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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송도국제도시도 맥 못추네

복돌이-박 창 훈 2008. 8. 6. 23:36

잘나가던 송도국제도시도 맥 못추네

매수세 뚝…매매·전세값 동반 하락세

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이 도시로 진입하는 입구 곳곳에는 인천지하철1호선 연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일반 차량들이 도시 입구에서부터 길게 줄지어 섰지만 막상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다소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기 일쑤다. 오고 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차량들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파트 숲 사이사이 외벽을 하얀 천으로 가린 초고층 주상복합 공사현장이 맨 먼저 눈에 띈다. 국제도시답게 북적북적할 것을 기대하고 갔는데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신도시 분위기 만큼이나 올해로 입주 3년차를 맞은 아파트 매매시장도 잠잠하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은 많은데 매수세가 뜸해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몇년 새 가격에 낀 거품이 걷히는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3년 전엔 집값 급등세…지금은 매기 끊겨 썰렁

송도신도시에는 현재 아파트 70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풍림아이원1~6단지(2830가구)·금호어울림(510가구)·상지리벨루스(626가구)·한진로즈힐(661가구)·현대아이파크(616가구)·웰카운티(1778가구) 등이다.

이곳 아파트는 한 때 잘나갔다. 풍림아이원 109㎡는 분양가가 2억원이였는데, 입주 2
 
▲ 올해로 입주 3년을 맞은 송도국제도시내 풍림아이원 2단지 전경
개월 만에 웃돈이 2억원 가량 붙더니 2006년 말에는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에도 5억3000만원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시장 침체의 영향도 크지만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에 매수세가 꺾인 때문이다.

대형 아파트값도 하락세다. 풍림아이원 142㎡는 지난해 9억원까지 갔으나 지금은 8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웰카운티 178㎡은 11억원까지 나가던 매물이 8억8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인근 송도공인 관계자는 "양도세가 면제되는 입주 3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거나 인천 지역에 신규 분양아파트가 늘면서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상환하기 위해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매물들이 많다는 애기다.

매물 가운데 90% 가량은 양도세가 100% 비과세되는 입주 3년차 풍림아이원(2005년 3월 입주)·금호어울림(2005년 6월 입주) 109㎡ 아파트다. 반면 142㎡ 이상 대형 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많지 않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142㎡이상 소유자 대부분은 자금 여력을 갖춰 금리 인상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전세가격도 약세다. 올 들어 3000만원 정도 내렸다. 풍림아이원 109㎡은 1억 2000만~1억3000만원·142㎡ 1억7000만원·178㎡ 2억원 선이다. 전세 계약 시기가 비슷해 전세 물량도 풍부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계약이 줄면서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송도동 한 공인중개사는 "교통과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전세값도 인천의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이어서 송도신도시 아파트 세입자 중 상당수가 재계약을 안하고 인천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거래 안돼 묻닫을 판" 울상

아파트 매매·전세 거래가 끊기면서 이곳 부동산중개업소도 개점 휴업 상태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마다 새 임대인을 구하는 전단지가 붙어있는 점포가 2~3곳에 달한다. 빈 점포들의 대부분은 간판과 외벽에 붙어있는 아파트 가격표를 떼지 않아 이전에 부동산 중개업소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외부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 보니 미처 치우지 못해 어지럽혀 있는 책상이나 소파 위로 하얀 먼지가 빼곡히 쌓여 있다.

 
▲ 아파트 거래가 끊기면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도 개점 휴업 상태다.
한때 중개업소 자리였던 송도국제도시 풍림아이원 4단지 내 점포가
몇개월 째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텅텅 비어 있다.

송도동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가 뜸해지면서 한 때 150개가 넘게 영업 중이던 중개업소 수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70여 곳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송도 풍림4단지만 하더라도 한때 12곳에 달했던 중개업소가 지금은 5곳만 남아 영업 중이다.

현재 영업 중인 곳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사장이 자리를 비우거나 불은 켜있지만 문을 걸어 잠근 채 연락처만 남겨 놓은 곳도 적지 않다. 한 중개업소에 들어가자 처음에는 반겼다가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귀찮다는 어투로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썰렁하다.

"경기침체 여파일 뿐" VS "거품 꺼진 것"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의 아파트값 하락세는 전국에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일 뿐 송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예원공인 김수기 사장은 “집값 하락세는 입주 3년차 물량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일 뿐 내년 상반기에는 2006년도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9월부터 인천 지하철 연장 개통, 외국인 학교 개교 등 개발 호재가 가시화되면서 송도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외국인 학교·병원 등 기반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인천지하철 개통·광역급행버스 등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는 등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 후에야 송도신도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일시적 가격 하락으로 송도신도시를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송도국제도시 가치가 실제보다 너무 부풀어져 집값에도 거품이 낀 만큼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 몸값이 실제보다 고평가된 경향이 있다”며 “기업 유치 실적이 낮아 베트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데다 서울 근접성도 떨어져 앞으로 가격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는 “송도신도시는 2006년 말에 이미 개발호재가 가격에 선 반영되면서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지금 가격 조정시기를 겪는 것”이라며 “개발 윤곽이 드러나고 만회할 소지가 있지만 지난번과 같은 큰 가격 상승폭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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