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부동산 정보

[머니S리포트] 디벨로퍼 '왜' 뛰어드나 (1) - 10대 건설 시행 뛰어든 배경은

복돌이-박 창 훈 2022. 4. 29. 07:45

[머니S리포트] 디벨로퍼 '왜' 뛰어드나 (1) - 10대 건설 시행 뛰어든 배경은

 

 

"돈 벌자"… 부동산개발 눈독 들이는 대형건설업체 - 머니S

━▶기사 게재 순서(1) "돈 벌자"… 부동산개발 눈독 들이는 대형건설업체(2) 주택건설업체, 땅 사서 집 팔아 '이만큼' 벌었다(3) 땅 사는 대형건설업체, 뒷배경은 현금성자산 '3조'━각종 토목·건

moneys.mt.co.kr

▶기사 게재 순서
(1) "돈 벌자"… 부동산개발 눈독 들이는 대형건설업체
(2) 주택건설업체, 땅 사서 집 팔아 '이만큼' 벌었다
(3) 땅 사는 대형건설업체, 뒷배경은 현금성자산 '3조'


각종 토목·건축 중심의 공공공사와 함께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 등에서 성과를 내온 국내 대형건설기업들이 부동산개발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개발사업은 주로 주택전문업체들과 함께 토지 작업에 능통한 디벨로퍼(부동산관련 개발사업자)들이 영위해 온 시장으로, 대형건설기업들은 단순 시공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하청업체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잡음과 막대한 리스크(위험)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그룹사들인 대형건설기업들로선 각종 민원과 구설수 등으로 인해 자칫 기업 이미지 훼손이란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개발사업에 직접 나서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던 것이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과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수많은 주택업체들이 부도로 사라지는 상황을 지켜본 학습효과도 있다.

특히 공공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선 경영지표 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조달해야 하는 대규모 부채도 대형건설기업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요소였다. 이 때문에 대형건설기업들은 토지 작업을 마친 사업지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해주는 조건으로 시공권을 따왔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라앉고 국내에 대형 디벨로퍼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식적인 이익단체로 인정받으며 득세하기 전까지 시공권을 쥔 대형건설기업들은 분명 '갑'의 위치였다.

하지만 2020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경쟁이 심하고 공사비를 줄이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국내 공공공사에선 수주 자체는 물론 이익을 얻기가 만만치 않게 됐고 해외건설시장 역시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발주가 크게 줄면서 매출과 함께 수익을 올려야 하는 건설기업들을 개발사업 쪽으로 유도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 주택건설업체들이나 디벨로퍼들이 각종 부동산개발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리스크는 시공사가 떠안는 구도도 대형건설기업 입장에선 그리 탐탁지 않았던 점도 작용했다. 대형건설기업들은 우선 자회사 등을 통해 직접 시행에 대한 성과를 테스트했고 어느 정도 확신과 자신감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디벨로퍼 '30%' 목표 DL이앤씨, 영업이익률 'Top'

 

가장 공격적으로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8위(2021년 기준)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전신인 대림산업의 석유화학사업부문을 분리시키고 디벨로퍼 사업 비중을 2020년 15%에 수준에서 2023년 30%로 끌어올린다는 세부 목표를 세웠다. 계속되는 주가 하락과 공공공사 수익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수익성을 늘리고 배당 증가 등 주주친화정책을 펴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액이 7조6317억원으로 전년대비 12.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2.5%로 시평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가장 장사를 잘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1조545억원) 대비 9.2% 감소해 1조클럽에서 이탈했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2.1%에서 0.4%포인트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6358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DL이앤씨의 영업이익률은 상위 10개 업체의 평균과 비교해볼 때 두드러진 성과다. 시평 기준 10대 건설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전년대비 3.6% 증가한 10조8667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 역시 8.2% 늘어난 5980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톱10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5%로 DL이앤씨는 이보다 배 이상 높다. 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보다 낮은 각각 3.6%, 4.2%에 머물렀다.

DL이앤씨가 지난해 수주한 자체분양사업인 'e편한세상 거제유로스카이'의 경우 도급액이 직전사업연도 매출의 5% 이상을 차지했다. DL이앤씨는 해외에서도 자체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SK에코플랜트와 공동 투자해 지난 3월 개통한 터키 차나칼레 대교다. 두 기업은 이 교량의 12년 운영권도 함께 따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3563m의 세계 최장 현수교로 총 사업비가 4조2000억원에 달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의 공모형 사업, 공동 지분투자 방식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개발사업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업체의 디벨로퍼 경쟁이 수익성 측면에선 안정적일 수 있으나 신용등급·부채비율 증가로 공공 프로젝트나 글로벌 투자시장에서의 인지도를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대규모 PF에 국한되지 않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의 협업이나 현금성자산을 늘려 신용등급과 부채비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해외 수주나 공공공사를 줄이려는 계획은 없지만 상대적인 비율로 따져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상위 5개 업체 모두 '디벨로퍼 경쟁'

 

DL이앤씨에 이어 롯데건설(8.7%) 대우건설(8.5%) HDC현대산업개발(8.1%) 등도 나란히 8%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 역시 디벨로퍼 사업을 공격적으로 하거나 앞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계획을 밝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HDC현산의 영업이익률은 업계 4위에 머물렀으나 2020년 만해도 10개 건설기업 중 가장 높은 16.0%를 기록했었다. 업계 평균(5.3%)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HDC현산은 정몽규 HDC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보유 부동산이 많은 기업으로 시평 10대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분양이 많다.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광주광역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이에 따른 손실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장기집권 중인 하석주 사장이 신사업 주력 포트폴리오로 디벨로퍼를 꼽았다. 하 사장은 지난해 말 캡스톤자산운용과 부동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에는 복합개발사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우건설 역시 디벨로퍼로 몸집을 키워온 중흥건설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완료되며 개발 역량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흥건설그룹은 올 초 대우건설 M&A 완료 후 신사업 비전을 밝히고 자사의 디벨로퍼 역량과 대우건설의 기술력,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올 1월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개발 프로젝트에 총 사업비 1억8550만달러(약 2220억원)를 투자, 아파트·오피스·상업시설의 시행과 시공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GS건설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글로벌 디벨로퍼들과 협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GS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2%로 톱10 기업 중 5위를 기록했다. 임근구 삼정KPMG 건설·인프라산업 본부장(전무)은 "디벨로퍼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장기 임대수익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한 토지를 디벨로퍼가 인수해 다양한 부동산 개발 모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