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버블 꺼지나…급매물만 관심

재건축 버블 꺼지나…급매물만 관심

둔촌주공 82㎡ 일주일만에 8000만원 하락…바닥론도 솔솔

"요즘 이곳 재건축 단지는 단순히 가격조정이라고 볼 수 없어요. 꺼질듯 말듯 했던 버블(거품)이 확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5년째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최근 나온 매물 가격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둔촌주공 2단지 82㎡는 지난 한 주 만에 무려 8000만원이나 내린 8억2000만원, 둔촌주공 1단지 82㎡도 4500만원 떨어진 8억5000만원에 각각 급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 1억원 이상 빠진 단지 수두룩 = 송파ㆍ강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최근 들어 '패닉 수준'의 동요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도 3개월 이상 규제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7월 입주가 시작되는 잠실동 주공2단지 등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한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경쟁적으로 시세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센터장은 "급매물 성격이 강해 시장 전체를 반영했다고는 보기 힘들지만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인 서울 반포 재건축단지 일대 전경.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반등 계기를 당분간 찾기 힘들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월중 서울 재건축 매매가는 전달 대비 1.35% 하락해 전달(-0.54%)보다 두 배 이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도 "리모델링 가능 연한이 15년으로 완화된 반면 재건축시장 규제는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도 "세금부담을 무릅쓰고 버텼던 매물까지 나올 경우 당분간 시세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전체로 볼 때도 재건축 단지는 5월중 1.26% 하락해 역시 전달(-0.50%)보다 두 배 이상 빠졌다. ◆ 2주택자 매물 가세 더 빠질듯 = 재건축 초기단계 기대감을 등에 업고 4월까지 근근이 버텼던 개포주공 1~4차와 시영아파트 등도 5월 들어서는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개포동 시영아파트 62㎡는 최근 한 달 동안 3500만원 떨어진 11억3000만~11억8000만원, 주공2단지 72㎡도 3000만원 하락한 13억4000만~14억원 선이다. 개포주공 3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4단지 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주로 빠졌다"며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미리 연락을 달라는 매수자들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업시행인가 후 추가분담금 여파로 급락 중인 가락시영은 5월 말부터 이주가 진행되는 등 사업이 추진되자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천시에서도 조합설립 인가를 앞두고 있는 주공2단지 59㎡가 최근 한 달 동안 2500만원 떨어지는 등 재건축 단지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입주자가 많은 데다 7월로 예정돼 있는 주공3단지 입주를 앞두고 2주택자 처분매물이 꾸준하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재건축 단지의 경우 5월중 용인(-1.94%)과 과천(-1.85%)이 하락세를 주도했지만 안산(0.53%)은 소폭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 급매물 소화중…호가 높이기도 = 재건축 단지 하락폭이 최근 커지자 "올 때까지 왔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강동과 송파에 나온 급매물이 속속 소화될 정도로 대기수요가 받쳐주고 있는 데다 알짜 재건축 단지들이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3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사흘 동안 벌써 3건을 계약했다"며 "매물이 속속 소화되자 호가를 주변 시세보다 조금 높인 매물도 일부 등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S건설은 6월 초 반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해 반포자이 566가구를, 9월에는 삼성건설이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해 반포래미안 426가구를 각각 일반분양으로 내놓는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가락시영 추가분담금 여파로 송파와 강동 등 재건축이 동반 급락했지만 이를 강남시장 전체 현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은 뒤 "규제완화 조치가 나오면 다시 반등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5월중 재건축 단지 하락폭은 강동구(-4.05%)와 송파구(-2.61%)가 특히 컸던 반면 강남구(-0.81%)와 서초구(-0.16%)는 일반 아파트 하락폭과 비슷했다. [채수환 기자 /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