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조합, ‘설립무효’ 패소 위협에서 벗어나나

조합, ‘설립무효’ 패소 위협에서 벗어나나

비용분담 관련 결의무효 판결 변화 … 조합 ‘줄패소’ 위기 벗어날 듯 민사에서 행정소송으로 전환되면 제소기간 경과로 각하 가능성 높아져

“비용분담을 정하지 않은 재건축 결의는 무효”라는 이유로 비대위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던 전국의 정비사업조합들이 ‘줄패소’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오 아무개 씨가 무악연립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1심 판결을 취소하며, 사건을 1심 담당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니라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일주일 뒤인 지난달 24일에도 정 아무개 씨 등이 월계동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재건축결의 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두 판결에서 대법원은 공히 “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도시정비법상의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으로서 그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하는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는다”면서 “관할 관청이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행하는 조합설립인가처분(또는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은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며, 조합설립결의(또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만 따로 떼어내어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유사한 소송을 겪고 있는 조합들을 포함해 모든 조합들이 “줄패소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전국의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국토해양부(이전 건교부)의 조합설립 동의서 양식으로 설립했음에도 법원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국토해양부 장관 고시의 형태로 발령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운영규정안이나 동의서 양식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할 뿐 법규 명령으로서 효력은 없다”며 조합 패소 판결을 내려왔었다.

 

이에 대해 주거환경연합 등 정비사업 관련단체에서는 “조합설립동의시에는 시공사 미선정 등의 문제로 조합원의 분담금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법적인 의무로 강제할 필요 역시 미흡하다”며 “정비사업의 현실을 무시한 판결은 오히려 정비사업 현장을 혼탁하게 만들어 주민들의 피해만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해왔다.

 

어쨌든 이번 판결로 일선 조합들은 소송위협에서 다소 비켜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조합장은 “국토부에서 고시한 동의서 양식에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 규제 분위기 속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조합패소가 이어져 불안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한시름 덜게 됐다”고 밝혔다.

 

민사소송에서 행정소송으로 바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행정처분의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과거에 조합설립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어 제기되었던 총회결의 무효확인, 재건축결의 무효확인 등의 사건은 행정법원으로 이송된다고 하더라도 제소기간이 이미 경과한 것이기 때문에 각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에 조합인가나 관리처분인가를 받게 되는 조합의 경우에는 변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제소기간 내에 행정소송이 제기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이 경우 조합설립의 동의내용이 적절하게 되었는지,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이 조합설립동의 내용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종전 판례의 기준에 따라 판단될 가능성이 많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비사업조합들이 당면한 위협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결의 하자가 존재할 경우 여전히 패소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의동의서 등의 하자치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동북아의허브-인천-

글쓴이 : 복돌이(박창훈)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