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풍선효과'…밤 10시까지 불켜진 김포 부동산, 규제 다음날 열 채 팔아
-규제지역 비껴가자 전국 투자자 몰려 ‘갭투자’ 매물 싹쓸이
-서울에서도 규제 덜한 재개발 가격 오르고 매수세 증가
-"규제할 때 집값 오른다"며 투자자 움직임 빨라져
[헤럴드경제=성연진·양영경·이민경 기자]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있네요. 어제(17일) 밤 10시까지 아파트 10채도 넘게 팔렸어요. 이젠 매물 다 거둬서 없을 지경이에요. 세를 낀 매물은 다 나가고. 서울부터 전국의 사람들이 다 몰려와서 목이 쉬었어요” (김포 한강신도시 A부동산)
정부가 6·17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뭉칫 돈이 규제의 틈새를 찾았다. 정부가 경기도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었지만, 이를 비껴간 김포와 파주 일대 부동산에 투자자들이 몰려와 세 낀 ‘갭투자’ 매물을 싹 거둬가고 있다. 서울에서도 규제가 덜한 틈새 투자를 찾는 움직임이 바쁘다.
규제에 대응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김포에서 만난 30대 여의도 직장인 B씨는 규제 발표 하루 뒤인 18일 휴가를 내고 이 일대를 찾아 운양동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의 매매 계약서를 썼다. 매매가는 규제 발표 하루만에 3억원대에서 4억원대로 올랐지만 전세보증금을 승계하니 투자자금은 1억원대면 충분했다. 그는 “부모님 권유로 급하게 연차를 내고 아파트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파주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운정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파주는 접경지역이라 규제지역에서 빠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마자 15일부터 전화문의가 빗발쳤다”면서 “실거주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전부 '갭투자' 매수 전화”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김포 운양동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양영경 기자]
틈새를 노린 투자자들은 서울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는 부동산 대책이 예고되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 이하도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갑자기 6억~9억원대 아파트 거래가 확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5일부터 18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계약 240건 가운데 6억~9억원대 아파트 거래는 91건으로 37.9%에 달한다. 이 가격대 거래 비중은 올 1월(30.5%), 2월(29.9%), 3월(27.0%), 4월(26.6%), 5월(27.1%) 평균 30%도 안됐다. 규제 강화에 대비해 미리 사들인 것이다.
정부가 재건축 시장에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재개발 시장으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왕십리 뉴타운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대책 발표 전후 한 주간 20건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면서 “대책 발표 후 하루 만에 매수세에 가속이 붙었다”고 말했다.
빌라가 밀집한 방배동 재개발 구역에선 8억~9억원선이던 프리미엄(웃돈)이 10억원 넘게 올랐다. 방배13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개발 후 84㎡ 입주하는 조합원 매물 프리미엄이 8억~9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주까지 이야기다”면서 “이젠 10억원 턱밑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6·17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틈새 지역을 찾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가 오히려 ‘규제=집값이 오른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관련컨설팅 업체인 D기업의 대표는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정부가 규제할 때 사고, 규제를 풀 때 파는 게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규제가 나오면 그물망 규제를 피할 틈을 찾아내 이동한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규제 피한 게 ‘역대급 호재’…김포·파주, 예상보다 더한 풍선효과
[헤럴드경제=양영경·이민경 기자] “계약금은 들고 오신 거죠? 요즘 같은 땐 집주인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6·17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18일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매물 동향 좀 알고 싶어 왔다"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자에게 공인중개사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김포시 운양동 ‘한강신도시롯데캐슬’ [양영경 기자/y2k@]
이 중개사는 매물 80여개가 적힌 목록을 내밀며 이중 거래 가능한 건 4개뿐일 정도로 매수 열기가 달아올랐다고 했다. 집주인이 거둬들인 ‘보류’ 물건도 적지 않았다. 중개업소에 머문 20여분 동안 문의전화가 밀려들어 대화를 이어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부가 지난 17일 경기도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이를 피해간 김포·파주 등 접경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김포골드라인 역세권 입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다.
김포가 규제지역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소식이 시장에 먼저 퍼지고, 최근 2~3일 사이 벌어진 일이라는 게 일대 공인의 설명이다. 운양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주 초에 연차를 내고 와서 거래한 사람들이 전세 낀 매물은 거의 다 싹쓸이했다”며 “최근 2~3일 동안 밤 10시까지 영업했는데, 인근 중개업소들도 하루 10개 안팎은 거래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운양동 ‘한강신도시반도유보라2차’ 전용 59㎡는 이날 신고가인 4억3500만원에 팔려나갔다. 이전 최고가보다 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1억원 아래로 갭투자할 수 있는 매물들은 모두 소진된 상태다.
이 단지 상가에는 10여개의 부동산이 자리 잡았는데, 대부분은 통화 중이거나 계약하러 온 손님을 응대하는 중이었다. 매물 현황이 실시간으로 달라져 수화기를 내놓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현지에서 만난 한 중개사는 “6·17 대책 덕분에 김포가 전국구 스타가 됐다”며 “상승장에서도 제외되는가 싶더니,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말이 딱 맞다”고 했다.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경기도 아파트값이 평균 5.53% 뛰는 동안 김포는 0.35% 오르는 데 그쳤다.
풍무동 인근 중개업소도 집주인의 변심 속에서 ‘매물 구하기’에 한창이었다. ‘풍무센트럴푸르지오’의 전용 84㎡는 대책 발표 직전인 이달 15일 6억원을 넘었는데, 대책 발표 직후 바로 3000만~4000만원 더 올랐다. 인근 중개사는 “집주인들이 규제지역이 된 다른 경기지역으로 이사하지 못하면서 보류된 매물도 있다”며 “향후 3~4개월간 일대의 매물이 귀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주시 야당동 ‘운정한라비발디센트럴파크’ [이민경 기자/think@]
파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중개사는 “최저 금액으로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있느냐고 간단하게 물어보고 계약금부터 쏜다”고 말했다. 이 중개사에 따르면 매매·전세가격 차이가 4000만원 정도였던 매물은 다 소진되고, 이제 6000만원 이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매물만 남았다.
야당동의 한 중개사도 “몇 달 동안 안 팔렸던 물건이 어제 갑자기 1000만원이 뛴 가격에 거래됐다”며 “통상 하루 한 번 정도 투자 문의가 왔었는데, 이번 주에는 갭투자 물건을 찾는 전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한빛마을8단지휴먼시아’ 단지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집을 팔려고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요즘은 집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거래 사례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운정역 부지 근처인 목동동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59㎡와 60㎡는 대책 발표 직후 각각 4억8000만원, 5억원에 팔렸다고 인근 공인은 전했다. 직전 거래와 비교하면 4000만~5000만원 오른 셈이다. 주변 ‘운정센트럴푸르지오’는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인 탓에 거래 가능한 물량이 일부만 남은 상황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운정신도시의 한 주민은 “이 정도면 정부가 대놓고 파주와 김포에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 아니냐”며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규제지역으로 추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될까 봐 불안해 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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