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동생들=지정학적 조건과 생활환경 등이 비슷한 경기남부 택지개발지구만을 떼어놓고 보면 이전 사업지구보다 높아지는 분양가 추이가 더욱 뚜렷해진다. ┃표 참조
화성시 발안지구부터 광교신도시까지 경기남부 11개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사업 횟수가 쌓여갈수록 분양가도 급격한 상승을 거듭했다. 지리적 위치 등으로 인해 이전보다 분양가가 소폭 줄어든 화성 태안·용인시 동천과 동백지구를 빼면 나중 사업일수록 분양가가 불어나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용인 흥덕지구부터는 공공이 분양하는 중소형 분양가가 900만원을 돌파하며 분양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고, 판교와 광교신도시에서는 중소형이 1천만원대에 진입해 버렸다. 반대로 고양시를 제외한 경기북부 시·군의 택지개발사업들에서는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를 유지했다. 이는 경기남부에 비해 북부지역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작과 끝이 다르다=대표적인 사례로는 판교신도시가 꼽힌다. 시행자인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개발계획이 승인된 지난 2003년 12월 "3.3㎡당 분양가가 85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 초에는 "원가연동제를 적용해 분양가가 9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했고,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을 전후해서는 분양가를 1천만원 내외로 추정했다. 결국 2006년 3월 판교신도시 분양가는 중소형이 1천127만원을 기록했고, 시세 차익을 막기 위해 주택채권입찰제도가 도입된 중대형은 1천80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수도권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광교신도시도 시작과 끝이 다른 택지개발사업들의 전례를 따라가고 있다.
2007년 6월 26일 '광교 명품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할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분양가격은 형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900만원대(중소형)에서 1천200만원대(중대형)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제 막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지만 이런 추정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다. 올해초 용인지방공사가 분양한 중소형 아파트 '이던하우스'의 분양가는 1천208만원이었다. 개발 초기 예상했던 중대형 분양가가 이제는 중소형 분양가가 돼버린 것이다. 용인지방공사는 용인시 산하 공기업이라 분양 시기가 이보다 늦은 민간기업들이 분양가를 더 올리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인근 시장 가격 상승도 부채질=높은 분양가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인근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부작용까지 낳는다.
경실련이 지난 2004년 10월부터 2005년 5월까지 판교신도시 주변지역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인근 아파트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입증하고 있다. 당시 경실련은 성남 분당, 수원 영통, 용인 동백·죽전 등 판교 인근 아파트값 전체 상승폭이 무려 9조3천억원에 달하고, 서울 강남권역(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에서는 23조원 규모의 폭등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