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계좌에 웬 돈이?… 자영업자 노리는 이중 보이스피싱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박모씨의 법인계좌로 최근 20만원이 입금됐다. 돈을 보낸 사람은 A씨였다. 곧이어 협박성 메시지가 박씨에게 전송됐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당신 계좌로 돈을 보냈다고 신고하겠다. 계좌가 동결되고 싶지 않으면 합의금 500만원을 보내라.’
계좌가 동결되면 피해가 더 커지므로 박씨는 울며겨자먹기로 합의금을 보냈다. 돈을 보낸 A씨와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동일 인물일까. 알고 보니 A씨도 사기 피해자였다. A씨의 ‘진짜’ 신고로 계좌는 동결됐고, 합의금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가로채 갔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피해자를 이용해 또 다른 피해자의 돈을 가로채는 ‘이중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계좌가 동결되면 큰 피해를 보는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주 타깃이다.
이중 보이스피싱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기범이 피해자 A를 속이거나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해 피해자 B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도록 한다. 돈이 빠져나가 피싱 피해를 봤다고 생각한 A는 은행에 이 내용을 신고한다. 은행은 신고를 받는 즉시 사기 의심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를 하게 돼 있어 B의 계좌는 동결된다.
이때 사기범은 본인이 A라고 주장하며 B에게 접근해 “당신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합의금을 보내야만 신고를 취하하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합의금을 지불한다고 해도 실제 A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B의 계좌로 입금된 건 사실이기에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범이 통상 요구하는 금액은 400만~500만원”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계좌 동결로 입을 피해와 비교해 소액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 금액으로 보인다.
사기범이 피해자 계좌에 소액을 입금하고 보이스피싱으로 허위신고해 계좌를 동결하겠다고 협박하는 범죄는 계속 있었지만 이 수법이 이중 사기로 발전해 적발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이중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된 이상 한쪽의 주장만 듣고 계좌 동결을 해제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도 피해자의 계좌 동결을 풀어주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접수된 보이스피싱 신고가 이중 사기 사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탓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만약 은행이 임의로 판단해 계좌 동결을 풀어줬는데 알고 보니 실제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가 온전히 책임을 지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전적으로 리스크를 떠안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처벌도 쉽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범이 허위신고를 한 게 아니기에 무고죄 적용은 어렵다”며 “협박죄나 전기금융사기에는 해당하나 눈에 보이는 피해액은 소액이고 실제 피해액은 입증하기가 어려워 강한 처벌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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