 수집한 것도 그 때문이다. 200여건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원인은 투자자들이 권리분석이나 수익분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세대합가라는 말의 의미를 몰랐거나, 폐기물 처리 의무 등을 쉽게 생각한 것이 대표적인 실수이다.

2등을 백번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1등만이 존재하는 세계. 그렇지만 판단을 잘못한 1등은 제발에 도끼를 찍을 수 밖에 없는 세계가 바로 경매의 세계이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경매로 돈을 벌지는 못해도, 돈을 잃지 않는 노하우만 터득하게 된다면 3개월에 몇십만원하는 수강료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건 이 때문일까.


<클로즈업>

강사가 "배워가면 500% 도움이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부분을 자세히 소개한다. 전세로 살던 아파트가 어느날 자신도 모르게 집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저당권을 설정했다면 어떡해야할까. 일상생활에서 흔히 빚어지는 일인데, 이때 '임대차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홍길동이라는 세입자가 1996년 A아파트(시가 2억원)를 1억5000만원에 전세로 입주했다고 치자. 그런데 1997년 집 주인이 사업이 잘 안돼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저당권(채권 최고액 1억5000만원)을 설정해버렸다.

1998년 만기가 돼서 이사를 가려던 홍길동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집 주인은 돈을 빼줄 능력도 안되고, 저당권이 설정돼 있으니 전세도 나가지 않아 큰 낭패를 보게 됐다. 이처럼 전세를 얻을 때는 깨끗했던 집이 저당권이 설정되는 예는 드물지 않다.

이럴 때 '임대차 양도 양수 계약'이 유효하다. 새로 이사 오려는 전세 세입자와 홍길동이 집 주인의 동의를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그러면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는 홍길동이 입주했던 1996년 시점에 전입한 것으로 간주, 설령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해도 홍길동의 권리를 그대로 승계한다. 따라서 은행이 설정한 저당권보다 순위가 앞선다.

임대차 양도 양수 계약서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전세계약서를 고쳐서 활용하면 된다. 이때 단서 조항에 전 임차인, 새 임차인, 임대인(집주인) 등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빠짐없이 기재하고 도장을 받아놓아야한다. 또다른 줄에 임대인이 임차권 양도 양수에 동의하였음이라고 기재하고 도장을 받는다. 전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서 원본을 반드시 첨부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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