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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아파트 80% 중도금대출 못받아

복돌이-박 창 훈 2016. 10. 26. 21:28

분양아파트 80% 중도금대출 못받아



가계부채가 13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금융당국과 주택당국의 엇박자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며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가계부채 완화를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8·25 대책 이후 전국에서 분양이 이뤄진 아파트 사업장 42곳 가운데 중도금대출 은행을 찾은 사업장은 8곳(1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과 협약한 곳은 절반을 밑도는 3곳이었고 나머지 5곳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과 중도금 대출 협약을 체결했다.

또 대출협의가 완료된 8곳 중 7곳은 입지가 좋은 서울·부산·세종 등지의 사업장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금융당국의 총량관리 정책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무분별하게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 사업장은 100%의 계약률을 달성했지만 지방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시중은행이 대출을 거부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대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사업장의 경우 인근 지점이 대출 적격 의견을 냈는데도 본점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한국주택협회는 "통상 분양 이전에 대출 은행과 협약을 완료하고 대출 취급 은행을 선정해 안내했지만 최근에는 집단대출 규제로 분양 이후에 대출 은행을 섭외할 수밖에 없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융당국에서 행장들을 불러 총량 조절을 주문하는데 요건을 갖춘 고객을 돌려보낼 방법은 없다"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중도금대출 심사 강화라 준우량 사업장마저도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책형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상품 역시 부처 간 엇박자로 인해 가입 기준이 제각각인 상품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주택 수요자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수요·공급 조절 실패로 주택가격 3억원 이상에 대해 취급이 중단된 보금자리론은 2004년 3월 출시된 대표적인 정책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으로 금융위 주관으로 주택금융공사와 은행들이 취급한다.

2014년 1월 국토부는 하우스 푸어 대책 일환으로 디딤돌대출을 출시했는데 이 상품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경기 부양 차원에서 내놓은 조치다.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은 대출 대상이 조금 다를 뿐 금리가 낮은 고정금리 상품인데 주무부처만 다르다.


이들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내용이 비슷한 새로운 상품들이 늘어나고 기존 상품은 없어지지 않아 현장 창구 직원들도 상품 구분에 혼선을 빚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조율 컨트롤타워 기능을 담당할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이나 국무조정실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석우 기자 / 용환진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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