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가끔 비?’ 올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는 큰 흐름으로 볼 때 상반기에 이어 침체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전국 집값 상승률은 1.7%, 수도권은 2.1% 정도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주택 공급과 수요는 동시에 위축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강북과 경기 북부지역의 집값 상승 폭이 컸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집값이 약보합 내지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지적으로 또는 주택의 유형별, 규모별로는 비교적 큰 폭의 오름세나 내림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주택시장이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수도권에서는 ‘버블세븐’ 지역, 서울 강북권, 경기 남부지역의 집값 향방이 최대 관심사로 지목된다. 또 지방 주택시장은 분양권 전매, 대출 규제 완화 등의 효과가 나타나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인지, 아니면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을 줄이지 못한 채 더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빠져들 것인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 버블세븐 집값 어디로?= 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 집값은 하반기에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이들 가운데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아파트값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와 분당, 용인은 지역에 따라 1.5~2% 정도 아파트값이 떨어진 가운데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6개월간 1억원 이상 집값이 내린 곳도 속출했다. 이에 반해 강남과 서초구는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하반기에는 강남과 서초구도 하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상반기에 강남과 서초구가 나홀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두 지역에 밀집해 있는 재건축 아파트값이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건축 규제 완화는 요원해졌다는 실망감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제 완화도 당분간 어려워진 상황이다. 주택 담보대출 규제와 경기 침체도 강남권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강남과 서초구까지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선다면 그야말로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값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북·소형주택 강세 언제까지?= 상반기 주택시장을 강타했던 강북과 경기 북부지역의 집값 오름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강북 집값 상승을 불러온 요인은 총선 쟁점이었던 ‘뉴타운 헛공약’과 재개발 예정지로 거론되는 노후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밀집지역까지 휩쓸었던 ‘묻지마식’ 투자 열풍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백준 제이앤케이도시정비 대표는 “언제 재개발이 이뤄질지 모르는 신축 다가구주택 밀집지역까지도 매수자들의 손길이 뻗칠 정도로 강북권 투기 바람이 거셌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의 뉴타운 추가 지정 중단, 재개발 예정지의 지분 쪼개기 규제 조처 등이 나오면서 강북권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하반기에도 이런 소강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계동을 필두로 급등한 강북 소형 아파트값 강세가 지속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강북권 소형 아파트는 공급 물량이 적은 데 비해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많아 강보합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만 20% 가까이 집값이 오른 일부 지역은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조정을 겪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따라 강북 소형주택 실수요자라면 하반기에는 기존 주택시장에서 한발 벗어나 재개발 구역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좀더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