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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부동산

복돌이-박 창 훈 2008. 11. 24. 12:39
이상한 나라의 부동산
 
 2008.11.22 04:13 |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김영호재정전략연구원 원장][[머니위크]청계광장]


목하 세계경제와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미국의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 모기지 문제가 금리만 내리면 해결될 금융시장만의 일이라며 실물경제로의 전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0월부터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갈수록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서브 프라임 부실로 매각되는 운명을 겪은 메릴린치의 CEO인 존 테인은 현 상황을 1930년대의 대공황과 유사하다는 발언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각국 정부가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당 기간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번 사태의 근원이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버블 붕괴 여부를 떠나서 주택가격의 하락이 모기지 채권의 부실을 야기했고 이것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세계경제를 불황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가격 하락의 경제적 충격이 위력적인데도 우리 한국은 역대 정부들이 어떻게 하면 부동산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이상한 태도를 계승하고 있다.

주택가격을 억지로 올리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일부러 떨어뜨리려고 할 필요도 없는데 유독 우리는 정부가 이런 정책을 좋아하고 국민들도 이런 정책을 원하고 있으니 정말 이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느 정부건 '안정'이라는 표현을 내세워 부동산시장이 따뜻해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데, 자산 가격이라는 것이 어디 쉽사리 안정이 되는 것인가? 안정은 곧 하락을 의미하는데 지금 미국 주택가격 하락이 어떤 결과를 빚고 있는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새겨보고 부동산에 대한 시각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잘 안다는 현 정부조차 2012년까지 매년 무려 50만채씩 주택을 공급해 1가구당 1주택을 실현하겠다고 하니 듣기는 좋지만 그것이 가져 올 부작용을 생각하면 필자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현재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 상태이고, 지방이긴 하지만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또 그동안 불패를 자랑하던 강남지역 주택마저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추가로 주택을 한해에 50만채씩이나 공급하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시장이 과연 안정되겠는가?

이미 주택의 절대 매수세력인 신혼가구는 1996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주택수요가 감소세로 들어선 상태다. 세계경제 침체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2012년을 전후해 신도시에서 공급이 쏟아질 텐데 추가 주택공급마저 크게 늘린다면 부동산발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1가구 1주택을 실현한다 한들 주택가격 하락으로 경제난이 심각해져 실업자가 되고 소득이 크게 줄어든다면 주택을 마련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저소득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가계는 다시 집을 잃고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무주택자들이 발생하는 것도 투기꾼들 때문이라고 하겠는가?

역대 정부와 일부 정치세력은 주택가격 급등을 투기꾼들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근본 원인은 따지고 보면 베이비 붐 세대가 성장하여 주택 수요 계층으로 진입한 것이며 다음 원인이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과 자산 증가일 것이다. 이런 원인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을 타고 일부 투기꾼들이 이익을 추구했을 뿐이다.

현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폐지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동산가격 하락을 막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불필요한 공급은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규제도 대폭 풀어야 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하루 빨리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