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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 소송했다 이자폭탄 맞을 판

복돌이-박 창 훈 2012. 8. 27. 23:10

집단대출 소송했다 이자폭탄 맞을 판

 

집단대출 소송했다 이자폭탄 맞을 판
2기 신도시 집값 떨어지자

입주예정자들 대출무효 소송
법원, 은행에 잇단 승소 판결
미상환 중도금 연체이자 내야

3년 전 김포 한강신도시 우미린아파트를 분양받은 배문식(53)씨는 대출 연체자다. 중도금 1억8000만원을 집단대출받은 그는 지난해 10월 완공된 아파트에 입주하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 기반 시설이 광고 내용과 다르니 분양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분양계약해제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중도금을 빌려준 우리은행·농협에는 “계약이 없던 일이면 대출도 없던 일”이라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냈다.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우미린아파트 입주예정자가 낸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배씨는 2000만원 가까운 연체 이자를 물게 생겼다. 은행 측이 “중도금을 갚지 않는다”며 입주일 이후로 배씨의 대출에 대해 연 16%의 연체 이자를 매겨왔기 때문이다.

건설사·은행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2기 신도시 입주 예정자 상당수가 막대한 연체이자를 물게 됐다. 이들이 집단대출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은 2기 신도시에서 제기된 채무부존재 소송에 대해 줄줄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집값 하락으로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진 2기 신도시에선 올해 들어서만 손해배상·분양계약해제 소송이 90여 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1심 판결 결과는 입주 예정자가 3전3패다.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덕이지구 신동아아파트 입주예정자가, 올 4월 경기 남양주 스타힐스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졌다. 24일 또 한번 은행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분양계약이 소멸한다고 해서 원고의 상환 의무도 소멸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 분양계약이 취소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에겐 당장 연체이자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들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입주일이 지나도 중도금을 상환하지 않고 버텨왔다.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일괄 계약한 집단대출은 대출 이자가 연 4~5%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연체가 시작되면 부실 대출로 관리돼 이자가 연 15% 이상으로 높아진다. 배씨는 “입주 예정자 대부분이 수천만원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는 패소 뒤 은행에 “중도금을 갚을 테니 연체 이자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미 입주한 주민과 형평성에 맞지 않고 ▶연체 이자 탕감의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도금을 안 내고 버티며 소송을 했는데 연체 이자를 다 깎아준다면 성실히 중도금을 갚은 다른 입주자는 어떻게 되느냐”라며 “건설사와 원만히 합의를 해 입주한다면 이자를 일부 조정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입주 예정자가 분양계약해제 소송에서 이기는 경우는 있어도, 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이긴 사례는 없다”며 “연체 이자 부담을 막으려면 대출 이자는 꼬박꼬박 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일정한 자격을 갖춘 집단에 대해 일일이 대출 심사를 하거나 대출 조건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승인해 주는 대출을 말한다.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내주는 중도금 대출이 대표적이다. 보통 대출 금리가 저렴하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등이 작은 편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