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부동산]② 대입보다 더 뚫기 힘든 수도권 청약 경쟁…지방은 '청약제로' 속출
서울 송파에 사는 직장인 염보성(38) 씨는 본인은 물론 동생과 처남 등 친인척과 지인 명의의 통장까지 총 5개의 청약통장을 동원해 올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하남 미사지구 신규 분양 아파트 4곳에 잇따라 청약신청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낙방’. 염씨는 “청약을 넣었던 단지 중 한 곳은 지금 웃돈(프리미엄)이 1억원 넘게 붙어 많이 아쉽다”면서 “당첨될 때까지 계속 청약을 넣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주택 거래가 뚝 끊겨서다. 이씨는 “매물은 쌓이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 호가는 떨어지고 거래도 자취를 감췄다”면서 “요즘 같으면 정말 인건비도 못 건져 일 할 맛이 안 난다”고 푸념했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강남발 재건축 시장의 열기는 서울을 넘어 동탄2신도시·하남 미사강변도시(미사강변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지구 신규 분양시장까지 옮겨붙었다. 청약 열기는 김포 한강신도시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상대적으로 외곽에 있는 택지지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부산과 세종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청약 신청이 한 건도 없는 ‘청약 제로’ 단지가 속출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 입시 경쟁보다 치열한 수도권 청약 경쟁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처럼 인기 있는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그야말로 대학 입시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올해 미사지구에선 총 2600여가구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됐는데, 모두 평균 두 자릿수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7월 분양한 ‘하남 미사 신안인스빌’은 평균 77.5대1로 1순위에서 마감했고, 같은 달 공급된 이 지역 마지막 민간 분양 단지인 ‘미사강변 제일풍경채’는 평균 82.4대1로, 미사지구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서발고속철도(SRT)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개통이 예정돼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도 많은 청약자들이 ‘고배’를 마신 곳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이 지역엔 1만3198가구가 분양됐는데, 1순위 경쟁률만 평균 20.5대1을 기록했다. 5월 분양한 ‘동탄2신도시 동원로얄듀크 1차’의 경우 32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3024건의 청약 신청이 들어와 평균 71.95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 마감됐다.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일대도 청약 열기가 휩쓸면서 청약에 도전했던 상당수가 낙첨돼 헛물만 켰다. 4월 분양한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6차’는 175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782명이 몰려 4.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전매제한에서 풀린 ‘다산신도시 유승한내들 센트럴’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공공택지란 우량 입지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된 것이 청약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인기를 끈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는 교통여건이 개선되는 지역이라 선호도가 높은 데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시작된 시장 열기가 주변으로 확산하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시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미사지구의 ‘미사강변 푸르지오 1차’ 전용면적 84.99㎡의 경우 3억9800만~4억3800만원에 분양됐는데 지난달 6억2000만~6억9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됐다. 분양가보다 최소 2억2000만원 넘게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지난해 입주를 마친 ‘동탄2신도시 KCC스위첸’ 전용면적 84.01㎡는 중간층을 기준으로 3억3900만원 정도에 분양됐는데, 지난달 이보다 약 1억원이 오른 4억3500만~4억57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 지방은 ‘청약 제로’ 단지 속출
지방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부산과 세종 등 일부 인기 지역을 빼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냉랭하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올해 1~10월 평균 청약경쟁률을 보면 강원이 4.16대1, 경북 1.86대1, 전남 3.78대1, 전북 4.05대1, 충남과 충북도 각각 1.07대1과 3.38대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9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1, 2순위 청약신청에서 청약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단지는 총 12곳이었는데, 이 중 한 곳을 빼면 모두 지방 아파트다.
4월 충북 제천에서 공급된 한 아파트 단지는 전체 749가구였는데, 1, 2순위를 합해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올 8월 강원 횡성에서 분양한 아파트도 152가구 중 한 가구도 청약을 받지 못했다.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 증가세가 가파르고, 집값 하락도 두드러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아파트는 8월 말 현재 4만1206가구로, 2014년 말(2만565가구)보다 2만가구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수도권 미분양이 1만9814가구에서 2만1356가구로 1542가구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KB부동산 시세자료를 보면 지방 5개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기준 2015년 12월=100)는 올해 2월 100.2를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0.1포인트 떨어져 지난달까지 100.1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광역시를 뺀 기타 지방의 경우 3월 100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달 99.4까지 낮아졌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줄곧 올라 9월 101.7을 기록했다.
◆ “수도권∙지방 양극화 고려한 맞춤형 대책 필요”
수도권과 지방 간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는 수도권보다 2~3년 앞선 2010~2012년에 지방 부동산 시장이 먼저 호황기를 맞아 가격이 많이 올랐고, 아파트도 집중적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울산과 거제 등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한 것도 지방 부동산이 추락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지방은 수도권보다 2~3년 먼저 시장이 살아나 급격하게 가격이 올랐고 공급도 지속돼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들이 몰렸었다”며 “이후 최근 반포와 개포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최근 부각되면서 지방으로 쏠렸던 유동성이 다시 강남권과 서울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역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과열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도 이런 점을 근거로 한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달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 시장에 과열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전국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면서 “서지컬(외과수술 방식)’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침체 중인 지방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지역별 상황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과 지방 시장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중심으로 고분양가를 차단하고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등 지역별로 차별화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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