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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 해결나선 국회와 지자체… '국토부'는 불구경

복돌이-박 창 훈 2012. 9. 9. 08:37

매몰비용 해결나선 국회와 지자체… '국토부'는 불구경

 

10여 년간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에 비유됐던 뉴타운 사업은 사실상 영구폐기 됐다.

 

다만 워낙 호화찬란했던 영광의 시기를 보낸 탓일까, 뉴타운 사업이 지나간 자리마다 낙인처럼 매몰비용이란 거대한 숙제를 남기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대한민국 국회와 지자체, 나아가 건설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국토해양부 등 정부 유관부서에서는 그간 도시정비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치부하며 임대주택 등 각종 명목을 붙여 알맹이를 쏙쏙 빼먹더니만, 정작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민간사업에 들어간 돈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이중적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에 주거환경개선이란 대의명분에 앞장섰던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등 임원들은 혹시나 책임공방이 자신에게 미칠까 벌벌 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매몰비용 문제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과 함께 많은 이들의 입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당선 전부터 기존 정비사업 방식으로는 서민경제에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마을가꾸기 등으로 정비사업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전문가들은 매몰비용 문제는 박 시장 취임 이전부터 예견돼 있던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냉각기를 겪고 있던 차에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공공관리제도를 발표함에 따라 40여년 간 민간방식으로 추진돼 왔던 기존 정비사업 방식을 말 그대로 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잣대 역할을 해오던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에 묶여 지지부진하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시공사들이 경기도 일대에 수주캠프를 차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동시다발적 사업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정비사업 전반을 좀 먹었단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존 시가지를 손쉽게 신도시급으로 바꿀 수 있다던 뉴타운 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방치, 재개발·재건축 사업 역시 조합과 비위대 간 소송난타전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임 직후 박 시장의 눈에 비친 기존 도시정비사업은 '악의 꽃'으로 보였을 것이고, 이에 사업방식 변경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란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지난 1월 박원순 시장은 이 같은 심증을 100% 반영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바로 '뉴타운 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이 그것. 말이 좋아 新정책구상이지 이는 뉴타운 출구전략이었다.

 

그럼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출구전략이란 카드를 과감히 꺼내든 결정적 계기는 뭘까?

A수주기획사 대표는 "지난해 연말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정비구역 해제에 대한 부분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세부사항은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했기 때문"며 "사실상 도정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매몰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뉴타운 출구전략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분명 도정법 개정도 주요했으나, 이보다 박 시장의 정비구역 해제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유인 즉, 지난해 연말 도정법에 정비구역 해제와 관련된 내용이 신설된 직후부터 도마 위에서 회자되기 했지만 한계를 짚는 목소리가 대다수를 이뤄서다.

 

통상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장 내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투자자인 외지인이기 때문에 개정안에 포함된 해지 요건으로는 실제 해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고, 해산이 된다하더라도 매몰비용이란 거대한 산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잔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정법 개정안에 추진위원회가 해산될 경우 비용의 일부를 지자체에서 부담한다고 명시해 놓았으나, "왜 세금으로 충당하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어서였다. 

 

하지만 4월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전국 최초로 관련조례 개정안 발표한 후, 5월에는 서울시는 서대문구 소재 홍재4구역 등 18곳을 첫 해제구역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무분별하게 뉴타운 등 정비사업을 진행해오던 경기도와 인천, 대전 등 지자체들 역시 서울시와 엇비슷한 시기에 조례 제·개정을 마치며 본격적으로 정비구역 해제에 힘을 쏟았으나, 서울시의 적극성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일선의 반응은 여전히 '설마'가 대세였다. 서울시에서 해제를 결정한 정비구역들이 추진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지역들이었기 때문에 매몰비용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러나 지난 5월 매몰비용 문제가 현실임을 자각하게 만든 사건이 수원에서 발생했다. 수원시가 권선구 소재 113-5구역의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결정하자 시공자였던 삼성물산이 그간 대여한 41억원을 토지등소유자들이 연대 변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시를 비롯해 대다수 지자체들이 정비구역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 등 지원규정이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위 및 조합 해산과 관련된 규정을 법정최소치로 규정해 놓고 칼자루를 마구 휘두르고 있단 점이다.

 

일례로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에서 추진위나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1/2~2/3이하의 범위 내에서 취소 비율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대다수 지자체들이 추진위 경우 지자체들이 토지등소유자 1/2로 규정해 놓았으며, 조합 역시 경기도(2/3, 수원시 60%)를 제외하고 1/2의 반대로 취소가 가능토록 해놓았다.

 

때문에 그동안 반목현상이 심했던 곳을 중심으로 지자체 가이드라인에 맞춰 구역해제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의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사업에 반대해 왔던 비대위들이 "구역해제 동의서를 내지 않을 경우 해제 후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악성루머를 퍼트리고 있어 또다른 갈등의 불씨로 번지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현재까지 지자체 중 수원시를 제외하곤 매몰비용 지원근거조차 없는 상태다. 물론 수원시의 매몰비용 지원근거 역시 도시환경정비기금 활용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관계자는 "일선 추진위와 조합 등이 구역해제 후 매몰비용을 수원시에 지원받기 위해선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마도 공공관리제도의 전처를 밟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는 수원시가 관련조례에 매몰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시에서 정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증위원회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고, 도시환경정비기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정기회의 또는 임시회의에서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매몰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선 추진위 및 조합이 그동안 사용한 경비를 모두 영수증 처리해야 한다는 얘긴데 사실상 눈 먼 돈이 다수 존재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속내를 모두 까발리는 구역이 몇이나 되겠냐는 것이다.

 

한편, 국토부는 전국적으로 사업이 중단된 구역이 총 573곳에 이르러 약 2200억 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국토부에서 추산한 매몰비용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만 하더라도 6월 기준 운영 중인 추진위원회는 260개 구역, 추진위 사용비용이997억원으로 매몰비용은 1곳당 평균 3억8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곳을 더할 경우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해서다.

 

이에 서울시는 내달 발표예정인 '추진위원회 사용비용 보조기준에 대한 조례 개정안'을 위해 지난 6일과 27일 각각 '뉴타운 매몰비용 지원방안 토론회'와 '추진위원회 사용비용 보조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들은 바 있다.

 

결과부터 밝히자면 정부 역시 관련규제를 무분별하게 풀어준 책임이 있는 만큼 일정부분에 대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종전과 같이 여전히 국토부와 힘겨루기를 하며 대치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권도엽 국토부장관은 특혜논란 등을 우려해 "국고지원은 사실상 어렵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중앙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인 만큼 국고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매몰비용 관련 문제가 각종 법적분쟁으로 번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분명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과 함께 찬성하는 주민이 공존하는 만큼 매몰비용에 대한 부분을 조속히 해결해야 사회적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후 "정비구역 해제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에 의해서 해제 또는 추진하되 언제든지 주민자치에 의해 재추진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더불어 건축물의 신 증축 제한 등 재산권침해 부분은 규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