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는 재개발-2]
남의돈 끌어다 머니게임… 조합원은 `뒷전` 으로
비리 끊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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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정비업체와 건설업체들이 조합장 등에게 로비를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재개발=돈'이라는 인식 탓에 일부 조합원조차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조합장이 어느 정도 '뇌물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재개발사업에서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머니게임'만 남는 이유다.
◆시작부터 '머니게임'
재개발 사업이 막 추진되는 시점에는 여러개의 예비(가칭) 추진위원회가 난립,집주인들을 찾아다니며 동의서 확보 전쟁에 나선다. 장밋빛 계획을 손에 쥐어주며 자신들이 가장 많은 돈을 남겨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뉴타운 기본계획(재정비촉진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뉴타운 추진준비위''△△동 추진준비위' 등의 간판을 내걸고 활동한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의 경우 한때 한 구역에 7개의 예비 추진위가 생겨나기도 했다.
정식 추진위원회로 발전하는 예비 추진위는 자금력에 의해 판가름난다. 세력이 약한 예비 추진위가 모아 놓은 동의서를 돈으로 사버린다. 돈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인 셈이다. 서울시가 최근 동의서에 일련번호를 매겨 동의서를 사고팔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진위는 재개발 초기 사업을 대행해주는 정비업체를 선정한다. 규모가 큰 정비업체들은 재개발 지역마다 사무소를 차려놓고 예비 추진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영세 정비업체들은 대형 건설업체들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규모 재개발 지역에서는 건설사가 '꼭두각시' 정비업체를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서울 246개를 포함해 전국에 407개의 정비업체가 난립해 있다. 추진위가 조합원 총회를 거쳐 조합으로 격상되면 시공업체를 정한다. 이때 건설사들은 조합장과 조합 임원들에게 온갖 로비를 하게 된다. 조합장과 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검은 커넥션'이 형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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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조합원은 '구경꾼'으로 전락
정비 · 철거 · 시공업체는 공개입찰로 선정한다. 하지만 조합과 업체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원주민들은 조합에 거의 일임한다. 전 · 월세를 주고 있는 투자자들도 속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 조합의 전횡이 드러나 임시총회를 하려고 해도 조합의 방해 공작으로 총회를 개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조합을 감시해야 할 조합원들은 일반분양자나 다름없는 '구경꾼' 신세가 되기 일쑤다.
외부 투기 세력이 들어와 '지분 쪼개기'에 나서고 일부 조합원조차 여기에 편승하기도 한다. 지분 쪼개기가 지나치면 새 아파트 입주권이 늘어나는 대신 일반분양 물량은 그만큼 줄어 사업성이 악화된다.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SK건설이 추진하던 인천 남구 용현학익지구 재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06년 10월부터 1조원을 들여 소유 부지(35만㎡)에 인근 노후 주택을 포함시킨 42만㎡에 아파트 3300여가구와 상업시설을 짓는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투기 세력이 몰려 사업 초기 250명이던 토지 소유자가 15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단독주택 1채(82㎡)에 집주인이 448명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SK건설은 포기 상태다.
원주민들의 정착률이 극히 낮다는 점도 문제다. 조합과 시공사가 돈을 많이 남기기 위해 고급 중대형 주택 위주로 짓다 보니 추가 자금 부담 능력이 없는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이 낮다. 재개발사업이 끝난 길음4구역의 경우 원주민 정착률은 10%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나 지자체가 대는 공영개발 방식을 취하면 문제가 상당부분 풀린다고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도 돈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자금 조달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 찾지 못하면 재개발 비리를 뿌리뽑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출처 : 동북아의허브-인천-
글쓴이 : 복돌이(박창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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