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향의 부동산톡] 나쁜 세입자 VS 나쁜 집주인
10월8일 [임대차 3법이 ‘세입자 갑질’이라니요?]라는 제목의 기사 보도 후 수십개의 이메일을 받았다. 대부분 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이었고 이들은 주택임대사업자 아니면 임대소득으로 노후생활을 하는 집주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반박 중엔 수긍이 가는 내용도 많았다. 무엇보다 나쁜 집주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집주인 대립 구도의 기사는 그만 보고 싶다는 의견도 공감했다. 독자 A씨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대소득이 줄어든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달라진 게 없다”며 “불만을 갖는 건 개정법의 내용이 아니라 집주인을 악마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세입자 아닌 집주인 걱정하는 나라 세계 어디에도 없다”세상엔 나쁜 집주인뿐 아니라 나쁜 세입자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해당 기사의 사례에 소개된 세입자 B씨는 내년 임대차계약이 종료됨에도 올 겨울 안에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았다. 개정법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 법으로 보장해온 계약기간마저 일방적으로 깨는 전형적인 ‘나쁜 집주인’ 사례다. 세입자가 계약파기를 당하고도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다.
“전세나 월세를 살아본 세입자는 이해할 거예요. 계약기간은 언젠가 끝나고 집주인이 재계약을 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차피 비워줘야 할 집이죠.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은 기간 꾸역꾸역 살고 나중에 보증금 돌려받을 때도 불안하고 싶은 세입자가 몇이나 될까요.”
반대로 세입자라고 해서 반드시 선량하지만은 않은 사례도 최근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경기 분당의 아파트를 전세 준 B씨는 지난 6월 세입자 동의를 받고 전셋집을 팔기로 했다가 뒤늦게 이사비용 1000만원을 요구받았다. 세입자는 이사비용을 안주면 퇴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으면 매수인을 찾기 힘들고 만일 매수인이 직접 거주를 원할 경우 매매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B씨는 골치가 아팠다.
세입자-집주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부당한 계약 요구나 갑질을 하는지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부당한 계약이나 이행을 요구하는 소위 갑질 문제는 집주인과 세입자를 떠나 개별 사안이다. 세계 어디에도 집주인의 재산권 문제를 걱정해주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전세대란의 원인은 세입자 권리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집값 거품이 심각하다는 인식과 함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물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매매수요가 줄고 전세수요가 증가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입자, 무이자로 목돈 빌려준 사람
세입자 보호 개념이 생긴 건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이후다. 최소 임대기간은 1년으로 늘어났고 다시 2년으로 늘어나는 데 8년이 걸렸다. 2020년 7월31일 1회 재계약 청구권을 보장해 임대차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까지 다시 31년이 걸렸다. 이번 법 개정은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도 5%로 제한했다.
전세제도에 급진적으로 손을 대면 세입자들이 가장 피해를 입었다. 법 개정 이후에 전셋값 인상이 불가하다 보니 일부 집주인은 규제 직전에 임대료를 올렸다. 1989년 최소 임대기간이 2년으로 늘어났을 때도 전셋값이 폭등했고 이듬해 법이 시행되며 전세금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입자가 수십명에 달했다.
이전까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세입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해도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가 진행되지 않았다. 앞으론 반대로 집주인이 조정을 요청해도 세입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중재 절차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는 법률 조항에 재건축·재개발이나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 등을 재계약 거절 사유로 인정해 세입자에게 여전히 불리한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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