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① ‘원 플러스 원’ 등장해도 안팔려…안성, 경기 미분양 '넘버4'
“아파트 두 채 사서 한 채는 입주하고 한 채는 투자해보세요."
지난 2일 경기도 안성의 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 견본주택 방문 고객에게 아파트 분양가와 평면 설계을 설명하던 분양업체 직원의 말이 빨라졌다. 그는 “지금 아파트 한 채 계약금이 원래 2000만원인데, 한 채를 더 사시면 두 채까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드리는 ‘1+1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원래 이런 혜택이 없었는데, 최근에 생겼다”며 재차 방문 고객을 설득했다.
발길을 옮겨 안성시 아양동의 ‘시티 프라디움’ 모델하우스로 향했다. 주차장엔 아파트 광고가 붙어 있는 차량 두 대가 전부였다. 실내로 들어서니 방문객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분양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몇 명이 상담석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양 상담 창구가 16자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모두 비어 있었다. 30여분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었다.
◆ 안성 미분양 경기도 4위…갈수록 심각
안성이 미분양 늪에서 고전하고 있다. 경기도 주택정책과에 따르면 안성시의 미분양 주택은 1964가구로 용인(5301가구)과 평택(2969가구), 남양주(2341가구)에 이어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안성의 미분양 주택수는 한 달 새 489건이나 늘었고 현재 경기도 총 미분양 주택수(1만9737건)의 9.95%를 차지한다.
이 일대 안성 공도 서해그랑블 아파트는 전체 976가구 중 855가구(87.6%)가 미분양이다. 안성 아양 시티프라디움은 688가구 중 268가구(38.9%)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안성 당왕지구 삼정 그린코아 더베스트도 1657가구 중 575가구(34.7%)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안성 푸르지오(360도 사진)는 1순위 청약에서 총 759가구 중 14가구를 뺀 745가구가 미달돼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이후 올해 2월 중도금 조건을 이자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바꾼 뒤에야 분양률이 올라갔다. 하지만 아직 10% 이상 미분양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114 김은진 팀장은 “원래 상대적으로 값이 싼 오피스텔 분양에는 ‘1+1 제도’가 종종 있었지만, 아파트의 경우 거의 없었다”며 “그만큼 미분양이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공급 과잉에 집값 하락 우려도
그동안 안성시는 교통 호재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5년까지 총 사업비 6조7000억원을 들여 129㎞ 길이의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 이 일대엔 호재다.
고속도로 개통 소식에 신규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이 일대 아파트 분양(모집 공고 기준)은 단 한가구도 없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조기 착공설이 돌면서 분양 실적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만 2519가구가 분양됐고, 올해는 6개월 만에 5764가구가 공급됐다.
김은진 팀장은 “고속도로 개통 소문만으로 분양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올 하반기에도 1634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라 미분양 사태가 쉽사리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성 시내 공인중개업자들은 이 일대 공급이 더 늘면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안성 시내 아파트의 20~30평형대 평균 매매가는 약 2억~3억원 안팎. 안성의 아파트는 3.3㎡당 780만원~8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안성시 아양동 하나공인 김현애 대표는 “아직 아파트 가격에 큰 변동은 없지만, 그동안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일대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평택발 호재?…미분양 해소 전망 어두워
안성의 중개업소들은 내년에 인접 도시인 평택이 개발되면 안성까지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택에는 내년에 삼성전자의 고덕 반도체 사업장이 신설되고 수서발 도시철도가 개통된다. 특히 수서발 도시철도가 개통되면 안성에서 평택까지 이동 시간이 10~15분으로 단축된다. 안성이 평택 직장인들의 ‘베드 타운(대도시 주변에서 주거 기능 위주로 형성된 도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이미 평택도 주택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굳이 거리가 있는 안성까지 와서 집을 얻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 이 기사에는 안소영 이상빈 이선목 기자가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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