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부동산 칼럼

지금 부동산투자 굳이 하려면…

복돌이-박 창 훈 2008. 8. 31. 20:26

지금 부동산투자 굳이 하려면…
치솟는 금리에 상가·아파트 투자 매력 떨어져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상가를 분양받았던 김 모씨(51)는 요즘 고민이 늘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상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기 때문. 분양가는 11억5000만원. 이 중 연 5.9% 변동금리 담보대출로 절반(5억7500만원), 연 9% 고정금리 신용대출로 1억원을 조달했다. 보증금 2억5000만원을 빼면 실투자금은 2억2500만원.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3.32%에 불과했지만 경기가 살아나면 임대료도 오르고 수익률도 좋아질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올여름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담보대출 금리가 몇 달 새 연 7.3%로 훌쩍 뛰어 월 이자 부담이 425만원으로 늘면서 월 5만원씩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침체된 부동산시장 그늘이 더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큰손들 관심을 받았던 상가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마저 경색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 무리한 대출을 끌어 투자했던 상가와 빌딩 주인들은 마이너스 수익률로 속을 태우고 있다.

강남대로변이나 압구정동 가로수길 등 서울 강남 요지의 중소형 상가나 상가빌딩도 매수세가 뚝 끊겼다. 이미 시세가 많이 오른 데다 담보대출 평균금리가 7%를 넘는 상황에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거액의 대출로 내집을 산 가계 대출자들에게도 금리 인상은 직격탄이다.

특히 2006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시행되면서 크게 늘어난 원금균등분할 상환 대출도 부동산시장의 '복병'이다. 2006년 하반기 2~3년 거치로 20년 분할상환 대출을 받은 경우 늘어난 이자에다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올해부터 도래하기 때문이다.

원금분할상환으로 가계 이자부담액이 2배가 되고 부동산 자산가치마저 하락하면 중산층 가계는 빠르게 부실화될 것이란 염려가 나오고 있다.

◆ 알짜배기 강남 상가도 찬바람

= 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매매가가 뛰었던 강남권과 고가 분양된 상가의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떨어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중에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상가 보유자도 부쩍 늘었지만 경기 침체로 연체율과 공실률이 더욱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아직은 큰 변화가 없지만 이대로라면 최근 상승세를 탔던 상가나 빌딩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 덩치가 큰 상가빌딩도 예외가 아니다.

김민수 포커스에셋 대표는 "아직까지 강남권에서 상가빌딩 급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세금 부담 완화 대책이 늦어지고 외국의 금융위기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기에 민감한 상가빌딩이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며 "임대수익률이 떨어졌지만 입지별로 차별화되고 있는 만큼 호재가 있는 지역 상가빌딩을 중심으로 투자하되 대출 비중은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실률이 1% 안팎으로 떨어진 주요 권역 프라임 빌딩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만큼 주로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자산운용사들은 한두 달 전부터 상품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홍성 교보 리얼코 팀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펀드와 리츠의 목표수익률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같은 빌딩을 살 때도 예전보다 대출 비중을 줄이고 투자금을 더 많이 모아야 하는 만큼 펀드와 리츠 상품 구성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임 팀장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도 높여야 한다. 공실률이 낮아 올릴 수 있기는 하지만 임차인들을 다 끌고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자 급등…손해 보고 팔까

= 금리 인상은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에도 치명타다. 2006년 말 3억원을 빌려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를 5억8000만원에 매입한 A씨도 요즘 죽을 맛이다. 2년간 A씨가 낸 이자만 4000만원에 육박하는데 이자 부담이 더 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은 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미분양 대책과 함께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보따리를 풀어놓을 예정이지만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변수는 또 다른 악재임에 틀림없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2006년 말 DTI 규제 때문에 대출이 제한되자 금액을 늘리기 위해 장기 원금분할 방식을 많이 선호했다"면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원금분할 상환이 시작되면 빚이 많은 급여생활자들은 버티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분할상환 방식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59.2%(131조원)를 차지해 2년 전 36.3%(69조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과거 일시상환 방식은 돌려막기가 가능했지만 대환이 원천봉쇄됐기 때문에 퇴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금리 인상은 매물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낼 공산이 크다. 하지만 급매물을 받아줄 만한 잠재된 매수세력도 매수에 뛰어들기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의 거래 실종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함에 따라 급매물 출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최근 2주택자들 가운데 손절매해야 할지를 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2006년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았는데 지금 집값이 떨어지고 이자 부담은 늘어 고민하고 있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 빌딩 매입도 주춤

"서울 공급 부족해 가격 안떨어질 것" 외국계 큰손 관망

= 빌딩 매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 매입금 70% 정도를 국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했던 외국계들은 6%대였던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춤한 상태. 반면 자국에서 대부분 자금을 조달하는 유럽계와 중동계는 매물을 활발하게 찾고 있다.

주로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했던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국민연금이나 농협중앙회와 같은 연기금성 자금의 간접투자 확대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역삼동 한솔빌딩은 농협중앙회가 매입대금 4300억원을 전부 출자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빌딩 매입을 검토하던 자산운용사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경우도 늘었다. 하지만 공급 부족 현상이 워낙 심해 빌딩 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홍순만 신영에셋 이사는 "고유가ㆍ고금리가 장기화된다면 외국계 연기금성 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는 빠져나가겠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서울 빌딩 시장은 2010년까지 추가 공급이 많지 않은 만큼 좋은 투자처라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심윤희 기자 / 박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