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 이것은 과연 주택정책에 있어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명제일까? 정책 입안자들이나 소위 서민들은 이것이 주택소비의 형평성이나 투기의 원천봉쇄 등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정책은 계획경제를 통해 집을 나누어주는 사회주의체제에서나 작동할만한 정책이지, 결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지향할 바는 아니다. 왜냐하면, "1가구 1주택" 정책은 궁극적으로 모든 가구가 각각 하나만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본 고는 1가구 1주택정책이 가지는 의미와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어떠한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하는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 1가구 1주택정책의 의미를 찬찬히 훑어보자. 투기를 할 생각이 없다면, 1가구는 1개의 주택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1가구 1주택정책의 핵심 논리이다. 바꿔 말하면, 1가구가 2주택이상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투기수요라는 것이다. 그런데, 5주택 이상을 장기보유하면 임대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여 투기 딱지를 떼어준다. 그럼, 2주택이나 3주택을 장기보유하면 어떠한가? 이 경우에는 임대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인정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투기를 하려면 크게 장기적으로 하거나, 아니면 1주택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팔아라"는 메시지가 바로 1가구 1주택정책이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던지는 의미인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러한 정책기조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시장에서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싼값에 내놓으면서 서민층의 주택소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히려 강화된 양도소득세로 인해 매물이 급감하는 반대현상이 초래되기도 했다.
반면, 5주택이상 소유한 임대사업자는 2004년 말 2.5만명에서 2007년 말 3.6만명으로 급증하였으며 임대주택수도 18.4만채에서 23.4만채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단기 소규모 주택투기의 감소효과 보다는 장기 대규모투자의 증가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임대사업 대상 주택이 소형 중저가주택에 집중됨으로써 서민들의 내집마련 대상주택에 대한 수요를 상승시켜 최근 소형위주의 주택가격 상승에 기여한 바 없지 않다.
그렇다면, 1가구 1주택 정책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무엇일까? 첫째, 1가구 1주택 정책은 우리나라의 경제체제 위에서는 달성할 필요도 없고 달성하기도 어려운 목표라는 점이다. 흔히 이 정책의 당위성을 언급하면서 싱가폴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싱가폴은 사회민주주의 체제이며 면적이 서울 정도 밖에 안 되는 규모의 도시국가로서 우리와 상당히 다른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즉, 사회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도시국가에서는 1가구 1주택정책이 당위성과 현실성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유럽국가들의 경우에도 주택소유율은 60~70%수준이며 나머지 30~40%는 공공이나 민간소유자 주택을 임대해 거주하고 있다. 하물며 다양한 지역과 계층으로 구성된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지난 정부도 주택을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전환시켜야 된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소유율을 끌어올리려 노력할 게 아니라 적절한 주택에 적절한 값을 치르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1가구 1주택소유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와 장기전세주택의 활성화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있다.
둘째, 1가구 1주택 정책은 주택의 원활한 거래를 방해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마련이다. 더 넓은 주택, 더 편리한 주택, 더 다양한 지역에서의 거주 등이 소득증가에 따른 주택수요팽창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유럽선진국의 경우, 중산층 이상이라면 다른 지역에 "주말주택/별장(소위 second house)"을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세컨하우스는 반드시 초원이나 바닷가에 지은 별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타 도시에 주택을 사놓고, 휴가철에만 소유자들이 쓰고 평시에는 임대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결국 주택보급률(주택수/가구수)이 100%를 훨씬 넘는데도 불구하고 주택소유율은 60%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3월 현재 미분양주택은 약 13만호로서 IMF때인 "98년 말보다 무려 3만호 정도가 많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량 미분양의 원인은 ▲수요억제책 ▲고분양가 ▲과잉공급 ▲경기침체 등의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나 근본적으로는 1가구 1주택정책을 근간으로 한 수요억제책일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공짜나 수요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주지 않는 이상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은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계층일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결국 1가구가 2주택이상을 소유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시장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의 상당부분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며 이것은 대량의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향후 1가구 1주택을 정상적인 주택소유로 보는 관점은 전환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주택의 보유는 소득증가나 주택수요 다양성의 확대 등의 차원에서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수요는 결국 구매력(affordability)을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아무리 정책적으로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더라도 무주택자의 주택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은 이상 주택시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유주택자가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지속적으로 구매하여 임대주택으로 내 놓음으로써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시키고 임대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선, 장기 보유자에 대해서는 2주택이던 3주택이던 모두 임대사업자로 인정하여 기존 5주택이상 보유한 임대사업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을 확대시킴으로써 주택보급률을 높여주고, 원활한 사적 임대주택의 공급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1가구 1주택정책은 폐기하고 주택도 수요자가 필요한 만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주택시장도 정상화 될 것이다.
이 때 정부가 우려하는 투기는 "보유기간"에 따른 양도소득세 차등화 등으로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1가구 1주택이던 2주택, 3주택이던 짧은 기간에 시세차익을 거두어가는 것은 투기적인 성격이 짙다. 또한, 2주택 이상이라 하더라도 장기보유 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이 외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제공함으로써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한 효과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주택은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자산을 증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누구나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넓고 편한 주택에 살고자 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하나의 주택으로 만족 못할 수도 있고 주택임대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길 바랄 수도 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고 지금 무주택자라고 해서 나중에 유주택자가 된 이후에 이러한 꿈을 꾸지 말란 법이 없다. 2003년 현재 5300만 채의 주택이 있고, 주택보급률이 114%정도 되는 일본에서도 매년 120만채 정도의 신규주택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50만채 정도 짓는 수준은 결코 공급과잉이 아니다. 이것은 다주택 보유를 억제함으로써 발생한 수요감소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 결과일 것이다. 다주택 보유는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그로 인한 시세차익에 대한 적절한 환수를 정책적 목표로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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