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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무덤]③ “앉은 자리에서 6000만원 할인”…‘미분양 지존’ 용인의 그늘

복돌이-박 창 훈 2016. 8. 11. 11:48

[미분양 무덤]③ “앉은 자리에서 6000만원 할인”…‘미분양 지존’ 용인의 그늘


지난 4일 경전철(에버라인) 삼가역을 나오자 휑한 공터와 수풀이 펼쳐졌다. 그 뒤로 보이는 용인 행정타운 두산위브 아파트 1~3단지에는 ‘초역세권 즉시 입주 방문 환영’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아파트 건물 외벽에 붙어 있었다. 언뜻 봐도 입주 후 미분양 단지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현장 인근에 있는 아파트 분양사무실로 들어갔다.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분양 조건을 묻자 직원들은 “전용 84㎡의 원래 분양가가 3억7000만원인데, 잘 해드리겠다”며 홍보 인쇄물을 꺼내 들었다. 특별 할인가에 발코니 확장비 850만원도 무료로 해주고, 거기다 ‘입주 축하금’과 이사비 명목 등으로 1800만원 상당의 지원금까지 제공해주겠다고도 했다. 직원 설명을 듣는 사이에 값은 6000만원이 낮아졌다.



◆ 용인 미분양, 전국 1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분양 무덤’이란 멍에를 한 차례 썼던 용인이 다시 미분양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민간부문 미분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용인시의 미분양은 5301가구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다.

용인에 유독 미분양 물량이 많은 이유는 과잉 공급 탓이 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죽전·수지·동백·기흥 등 용인 곳곳에서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주택 물량이 쏟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1만3366가구까지 늘어났던 용인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9년~2014년까지 1만가구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2만6206가구로 다시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급된 처인구 남사면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6725가구가 일시에 공급돼 한국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중 1400여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주변 지역 대비 불편한 교통 여건도 한몫했다. 용인은 신도시로 만들어진 분당과 광교, 판교 등과는 다르게 일반 택지지구로 개발돼 도로망이 좁아 상습 정체구역이 많다.

특히 처인구의 경우 용인경전철을 제외하곤 마땅한 지하철 인프라가 없다. 그마저도 서울로 이동하려면 종점인 분당선 기흥역까지 가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1년 처인구 삼가동에서 분양한 ‘용인 행정타운 두산위브’ 1·2·3단지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1293가구 중 80%에 가까운 1034가구가 여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전호택(73) 씨는 “경전철을 타고 서울에 한 번 가려면 환승을 몇 번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시간도 편도 기준으로 1~2시간 걸리니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주거 선호도가 떨어진 중대형 가구가 주로 공급됐다는 점도 미분양의 원인 중 하나다.

올해 6월말 기준 경기도 용인시 미분양 가구(5301가구) 중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면적은 2080가구로, 10가구 중 4가구꼴이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후 미분양만 보면 전체 2339가구 중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은 1836가구로, 무려 10가구 중 8가구에 달한다. 대부분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공급된 중대형 아파트다.



2008년에 분양한 수지구 성복 자이 1·2차의 경우 1502가구 중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74가구에 불과하다. 성복 힐스테이트 1·2·3차는 전체 2157가구가 전용면적 85㎡를 넘는다. 성복 자이는 413가구, 성복 힐스테이트는 270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이다. 전체의 20% 정도다.

구자일 대우롯데캐슬공인 대표는 “수요자들이 소형 면적의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미분양은 대부분 중대형인 경우”라며 “할인 분양을 비롯해 다양한 조건을 내걸어도 미분양을 소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 “할인 등 혜택 많지만 단기 해소 어려울 것”

용인 분양 업체들은 미분양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지구 동천동 동천 더샾 파크사이드는 계약자에게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고 있으며, 성복 자이는 2년간 먼저 전세로 산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스마트리빙제’ 옵션을 걸었다. 용인 행정타운 두산위브의 경우 특별할인 외에 무상 도배를 내걸었고, 성복 힐스테이트는 취득세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용인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는 미분양이 줄어들겠지만 앞으로 쏟아질 입주물량을 고려하면 한동안 미분양을 털기가 만만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2017년부터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용인 미분양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아파트가 팔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엔 박수현 박현익 유병훈 기자가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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