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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현장을 가다 ④ 臨海공단 꿈꾸는 구미

복돌이-박 창 훈 2008. 1. 13. 22:46

"물류개선에 큰 도움" 기대

 
"구미공단 기업들은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물류비용이 대폭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일 경북 구미지역 기업인의 모임인 구미상공회의소의 김종배 부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경부운하 건설에 이처럼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미는 낙동강을 끼고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 뒤 그 주변에 주거지가 조성된 전형적인 '기업도시'다.

원래는 선산군 중심의 농업이 구미지역 산업의 주축이었으나 1970년대 초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내륙 최대의 수출산업단지로 발돋움했다.

구미공단은 1999년 전국 단일공단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는 305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전국 수출의 10%를 차지했다.

인구 39만명인 구미에서 7만4천명에 이르는 구미공단 근로자는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버팀목이다.

사실 지역 기업체들 사이에는 경부운하가 물류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돼 있다.

물류비 대폭 감소 예상

구미의 한 중소기업 임원은 "아직 기업인들 사이에 운하와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경기가 부양되고 물류가 더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미는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중부내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도로에 접근하기 쉽고 경부선 철로까지 지나고 있어 지금도 교통이나 물류에 큰 어려움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높은 물류비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운하가 완공되고 구미지역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서면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게다가 구미공단에서 생산된 수출품 가운데 96% 가량이 부산항을 통해 선적되기 때문에 경부운하를 통해 제품 운송이 가능해지면 굳이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화물차를 이용할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구미가 내륙수출공단에서 사실상의 '임해공단'(臨海工團)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에 선박용 구미화물터미널이 들어서면 대구나 김천 등 인근지역과 연계성이 높고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에 접근이 쉬워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알려진 바로 구미지역에서는 구미 외에 일선리와 숭선리에도 여객터미널이 들어서는데 이렇게 되면 구미가 수상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인근 광역교통망과 연계 개발

그러나 운하 건설에 장점이 많다는 기업들의 입장과 달리 운하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청 근처의 한 식당에서 만난 회사원 이모(47.구미시 남통동) 씨는 "환경문제도 고려해야 하는데 무조건 밀어붙일 일이 아니지 않냐"면서 "건설업체들이야 좋아할 일이지만 과연 구미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반면 주민 김모(58) 씨는 "건설경기가 부양되면 아무래도 전반적인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단순히 물류뿐 아니라 관광이나 건설 등에 대한 영향을 따져 봐도 환영할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는 정치적으로도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이다.

게다가 아직 경부운하 건설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서인지 구미지역 분위기는 아직 다른 수혜예상지에 비해 차분한 편이다.

택시기사 임모(48) 씨는 "경부운하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아직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가끔 얘기가 나와도 찬반이 비슷하게 엇갈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구미 지역의 부동산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구미에서 거래된 1천539 필지의 토지 가운데 외지인이 사들인 것은 508필지(33%)로 경북 전체의 외지인 토지 매입비율(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땅값도 거의 변화가 없어 아직은 경부운하 개발에 따른 기대심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부운하 터미널 예정지로 꼽히는 고아읍의 B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운하와 관련해 땅을 매매하려는 사람은 아직 없으며 다른 부동산중개소에서도 그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미시의 김자원 경제통상국장은 "지역특성상 기업들의 물류 수요가 많아, 기업인들과 주민들의 바람을 반영해 경부운하 태스크포스 구성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