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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워치)다음달엔 동결 않을 수도 있다고

복돌이-박 창 훈 2008. 4. 10. 18:08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불과 2주만이다. 한 외부강연을 통해 `물가`에 대한 경계감를 강하게 표출했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이제는 `경기악화`쪽으로 돌연 무게중심을 옮겼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완고한 입장을 유지하던 이 총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물가 중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조차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위험이 더 크냐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날 회견의 골자가 '물가중시'로 읽히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는 예상보다 더 나빠지게 됐고, 물가는 연말이면 안정될 것'이라는 준비된 메시지를 반복해서 분명하게 전달했다.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을 보다 뚜렷하게 내비친 이날 이성태 총재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뚜렷하게 풀이 죽어 있었다.

◇ "성장, 예상보다 상당폭 둔화"

총재 간담회전부터 스탠스의 변화가 읽혀졌다. 이날 금통위 직후 배포된 자료에서 한은은 `국내 경기상승 기조가 주춤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소비와 투자 회복세가 미진하긴 해도 경기상승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하던 한국은행이 진단방향을 돌린 것이다.

한국은행은 `국외여건 악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으며 `일부 경기관련 지표들이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나빠진 대외여건이 국내 실물경제지표에서 조금씩 확인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성태 총재도 같은 내용의 코멘트로 한층 강해진 경기둔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당초 미국 금융시장 문제가 국내 실물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몇달전 예상보다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처음으로 올해 GDP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 "이번엔 동결했지만, 다음달엔 달라질 수도"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목표범위를 웃도는, 꽤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전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국내 물가도 연말쯤 되면 목표범위 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북의 아파트값 급등이 유동성 팽창 현상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연결고리를 잡기가 어려웠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길게 보고 하는 정책"이라며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는데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책변화 효과가 나타날 연말이후에는 인플레가 진정돼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선제적인 완화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물가에는 부담이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시차를 고려한다면 경기둔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둔화 신호가 지표를 통해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음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이날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에는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별도의 코멘트가 달리지 않았지만, 이 총재는 "오늘 시점에서 금통위 판단은 기준금리 5% 그대로 유지하자는 결정을 한 것이고, 다음달에는 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어떤 위험이 더 크냐는 문제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다음달, 그 다음달에 어떤 결정 나올 지는 나도 모르고 위원들도 미리 정해놓고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매일, 매월 나오는 각종 정보를 우리가 해석 해가면서 지금시점에서 어디에 초점 맞출 것인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 금리인하 촉발할 성장률 전망치는 3%대?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이미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린 듯했다. 그는 "어떤 지표는 아래쪽 가리키고 어떤 지표는 아직 위쪽을 가리키고, 지표가 최근 엇갈리게 나오는데, 원래 방향을 정하는 시점에 가면 지표들이 서로 엇갈리게 나오게 돼 있다"며 현 시점을 경기 변곡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적인 "위쪽을 가리키는 지표"인 수출을 두고 "최근처럼 여러 나라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안좋은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특히 금리인하로 정책방향을 돌릴 기준으로 여길만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성장률 전망이 3%대로 떨어질 듯하면 금리를 내리고, 4%는 유지할 수 있을 듯하면 완화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될 만했다.

그는 '성장률이 어느정도로까지 둔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직답은 피한채 "우리나라 지난 10년간 실적을 보면, 성장률이 3%대로 가면 여러군데에서 경기 나쁘다는 얘기가 많았고, 4%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5% 이상인 경우에는 나쁘단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10일 오후 2시47분에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를 재출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