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맡긴 조상땅찾기
자문없이 임의적으로 법률문제를 처리하여 낭패를 본 어떤 의뢰인의 사례이다.
이 의뢰인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국정원에 근무한 적이 있고 현직 행정사라고 자칭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모처에 어머니 조상의 명의로 된 땅이 있는데, 이 땅을 찾는 것은 고도의 정보가 필요한 것이라 자신과 같이 정보기관에 근무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가 어렵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땅을 찾아줄테니 찾은 땅의 40%를 달라. 땅 찾는 비용은 일체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제의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방문인데다가 위임계약을 워낙 급하게 서두르는 터라 의심은 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땅을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어 손해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게 문의해 볼 생각도 미처 하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땅 찾기업무를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당시 의뢰인의 어머니는 시각장애에 정신장애까지 겹친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던 터라, 의뢰인이 사실상 어머니를 대신하여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결정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결정 당일에 ‘땅찾기를 위임하고 보수로 40%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된 그 사람이 미리 작성해 온 각서에 어머니는 위임인으로, 의뢰인은 입회인으로 각각 자필서명과 지장을 날인했다고 했다.
그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을 무렵 그 사람으로부터 경기도 가평군에 시가 4억원 상당의 총 5필지 땅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30년 전에 사망한 의뢰인의 어머니의 어머니 즉, 의뢰인의 할머니 명의로 된 땅이었다. 의뢰인의 할머니는 사망 당시 본인 명의로 된 땅이 있었는데 다른 상속인이 없어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대로 의뢰인의 할머니명의로 된 채 상속등기없이 계속 방치되고 있었다고 했다. 의뢰인의 할머니는 의뢰인의 어머니가 어릴 적 다른 사람과 재가를 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단절되어 자세한 상속관계를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의뢰인은 이 때에서야 본인의 실수를 뼈져리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땅을 찾은 것은 행운이었지만 땅 찾은 후에 알아본 결과 돌아가신 조상 명의로 남아 있는 땅을 찾는 것은 행정자치부나 시군구 지적부서를 통해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작업이어서, 시가 4억원 정도의 40%에 해당하는 1억6천만원의 보수를 지급할만한 가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인지라 땅을 찾아준 고마움에 8,5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는데, 그 사람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약속된 보수를 더 달라면서 수시로 집으로 찾아오거나 유선상으로 협박과 공갈을 일삼았고, 급기야는 최근에 나머지 잔여보수 청구의 소송까지 제기했다고 했다.
이 의뢰인이 법률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비록 의뢰인의 어머니가 자필서명과 지장날인은 했지만 중증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위임계약을 한 만큼 위임 및 보수계약을 무효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없는지, 둘째는 나머지 보수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을 다른 방법은 없는지 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의뢰인측에 불리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의뢰인의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구성하여 위임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지만, 어머니의 의사를 보조하기 위해 의뢰인이 계약에 함께 참여한만큼 전체적으로 봐서 의사결정과정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그 사람의 요구로 의뢰인까지 입회인으로 각서에 날인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관계를 부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보수를 되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찾은 땅의 40%를 보수로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는 그에 걸맞는 고난도의 업무가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실제로는 그 사람이 한 일이라고는 국가전산망을 이용해서 친족관계과 땅 소유관계를 확인한 것이 전부이고, 더구나 땅찾는 위임계약체결 이후에 상당한 노력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그 이전에 이미 땅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앞으로 찾을 것처럼 속여서 찾은 땅의 40%라는 약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기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 보수지급의무가 전혀 없어, 지급한 보수도 전부 내지 거의 대부분 돌려받을수도 있다.
그렇치않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단순한 일을 한 댓가로 찾은 땅의 40%에 해당하는 과도한 보수를 약정한 것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하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적정한 보수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보수 역시 자유로운 의사로 보수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약정한 보수가 사회상규에 비추어 너무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민법 103조에 근거해서 적정한 금액으로 삭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전개되는 재판과정에서 그 사람이 땅을 찾기 위해 어떤 정도의 노력을 했는지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수 있겠지만,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적정한 보수가 1천만원 이상을 초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결국, 이 사건은 오히려 의뢰인측에서 기지급된 8,500만원 중에서 오히려 상당한 돈을 돌려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이러한 해결방법으로 민사소송법상의 반소(反訴)제기를 권유했다.
굳이 이 의뢰인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법률자문없이 독단적으로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별다른 마음의 준비도 없이 구경하러 갔다가 상가분양직원이나 기획부동산회사측의 감언이설에 속아 적지않은 금액의 부동산을 즉석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대표적일 수 있다. 그 밖에도, 협상과정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즉석으로 제시받은 중요문서(계약서, 각서, 확인서 등)에 즉흥적으로 쉽게 수긍해버리고 도장을 날인해주는 행위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유선상이나 만남을 통해 충분히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간의 의견을 집약하는 문서의 초안을 일단 만든 다음에, 최종합의 이전에는 반드시 법률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다.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서류를 중심으로 판단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문서의 표현상 잘못이나 본인이 미처 생각지 못한 요구사항 등에 대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매우 기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뢰인은 재판을 통해 추가보수를 지급하지 않거나 이미 지급한 보수도 상당부분 반환받을 수 있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땅을 찾아주겠다는 말에 솔깃해서 제대로 자문받지도 못한채 성급하게 보수지급을 약속하는 바람에, 엄청난 마음고생과 함께 부담하지도 않았어도 될 불필요한 비용을 낭비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조언의 중요성을 깨우쳐주는 타산지석의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이상-
<참고법률>
민법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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