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고 상권도 시들해진 상황에서 대운하의 화물터미널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많이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는 갖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대운하 추진과 관련, 주수로인 경부운하의 최남단 화물터미널 예정지로 알려진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주민들은 요즘 활력을 잃은 지역 경기가 경부운하 추진을 계기로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조금은 들떠 있는 분위기다.
3일 오후 기자가 찾은 하남읍 수산리 일대는 창원과 밀양시내를 연결하는 수산대교와 옛 수산교 위를 질주하는 많은 차량들로 눈길을 끌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두 교량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드넓게 펼쳐진 평야를 보면 이곳이 옛날의 물류 중심이었던 나루터 자리였던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말 이곳에 경부운하의 최남단 화물터미널이 들어서 부산항의 배후기지이자 근거리 해외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될 지에 대해서는 주민들도 반신반의하는 듯했다.
하남읍 시동마을의 윤주호(50) 이장은 "경부운하 건설과 관련해 아직 정확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지역경제 회생의 기대감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훼손 우려와 함께 선박이 물류운송 수단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수 주민들은 밀양시의 서남부에 위치한 하남읍이 삼국시대부터 신라의 서방 진출 전략기지였고 고려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조창(漕倉.세곡 보관창고)이 있었을 정도로 낙동강 수상교통의 요충지였다며 경부운하 건설에 찬성하고 있다.
주민 박덕수(64) 씨는 "지역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관점에서 경부운하가 추진되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구체적 계획이 어떻게 수립될 지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낙동강 관광개발 도움될 것
하남읍이 지역구인 김기철(51) 시의원도 "인구가 줄고 상권이 위축된데다 지역경제 구조도 농업 의존형이어서 주민들 상당수는 경부운하 건설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물류수송 측면보다는 지역경제 회복과 낙동강 관광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측이 대규모 나루터였던 삼랑진읍을 제치고 하남읍 수산리 일대를 화물터미널 예정지로 꼽는 것은 낙동강 주변에 물류단지로 활용이 가능한 넓은 부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는 수산현(守山懸)으로서 옛 밀성군(密城郡)의 속현(屬懸)이었던 이 곳 하남읍 수산리는 낙동강의 은빛 모래사장이 넓고 아름답다고 해서 일명 '은산(銀山)'으로도 불리는데 토질이 비옥해 딸기와 감자 등 특용작물 농업이 잘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밀양 도심을 흐르는 밀양강과 낙동강을 연계시키고 표충사와 영남루 등의 지역문화 인프라를 활용하면 대운하의 연관 관광산업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직 구체적인 대운하 건설계획이 공개되지 않은데다 설사 추진된다 해도 완료 단계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관망세로 시세는 보합세
그래서인지 하남읍 수산리 일대 화물터미널 예정지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들어서도 지난 2-3년간의 시세에 머물고 있다.
이 곳 부동산 가격은 3.3㎡ 밭을 기준으로 5,6년 전 5만-6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12만-13만으로 100% 가량 올랐지만 경부운하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또 밀양시와 하남읍은 물론 지역 단체나 주민들도 아직은 대운하 건설계획과 관련해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남읍사무소의 민경욱 총무계장은 "지자체에서도 구체적인 경부운하 추진 계획을 몰라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인구가 9천200여명에 불과한 하남읍이 경부운하 건설을 계기로 옛날의 영화를 어느 정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은 강하다"고 말했다.
밀양시의 김진구 건설도시국장은 "조선시대 조창이 있었고 항구 역할을 했던 하남읍 수산대교 인근이 경부운하의 마지막 화물터미널 예정지로 유력하다고 한다"면서 "좀 이른 것 같기는 하지만 조만간 태스크포스팀 구성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부운하의 최남단 화물터미널이 밀양에 들어서면 경남도의 위상도 올라가게 된다"면서 "더욱이 크루즈 전용터미널까지 설치될 경우 부산과 마산 등을 통해 들어오는 국제 크루즈의 접근이 가능해져 내륙관광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