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년 전매 금지한데다 5년간 거주 요건까지 붙어
정부 "수요조사 철저히 해 공급물량 조절할 계획"
지난 25일 끝난 수도권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서 당초 모집 가구 수의 4분의 1에 가까운 3800여 가구가 무더기로 미달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최대 50%쯤 싸게 공급되고, 입지도 나쁘지 않아 지난해 10월 시범지구(평균 4대1)에 이어 올 3월 위례신도시(평균 15대1)에서도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됐었다.그러나 이번 2차 지구에서는 서울 내곡과 세곡2지구 등 2곳을 빼고 예상 외로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한 것. 남양주 진건과 시흥 은계·부천 옥길 등 3곳은 이제 막 청약자격을 얻은 청약종합저축 3순위에서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청약 방식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강남권 쏠림 극심…일부 단지는 청약자 1명도 없어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는 6개 지구에서 총 1만5544가구(기관추천 특별공급 제외)가 공급됐다. 이 가운데 서울 내곡과 세곡2지구 등 강남권 2곳은 노부모·3자녀·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에서 인기리에 마감됐다. 청약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공급에서도 내곡(13대1)과 세곡2(18대1)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첫날 모집 가구 수를 훌쩍 넘어섰다.
작년 10월 1차 지구 때는 평균 경쟁률이 4대1이었지만, 이번에 2대1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1차 때는 일반공급에서 미달된 물량이 1가구도 없었다.
◆전매제한 길고 가격 경쟁력 떨어져
이처럼 2차 보금자리주택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분양가도 싸지 않은데, 집을 맘대로 팔 수 없다"는 것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당초 시세보다 저렴해 투기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7~10년으로일반아파트(3~5년)보다 배 이상 길다. 더구나 5년 동안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전매 조건에도 1차 지구가 인기를 끈 이유는 저렴한 분양가 때문이었다. 1차 지구에 공급된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는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 공급됐고,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도 시세대비 80%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지구는 달랐다. 내곡과 세곡2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수도권 4개 지역은 주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단지는 오히려 시세보다 높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보금자리주택이라고 해도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차지구 청약 주목…정부, "물량 조정 검토"
정부는 2차 지구 청약결과에 대해 "경쟁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본 청약에서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예약에서는 강남권에 청약해 보고 떨어지면 다시 본 청약에서 수도권으로 돌리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수요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10월에 사전예약을 받을 3차 지구에 하남 감일·성남 고등·서울 항동 등 2차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이 많아 청약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과도한 전매제한에 대해서도 "보금자리주택은 집값이 떨어져도 분양원금에 은행 이자를 더한 금액으로 정부가 환매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집값 하락기에는 전매 제한이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양가 인하나 청약방식 전면 개편, 전매제한 완화 등은 당분간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현재 전체 건설물량의 80%를 공급하는 사전 예약 물량을 지역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철저한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공급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