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하늘도시의 위기와 기회
▶ 기반·편의시설 매우 열악
▶ 각종 개발 계획 무산되며 집값 곤두박질
▶ 복합리조트 사업,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
9월 24일 오후, 5개 단지 5천6백여 가구의 입주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있어야 할 영종하늘도시의 모습은 허허벌판 그 자체였다.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입주 현장까지 가는 길에는 상가 건물 하나 보기가 어려웠고 그 흔한 버스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택지지구와 신도시들이 입주 초기에는 많은 것을 갖추지 못하기 마련이지만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주변에 형성돼 있는 상권이 아예 없어 자가용이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악순환 고리 끊기 힘든 상황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영종하늘도시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기반시설 설치는 미뤄지고 있고 입주자들은 입주를 거부하며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거의 모든 단지에서 소송이 이뤄지면서 입주가 늦어지다 보니 실제 거주자가 많이 없고 편의시설도 당연히 찾아보기 어렵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A부동산 관계자는 “각 단지마다 입주율이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나마 최근 들어 전셋값이 싸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찾아오는 수요자들이 있어 점차 상황은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영종하늘도시의 매매가는 분양가보다 15% 이상 하락한 정도다. 하지만 그 가격에도 거래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땅히 시세라고 부를 수 있는 가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세가는 전용 60~85㎡ 기준 6천만~1억원 선(대출비율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다. 그러나 내년 1월까지 약 4천가구의 입주가 더 이어질 예정이어서 전세가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각종 개발 계획 무산이 집값 하락 원인
이처럼 영종하늘도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각종 개발 계획이 무산된 영향이 크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밀라노 디자인시티, 영종브로드웨이 복합문화단지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고, 2014년 이전 개통을 목표로 추진했던 제2공항철도사업은 중장기계획으로 포함돼 언제 구체적 추진이 가능할지도 예상하기 힘들어졌다.
또, 영종하늘도시와 청라지구를 잇는 제3연륙교 설치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국토해양부와 인천시는 여전히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은 비싼 통행료를 내며 인천대교․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영종하늘도시가 포함돼 있는 인천 중구의 8월 지가는 전월보다 1.2%가량 하락해 전국에서 지가하락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되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도세 면제 혜택도 ‘무용지물’
9억원 이하 미분양에 대한 양도세 감면이 지난 24일 확정됐지만 영종하늘도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워낙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아예 없기 때문에 미분양 양도세 면제 혜택이 무의미하다.
B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바라고 미분양을 구입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차라리 건설사들의 할인 혜택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하늘도시의 히든카드 ‘카지노’
그렇다면 영종하늘도시에는 남아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일까. 냉정하게 말하면 단기간에는 회복이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댈 만한 개발 호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카지노 개발 계획이 꽤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 강원랜드가 강원도 고용창출과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개발 계획이 확정될 경우 지금의 침체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투자의사를 밝힌 대표적인 기업은 일본에 본사를 둔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로 1- ③부지 내에 신개념의 오감체험형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호텔(2천실) 및 6성급 카지노호텔(1천실), 콘도미니엄(3백24실), 쇼핑몰 등의 개발계획을 밝히며 총 1억5천3백만불의 직접 투자를 완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개발기간 동안에 약 76만명의 고용효과(직접고용 약 5만명 포함)와 총 11조3천5백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 유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인천공항공사와 관광레저 기업인 (주)파라다이스세가사미도 공항복합도시 개발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실시협약에 따라 인천공항 남측터미널에 위치한 33만㎡ 규모의 국제업무단지 1단계 지역에 약 6천6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7백50실 규모의 특급호텔 2동, 국제회의시설, 아레나 공연장, 테마형 스파, 외국인을 위한 카지노 시설 등이 개발될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측은 밝힌 고용창출 효과는 5년간 약 77만명이며 9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파급효과를 예상했다.
지난 17일에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소속 해외동포기업인이 출자한 (주)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도 항만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영종동 준설토투기장에 종합비즈니스관광레저단지 조성을 위한 민간투자 제안서를 제출했다.
항만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영종동 준설토투기장에 총 1조1천1백80억원을 투자해 골프장, 체육시설, 비즈니스 관광시설, 복합물류단지 및 해양생태공원등을 설치하겠다는 것. 이에 국토해양부는 사업제안 내용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
영종하늘도시 내 C건설사 관계자는 “중국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복합 리조트(카지노)의 사업성은 충분하다”며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곳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제안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 개발 계획이 확정된다면 영종하늘도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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