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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한 지역주택조합의 유혹, 덥석 물기엔…

복돌이-박 창 훈 2016. 5. 25. 08:17

솔깃한 지역주택조합의 유혹, 덥석 물기엔…


주택 경기 부활ㆍ전세난 등 여파

지난해 설립 인가 전국에 106곳

분양 대행사 동원 과장광고 판쳐


분양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 불구

추진 단계 가입 땐 보호장치 없어

사업 지연ㆍ무산으로 피해 가능성

국토부 “연말쯤 대대적 손볼 것”


전세계약 만료를 넉 달 앞두고 주택 구입을 고민하던 김선호(38)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블로그를 보고 마음이 끌렸다.

단지 위치가 평소 살고 싶었던 한강이 가까운 서울 동작구인데다, 분양가도 주변보다 3.3㎡당 300만원이나 저렴했기 때문이다. 분양 홍보대행을 담당하는 정모씨는 “조합설립 인가를 위해 필요로 하는 조합원 모집이 완료돼 올해 내 착공이 가능하다”며 “3,000만원만 내면 원하는 평수와 동, 호수를 지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번 주말 홍보관을 찾아가 계약할 계획이다.


작년 이후 주택경기 회복을 등에 업고 지역주택조합이 급증하고 있다. 한 해 20곳 안팎이던 신규 설립 조합수가 작년에만 100곳을 넘었다.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직접 내 집을 짓겠다며 너도나도 조합에 가입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틈타 각종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만 106곳이다. 전년(27곳)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조합설립 인가 가구 수는 6만7,239가구에 달한다. 

 

지역주택조합은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는 일반 분양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1채 소유자가 주택 마련을 위해 뭉친 단체다. 이들이 토지 매입, 시공사 선정, 분양 등 모든 걸 담당한다.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아닌 소규모 개발이다 보니, 추진위원회 승인, 안전진단,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 생략으로 사업에 속도를 붙일 수 있어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문제는 상당수 서민들이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조합 구성 전인 추진위 단계에서 조합원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직장인 강모(42)씨도 조합원이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조합 인가가 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입비, 진행비 등으로 투자한 금액만 6,5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사업지 토지확보가 85% 끝났고, 2018년 입주가 가능하다는 조합장 말에 속았다”고 말했다. 추진위가 주택조합 인가를 받으려면 사전에 지을 가구수의 50% 이상 조합원 모집, 토지소유자 80% 이상의 동의 등을 충족해야 해 갖은 편법을 동원하며 조합원 모집을 한다. 

 

조합원 모집을 대행하고 있는 분양대행사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낮은 분양가, 프리미엄 동ㆍ호수 지정, 착공시기 등으로 유혹하기 때문에 대다수 서민들은 주택조합의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대행사는 조합원 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과장광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조합원은 조합측이나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건설사만 모집할 수 있어 대행사의 모집 행위는 불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설립 인가 전에는 해당 지역자치단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각종 불법행위가 판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조합이 구성되기도 전에 사업이 무산돼 투자비 전액을 날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합이 구성됐다고 끝난 건 아니다. 조합 구성 이후에도 최초 가입 시 안내 받은 분양가까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사업계획의 경우 조합 인가가 난 날로부터 2년 내 신청해야 하는데, 사업토지 소유권을 95% 확보해야 하는 등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상당수 조합이 사업 지연에 시달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접수되고 있어 올해 8월까지 개선점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 결과에 맞춰 올 연말쯤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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