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 난민’ 밀물…인천 전셋값 ‘고공행진’
석달 새 아파트 전셋값 4000만원 올라
서울의 전세난을 피해 서울 외곽으로 떠나간 ‘전세 난민’이 늘면서 인천지역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아파트 전셋값은 0.59% 올랐다. 서울과 가까운 부평구 아파트 전셋값이 1.08% 상승해 인천지역에서 오름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는 0.99% 올라 그 뒤를 이었다.
인천은 한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송도와 청라 등 신도시 개발이 지연되면서 수도권 부동산시장 가운데 가장 침체가 심했던 지역에 속한다. 기존 공급된 단지 입주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미분양이 늘고 분양가보다 낮은 시세를 기록했다.
최근 송도·청라 아파트 값이 회복되면서 인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가을철 이사 성수기를 맞아 서울·경기지역에서 밀려난 이사 수요가 인천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 전세가격 자료를 살펴보면 인천지역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1억6639만원이다. 올 1월 1억3993만원에서 2600만원 가량 올랐다. 2년 전(1억2165만원)보다 4474만원 올라 36.8% 상승했다.
부평구 부평동 동아1차파트 전용 84㎡형의 경우 최근 석달 새 전셋값이 4000만원 올랐다. 2억4000만~2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52㎡형은 같은 기간 2000만원 정도 전셋값이 올라 1억6000만~1억7000만원 수준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전출·입수를 살펴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겨온 전입 신고자(올해 8월 기준)가 1204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200%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사람은 1만1674명으로 78% 늘었다.
서울의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천에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셋집을 얻었다는 얘기다.
부평구 부평동 K공인 관계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싼 인천으로 옮겨오는 수요가 많다”며 “최근 몇 달 새 전셋값이 많이 올랐지만 이마저도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 부동산 시장 회복세, 아파트 값도 올라
아파트 값도 오름세다. 인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1년간 5.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매매가격 변동률은 5.38%다. 서울은 4.92%, 경기는 4.97% 올랐다.
올 9월 말 기준 인천의 아파트 값은 3.3㎡ 820만원선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인 3.3㎡당 1185만원보다 집값이 낮은 수준이다. 서울 전셋값이면 인천에서 내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인천에서는 하반기 분양 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연내 인천에서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9개 단지 9678가구. 분양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단지까지 포함하면 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청라지구, 가정동 루원시티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택지지구에 물량이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 이달에만 4개 단지 4415가구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까지는 서울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이주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입주물량이 부족해 서울 외곽 지역에서 인천·경기로 옮겨가는 수요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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