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광장·역사유적 보전 옛도심 정체성·추억 담기
뉴타운과 신도시의 가장 큰 차이를 '연속성'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무(無)'에서 '유(有)'가 아닌, 유에서 보다 나은 유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뉴타운사업이다.
경기도가 최근 뉴타운사업지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옛모습 담기'도 뉴타운의 연속성을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옛모습 담기는 말 그대로 원주민들의 삶이 투영된 도심의 흔적을 뉴타운 안에 남기는 작업이다. 대상은 공원이나 골목, 광장, 우물, 역사유적, 기념물, 담장, 옹벽, 계단, 나무 등 다양하다.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거나 지역 특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지형이나 지세 등도 포함된다.
경기도는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는 시들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추진계획을 받아 도시재정비위원회나 선진화위원회 뉴타운분과의 자문·심사를 거쳐 존치대상을 최종확정할 계획이다. 조형물 등은 필요할 경우 경기도공공디자인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효과적으로 구현할 방침이다.
옛모습 담기는 내년에 예산을 확보, 오는 2010년부터 뉴타운사업지구별로 재정비촉진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경기도 뉴타운사업단 관계자는 "과거와 전혀 다른 현재가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뉴타운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경기뉴타운은 경기도를 넘어 타 지역의 시선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그 시선들은 쾌적하고 여유로운 주거환경이 아닌 도시재생이 불러올 경제적인 이득에 치우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뉴타운사업의 의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분양가를 낮춰 투기를 봉쇄하고,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유도해야 하는 묵직한 과제가 경기도와 해당 시에 떨어졌다.
수도권규제 서울의존… 베드타운화 고리 끊고 도시 부활 #경기뉴타운의 의미
대도시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기능을 고도화하면, 주변 도시들은 제조·업무·유통기능 등을 분담하며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도시는 보다 경쟁력있는 도시로 변모한 것이 해외 주요 대도시들의 사례다. 하지만 인구집중 억제가 목적인 강력한 수도권규제로 인해 경기도의 도시들은 이런 기회를 맞지 못했다. 기능 다변화를 위한 기존 도시들의 자생적 노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신도시들도 서울 인구 분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베드타운'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우후죽순 들어선 신도시들은 서울 의존도를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경기도의 기존 도시들은 발전기회를 박탈당하며 낙후의 길을 걷게 돼 신도시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혔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뉴타운이다. 뉴타운은 낙후한 경기도의 도시들과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철저하게 서울을 중심에 둔 정부의 주택정책에서 매번 소외된 경기도에도 새로운 질서를 스스로 확립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온영태 경기선진화위원회 뉴타운분과 위원장은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서울의 뉴타운사업과 경기뉴타운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서울뉴타운 대부분이 낙후된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큰 규모의 주택재개발사업인데 비해 경기뉴타운은 그 도시의 명운이 걸려있는 도심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또 "쇠퇴일로에 있는 도심의 기능을 재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 지속가능한 도시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분양가 낮춰 부동산투기 억제·원주민 주거안정대책 마련 #재정착률을 높여라
높은 분양가는 원주민 재정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다. 경기도는 서울뉴타운을 타산지석 삼아 뉴타운사업 초기부터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우선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기 전부터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건축허가제한구역으로 묶었다. 지구 지정·고시가 끝난 지구는 물론, 지구 지정을 앞둔 곳까지 경기도 내 21개 뉴타운사업지구는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이자 건축허가제한구역이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된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1차 뉴타운사업예정지구 발표 뒤 1개월 가량만 거래가 폭증했을 뿐 이후부터 거래량이 뚝 떨어져 여지껏 토지 및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띠고 있다.
경기도는 새로운 투기형태인 일명 '지분쪼개기'에도 철퇴를 가했다. 지난 7월 25일 경기도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 다수가 소유권자인 주택이나 토지에 새로 공동주택을 짓더라도 분양대상자는 한 명으로 제한할 수 있게 됐다.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주거안정 대책도 눈에 띈다. 경기도는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단계에서 원주민 수요를 조사, 중·소형 임대주택을 확충할 방침이다.
뉴타운사업 시 증가하는 용적률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규정도 충분히 활용하고, 국민임대주택을 이용해 저소득세입자들의 주거안정도 도모한다.
지난 1월에는 한국토지공사와 뉴타운사업지구 인근 택지개발지구의 임대주택을 매입해 사업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재임대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기반시설비용 주민부담 과중… 법개정 국비지원 서둘러야 #공공지원 확대 필요
경기도는 뉴타운이 주택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판단, 뉴타운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주민 상담과 갈등 해소 등을 담당할 경기뉴타운 지원센터를 남양주 덕소지구에서 운영 중이고, 다른 지구에도 설치를 준비중이다.
주민대표와 지방의원, 공무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업협의체 구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업협의체는 계획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해 불필요한 투기요소를 없앨 수 있고, 갈등을 사전에 조정해 사업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부천시가 가장 빨리 사업협의회 관련 조례를 제정한 가운데 다른 시들도 조례 제정을 위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재정적인 지원도 무시못할 규모다. 경기도는 올해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단계에서 필요한 용역비 55억여원과 총괄계획가 보수 4억500만원도 도비로 지원한다.
또 도로나 공원, 도서관 등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사업비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 중이다.
김철중 경기도 뉴타운사업단 뉴타운기획담당은 "주민들이 부담할 기반시설 비용이 커지면 분양가도 올라가고, 사업 자체가 지체될 수 있어 공적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뉴타운사업지구 내 일부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