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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봄날 2~3년 후에나 온다

복돌이-박 창 훈 2008. 8. 31. 20:42

부동산 봄날 2~3년 후에나 온다

순환 이론으로 본 부동산시장

 

8·21 부동산 대책이 나왔으나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거래가 뜸하고 하락세가 완연하다.

게다가 연일 오르는 금리는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가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진 탓이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오른 금리가 시장 전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시장도 주식시장처럼 변화무쌍하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데 공감하지만 거품 크기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일부 부동산 고수는 이럴 때 직관과 감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역술가를 찾기도 한다. 그만큼 시장 예측이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큰 흐름을 읽어보는 게 필요하다. 흐름을 읽으면 기다리고 버티는 힘이 생긴다.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의 부침을 설명하는 이론과 설(說)을 알아보고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벌집순환모형 “당분간 조정”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l)은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경기 사이클과 분양 주택 입주 시차에 의해 6각형의 벌집 모양을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순환한다는 이론이다. 집값과 거래량의 변동 관계를 6개 국면으로 나눠 호황· 불황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1국면(거래량 증가, 가격 상승)→2국면(거래량 감소, 가격 상승)→3국면(거래량 감소, 가격 보합)→4국면(거래량 감소, 가격 하락)→5국면(거래량 증가, 가격 하락)→6국면(거래량 증가, 가격 보합) 순으로 움직인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 강북 지역은 3국면에 진입했고 입주 물량이 하반기에 증가하는 강남 지역은 4국면을 지속할 것”이라며 “서울 전체로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가격 안정세가 지속되면서 3국면 진입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 지역은 집값이 오르는 1, 2국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나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와 함께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3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은 가격이 하락하거나 보합 상태인 5~6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4분기 이후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 국면이 장기화하거나, 가격이 더 하락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4국면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국면의 순환 주기는 최소 7년 반이고 통상 10년이다. 따라서 4국면에 있는 서울 강남지역이 회복 국면에 진입하려면 2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김 소장은 “통계상의 오류나 시장 여건, 지역에 따라 실제 집값이나 거래량이 모형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벌집모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인구론적 분석은 침체 놓고 이견

주택은 사람의 주거 공간이다. 주택 시장은 인구나 가구 구성의 변화와 직결돼 있다. 인구이론은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통상 1955~63년생)에 주목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816만 명으로 총인구의 16.8%를 차지한다. 이들이 본격 은퇴하는 시기인 2009~2015년에 부동산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인구 변수를 중시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경제연구원 윤여필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는 퇴직 후 돈이 모자라므로 노령 소비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부동산을 대량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낙관론자들은 우리나라 인구와 가구가 앞으로 10여 년간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중시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주거 소비층인 30~59세 비중이 2001년 42.8%에서 2010년 46.8%까지 커지고 이후 감소폭은 상당 기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체 인구에서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앞으로 20년가량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은 쌍봉 세대(40~59세)가 대세를 좌우한다. 이들은 자녀 성장과 함께 집을 넓히려는 욕구가 강해 중·대형 평형 아파트 수요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쌍봉 세대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2016년 1635만 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든다. 수도권 쌍봉 세대는 이보다 6년 뒤인 2022년(882만 명)이 정점이다. 인구 변화만 놓고 보면 최근의 부동산 침체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역모기지가 생겼고 지방으로 옮기는 은퇴자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주기설 “2010년 이후 반등”

부동산 현장에서 통용되는 이론으로는 ‘매매·전세 가격 변동이론(레버리지 이론)’과 ‘10년 주기설’이 있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레버리지 이론은 부동산 값이 오를 때 잘 통한다.

전세가가 오르면 자기 돈을 덜 들이고 집을 매입할 수 있어 아예 집을 장만하는 세입자가 증가하므로 매매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시장이 침체할 때는 부동산 겨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언제쯤 봄이 올지 관심이 커지면서 10년 주기설이 주목받는다. 이 설에 따르면 77~79년과 88~91년의 부동산 폭등, 98년의 폭락에 뒤이어 지난해 또는 올해부터 또 다른 하락장이 시작됐다.

98년 외환위기로 폭등 시기가 2~3년 미뤄졌으므로 2010년이나 2011년에는 다시 상승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든 10년 주기설에 따른다면 올해나 내년이 98년과 같은 바닥이다. 달리 말하면 2010년이나 2011년까지는 부동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뜻이다.

대다수 전문가도 내년까지는 현재의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거나 오히려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동의한다. 주기가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현장에서는 10년 주기설을 믿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부동산 주기설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부동산시장은 ‘12년 주기설’을 신봉한다. 85년, 97년 등 정확히 12년 주기로 부동산 값이 올랐다. 뉴질랜드에서는 2000년 시작된 부동산 호황이 지난해 막을 내리자 ‘7년 주기설’이 적중했다는 말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부동산시장에는 금리·경기·정책·수급·인구 등 변수가 많다”며 “10년 주기설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믿는 사람이 많다면 그 자체로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정부가 각종 규제를 98년부터 2001년까지 풀었는데 꼭 10년이 되는 올해 다시 풀고 있으니 10년 주기설이 들어맞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외부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부동산시장을 주기설에 맞춰 전망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