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농촌이 더 많아…수요·공급 잘 따져봐야
1인 가구의 오해와 진실
요즘 수도권 곳곳에 단독주택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또 오피스텔 분양 광고는 하루가 멀다고 지면을 장식한다.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매달 일정액의 임대 수입이 발생하는 부동산을 갖는 것은 많은 사람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열풍이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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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많이 증가하는 건 사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0년에는 222만여 명이었던 1인 가구가 10년 뒤인 2010년에는 404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가구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에는 15.5%에 불과했던 것이 2010년에는 23.3%로 확대됐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 건설이 늘어나고 있고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수요로 일부 전환될 수는 있으나 1인 가구 증가분을 모두 이들 수요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정부나 건설업계의 희망대로 이들 1인 가구가 미혼의 전문직이나 골드 미스 등 도시 직장인이라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직접적인 수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통계청에서 작년에 시행한 주택 인구 총조사의 잠정 결과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23.3%다. 이를 지역별로 나누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평균 21.1%,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가 22.8%로 도시화율이 높은 지역이 평균 이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방(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은 1인 가구 비중이 무려 26.2%나 된다. 이것은 1인 가구의 주류가 도시 직장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증가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2000년 지방의 1인 가구 비중은 17.8%에 불과했는데 10년 사이 그 비중이 8.5% 포인트 증가했고 지방 소재 5대 광역시의 비중도 14.3%에서 22.8%로 8.4% 포인트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수도권의 증가율은 2000년 14.0%에서 2010년 21.1%에 그쳐 7.2% 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현재의 1인 가구 증가가 ‘홀로 사는 도시 직장인’이 늘어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1인 가구는 도시가 많은 수도권보다 농촌이 많은 지방에서 더 크게 늘어나고 있고 그 비중도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노인 가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방에선 자녀들이 도시로 떠나고 고향을 지키는 노인 가구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노인 가구에서 배우자를 사별하면 1인 가구로 통계가 잡힌다. 여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의 기대 수명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할머니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2005년 인구 가구 조사에 따르면 행정 구역상 동으로 분류된 지역의 1인 가구에서 남녀 가구의 비중은 48% 대 52%로, 평균적인 남녀 성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면으로 분류된 지역, 즉 농어촌 지역 1인 가구는 남녀 가구의 비중이 31% 대 69%로, 여성 1인 가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농촌 지역에 골드 미스가 늘어서가 아니라 할머니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득 측면에서 볼 때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2005년 인구 가구 총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1인 가구 중 직업을 가지고 있는 비중은 54%였다. 나머지 46%의 1인 가구는 무직인 상태인 것이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전체 가구의 80%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그만큼 홀몸노인의 비중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절대 수치로 보면 과거보다 소득을 갖춘 1인 가구의 수가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증가율은 전체 1인 가구 증가율보다 낮기 때문에, 1인 가구 증가를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수요 증가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1~2년간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상당히 늘었고 현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앞으로는 1인 가구가 증가할 테니 1인 가구용 주택이 턱 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이런 쏠림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수요 증가는 지지부진한데 공급이 급격히 늘고 있다면 몇 년 후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실률이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짐은 이미 통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2월 대비 2011년 5월 전세 가격이 중형 주택은 20.8% 오른데 비해 소형 주택은 18.3% 상승에 그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가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소형 주택의 수요로 이어졌다면 소형 주택의 전셋값 상승률이 더 높았어야 논리에 맞는다. 하지만 소형 주택 전셋값 상승률이 중형 주택보다 낮다는 것은 소형 주택의 수요가 중형 주택 수요보다 적든지, 아니면 소형 주택 공급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아파트 시장만을 살펴보면 같은 기간 동안 중형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24.1%인데 비해 소형 아파트는 25.1%로, 소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다소 높다. 아파트 시장은 소형이 중형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데, 주택 시장 전체로는 소형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소형 주택의 수요가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보다 아파트에 몰리고 있거나, 아니면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공급이 수요 증가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보다 공급 지나치게 많아
결국 국민은행 통계는 현재 부족한 것은 소형 아파트이지 도시형 생활주택이 포함된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집을 시세 차익을 남겨 팔려면 몇 년 후 내 집을 사줄 사람이 누구이며, 그 사람이 원하는 지역이나 집의 종류가 어떤 것일지 알고 투자해야 한다.
임대도 마찬가지다. “집을 지어 놓으면 당연히 누군가 들어와 월세를 척척 내겠지”라고 생각하면 공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 전체 가구 중에서 월세를 부담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를 가진 가구 수는 한정돼 있다.
아직도 대다수의 세입자들이 원금 손실이 없는 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한정된 가구를 두고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인데, 그 공급이 급속히 늘고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수급 문제를 파악하려면 세입자 입장에서 그 지역에서 방을 구해 보면 알 수 있다.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다면 그 지역은 공급과잉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아무 곳에나, 아무 주택이나 지어도 잘 팔리고 임대도 잘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주택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거의 어려운 시절이 온 것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는 신기루를 따라가다 보면 소중한 재산에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지역별로 수요와 공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하게 투자할 시점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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