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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파장 커진 전세난, 진짜 이유는?

복돌이-박 창 훈 2013. 8. 31. 14:53

[긴급진단]파장 커진 전세난, 진짜 이유는?

 

 

왜 집 안 사나, 집값 떨어지잖아…왜 월세로 가나, 금리 싸니까
재산세 등 보유비용 발생…임차인으로 사는 게 더 이득
자연스레 전세수요 늘어…월세전환 가속화도 한몫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2009년 가을 1억3000만원에 분당 소형 아파트 전세를 신혼집으로 구한 박모(37)씨. 2년 전 보증금을 추가로 올려 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에 그간 저축한 6000만원을 입금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시세가 2억5000만원이라며 또 6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전갈이 왔다. 박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 등으로 오른 전세금을 대야 할 처지다.

#올 겨울 결혼 예정인 심모(33)씨. 하지만 그는 전셋집이 구해지지 않아 결혼을 미룰지 고민 중이다. 출퇴근 때문에 서울 중심가에 집을 구하던 중 엊그제 전세보증금 1억7000만원짜리 낡은 아파트가 나왔다. 다음 날 아침 계약하려는데 갑자기 집 주인이 마음을 바꿨다. 보증금 3000만원에 매달 70만원을 받는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것. 심씨는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주택 매입은 고려치 않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나중에 태어날 자녀를 위해 학군 좋은 곳에 이사 가기도 어려울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수천만원씩 급등하고 있으나 주택을 매입하려 들지 않는 분위기는 요지부동이다. 이는 실제 주택을 매입했을 때가 임차인으로 살 때보다 더 손해여서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기는 데도 주택구매를 회피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집값 하락 전망과 어우러져 전세 수요가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저금리기조에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 공급물량은 더 줄고 있다. 전세난이 가속화한 원인이다.

◇주택 보유가 더 불리…전세 수요 증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 세입자가 집을 사기 위해서는 아파트값이 연간 약 1.6% 이상 상승한다는 조건이 맞아 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야만 초기비용인 취득세를 제외한 재산세와 대출이자 등 보유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6억2000만원으로 거주 중인 세입자가 차액인 3억1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매매가 9억3000만원짜리인 이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하면 연간 재산세 270만원과 대출이자 1240만원을 더한 총 151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비용은 아파트 시세의 1.6% 수준이다. 아파트값이 연간 1.6% 이상 올라야 주택 보유를 선택할 유인이 된다는 의미다. 취득비용 2146만원과 중개수수료 등은 제외된 상태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송파구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 평균 3.89% 하락했다. 2009년 이후 매매가는 하향세, 전세가는 상승세다. 2009년 7월 대비 서울 아파트값은 6.64%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가는 35.93%나 올랐다. 집값이 상승 전환할 여력이 크게 없는 상태여서 집을 살 이유가 없는 셈이다.

3억원짜리 집을 보유한 사람과 3억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사람을 비교해도 집주인에게 더 부담이 따른다. 김윤정 KB국민은행 MW사업부 세무위원은 "3억원 집주인의 경우 주택 공시가격이 2억1000만원이라 가정하면 매년 약 37만원의 재산세를 내야 하지만 전세입자는 세금 부담이 없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이어 "집주인이 자영업자인 경우 건강보험료도 주택 보유 사실이 보험료 산정에 영향을 미쳐 더 부담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금리로 인한 월세전환 가속화…전세난 부채질= 이런 이유로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 현상이 계속되지만 전세 물량 공급은 감소세다. 대신 월세 물량이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전월세 거래 비중은 전세 70.8%, 월세 29.2%였다. 올 상반기에는 전세 비중이 65.1%로 줄고 월세 비중이 34.9% 늘었다. 60㎡ 미만 주택의 경우에는 월세 비중이 더 많은 42.6%다. 전세 비중은 57.4%다.

월세 급증 현상은 저금리 기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정기예금금리(2년 이하)는 연 2.8%다.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 두더라도 이자수익은 극히 적다. 대신 월세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을 운용하려는 주택 소유주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평균 월세이율은 연 9.5%다. 월세이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부 월세보다 전세대출이 가능한 전세 형태로 거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주택 소유자는 월세를 선호하고 무주택자는 전세를 찾으며 수급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세대출 지원과 함께 전세주택 소유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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