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누구의 책임도 아닌 모두의 책임
뉴타운 출구전략의 승패가 '매몰비용'으로 귀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예산을 통한 지원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서울시 주최로 다산플라자 간담회장에서 열린 '뉴타운 추진위원회 사용비용 지원방안을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시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토론자들은 뉴타운 등의 정비사업은 공공성이 강하므로 매몰비용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한 반면 몇몇 전문가들은 매몰비용에 대한 지나친 공공성 강조는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날 토론회에서 '정비사업 매몰비용 부담주체 등에 관한 검토'에 대해 발제한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와 '추진위원회 사용비용 지원방안'에 대해 발제를 맡은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의 공통된 의견은 사업 중단의 책임을 정부와 지자체, 시공사, 주민 등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권 변호사는 "정비업체와 시공사에서 사업비 대여시 연대보증을 요구한 것은 정비사업과 관련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업체로 투자에 따른 위험을 일부 부담해야 함에도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사업이익을 목표하는 사기업인 정비업체와 시공사에게 사회적 책임만을 요구할 순 없으므로, 대여금의 변제를 일부 포기하거나 유예하는 업체에 대해선 향후 동일 구역의 정비사업 시행 시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관급공사 입찰에 있어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에 관여한 정부와 정비구역을 지정한 광역자치단체 및 정비사업 각 단계마다 인·허가 권한을 행사한 기초자치단체 역시 일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몰비용 지원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해 사회적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남종 연구위원 역시 "국가나 지자체가 그간 정비사업을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택개량, 기반시설 확충, 임대주택 공급 등의 개발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공공과 사업 추진주체가 50:50으로 분담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배경과 실태를 조사한 내용의 근거를 통해 공공과 민간의 책임 공유에 근거한 지원, 법과 규정에 근거한 지원, 투명한 절차에 의한 지원, 현실여건과 구역특성을 고려한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자유토론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는 양상을 뗬다.
김진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1000만 서울시민 중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관여하는 사람은 10%정도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세금으로 매물비용을 보전하는 것에 대해 과연 동의를 해 줄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후 "정비사업의 막대한 개발이익은 이미 입주한 사람들이 가져갔고,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자치적인 사업이 아닌 시민들이 안전한 주거를 갖추기 위한 공공의 성격이 짙다는 점을 살펴볼 때 주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박사 역시 "서울시에서 뉴타운 사업이 출발한 만큼 반성과 후속조치가 우선 돼야 하는데 무엇이 있었는지 들어본 바 없다"며 "고해성사를 하는 과정이 생략된 채 서울시가 긍정적인 지자체로 변모해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몰비용과 관련해 시스템 부분으로서의 공공성과 비용지불의 공공성 연계는 무리가 있다"며 "매몰비용에 대한 검토를 위해서는 주요 이해당사자인 건설업계가 참여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주민들 의사에 의해 해산만 해버리고 비용에 대해서는 책임전가 식으로 진행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범하고 있다"며 힐난했다.
반면, 사회를 맡았던 하성규 중앙대 교수는 "뉴타운 문제의 발생 배경을 보면 시장 상황이 어렵게 된 것과 정치적으로 과다 지정한 점이 있는 만큼, 일방적 책임을 묻기보다는 책임을 공유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한 후 "결국 갈등의 핵심은 지원규모에 맞춰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추진위 간 규모나 기간에 따라 사용비용이 차이가 나는 만큼 기본적인 단가를 정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며,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도 "매몰 분담에 관한 부분은 누구 한쪽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책임인 만큼 합리적인 방향으로 처리해야 사회적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권정순 변호사와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으며,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 10여명이 참석해 정비사업 중단 시 매몰비용의 지원대상과 규모, 범위 등에 대해 논의했다.
매몰비용… 국회에서 본격 회고되나?
"주민과 공공의 매몰비용 부담을 5:5로 하되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많이 분담토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하겠습니다."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이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최근 쟁점사항인 매몰비용에 대한 이 같은 생각을 지난 12일 밝혔다.
문 의원은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복지사무 등 국가사무 지방이양으로 국고보조금이 줄어들고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주민들의 매몰비용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만 분담토록 한 것은 이명박 정부에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며 "지금의 재개발 주거정책의 파탄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등 재개발 정책으로 투기를 부추겨온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개정안에는 국가도 매몰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토해양부의 반대로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장만 매몰비용을 보조하는 것으로 조정됐다"며 "정부가 지방재정 확충방안도 없이 지자체에 매몰비용까지 떠넘긴 것은 부당한 만큼,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비용은 지자체가 아니라 정부에서 더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 등 10인은 앞서 지난 6월 5일 "추진위원회 뿐만 아니라 조합에도 매몰비용을 지원해 줘야 한다"며 도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서 의원은 "조합의 경우 사용한 비용의 비중이 추진위원회 대비 크지만 보조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출구 찾기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특히 조합 매몰비용은 시공사로부터 대여 받은 조합운영비가 대부분이어서 조합이 구역지정 해제 등이 될 경우 시공사로부터 대여금 반화청구소송 등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추진위원회 뿐 아니라 조합이 사용한 비용도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받을 수 있도록 하되 비용의 종류와 조합의 채무에 대한 조합원의 변제책임 범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분쟁의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런 일련의 개정이 이뤄져야 답보상태에 있는 정비사업의 원활한 종결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서 의원의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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