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칼럼]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
요즘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중단돼 하향 정체돼 있다. 움직임이 없으니 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됐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간혹 급매물이 거래된 것을 보면 하락 폭을 알 수 있지만, 워낙 건수가 적어 대표성이 의심스럽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는 2차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개인소득 감소에 따른 구매력 위축,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 대출규제, 보금자리주택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고 무조건 경계할 일은 아니다. 경제위기 후 1년간 주택가격이 ‘V’자 형태로 가파르게 올라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격이라는 것은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올라가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격 하락폭이 큰 상품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다. 2006년 2월 이전 수준까지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 조정됐다. 재건축 사업은 용적률이 50%로 일괄적으로 높아져 사업성이 좋아졌다. 하지만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은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재건축 사업 때 소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 규제’는 현 정부 들어 규제를 완화했던 부분이다. 재건축 때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60%(전용면적 85㎡ 이하)와 40%(85㎡ 초과)로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단서 조항에 ‘지자체 조례에 따른다’는 조문이 있어 재건축 물량이 많은 서울시에서는 법 개정 효과가 전혀 없다. 서울시는 종전대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20%(60㎡이하), 40%(85㎡이하), 40%(85㎡초과)로 운용하고 있어서다.
재건축 때 전체 연면적도 소형 주택에 50%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이럴 경우 중대형 아파트 위주인 재건축 단지는 난관에 봉착한다. 재건축을 해도 소형 평형 소유자는 비슷한 크기의 새 아파트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해가려면 ‘1대1’ 재건축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또한 현재 주택 크기에서 전용면적 기준으로 10% 이상을 늘이지 못한다. 1대1 재건축에선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 주택 소유자가 추가부담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새 아파트를 지으려면 이를 감수해야 하고, 이미 중대형은 대세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재건축 관련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개별 단지의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비율을 적용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조합원 지위양도금지는 재건축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는 요인 중 하나다. 2003년 12월 30일 이후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단지는 매매가 제한되고 있다. 즉, 매매나 증여 등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취득한 자는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이는 투기과열지구인 강남·서초·송파구에만 해당된다. 정부는 당초 2008년 8월 2일에 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으나 법 개정 등이 늦어지는 사이 재건축 가격이 회복되자 결국 예외조항을 만드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또 주택 가격 하락장에서 일부 단지의 경우 매물이 거래되지 않아 가격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진입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퇴로를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재건축은 과거 부동산 투자의 대명사가 되면서 ‘공공의 적’이 돼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격이 너무 올라 투자성이 약해지고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재건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미루어졌을 때다. 서울에서 주택공급은 재건축과 재개발에 의해 대부분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언제까지 묶어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시장의 여건이 개선돼 일시에 재건축을 하겠다고 하면, 기존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세우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지금 같은 가격 하락기는 정책을 다시 점검해보면서 공공관리자 제도 등을 통한 순차개발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할 시점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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