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 그치면… 최악의 전·월세 대란 온다
하반기 최악의 전·월세난이 우려된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임대차시장의 월세 전환 가속화와 강남권 재건축 이주 시기가 맞물려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마땅한 해법이 나오기 어려워 집 없는 서민들의 고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달 새 전셋값 상승세만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셋값이 전달보다 0.51%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5대 광역시가 각각 0.69%, 0.35% 올랐고 기타지방이 0.19%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가율 역시 72.2%로 8개월 연속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전달보다 0.7 %포인트 상승한 70.3%로 사상 처음 70%를 돌파했다. 여름방학 이사 수요와 가을 결혼시즌을 대비한 신혼부부 수요 등이 상승세를 부추겼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달 말부터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 당장 개포주공3단지 1160가구, 개포시영 1970가구 등이 내달부터 이주를 앞두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강동 고덕주공3단지 2580가구, 송파구 풍납우성 545가구 등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들 수요를 모두 합하면 1만여가구에 달해 대규모 전·월세난이 예상된다.
◆ 실효성 잃은 전·월세대책
서울의 하반기 입주물량은 예년보다 적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8~10월 서울 입주 물량은 3919가구에 불과해 입주 가뭄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9398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세시장을 예의 주시하던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달 말 전·월세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독거노인 등을 위한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는 방안이 골자다. 특히 사당·수서·구파발역 등 역세권에 1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1일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실무자를 모아 청와대에서 가진 3차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사회적 기업·공익재단 등을 통해 서민 맞춤형 주거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국토부는 우선 올해 공급할 건설임대 7만가구와 매입·전세·대학생 임대 5만가구 등 총 12만가구 중 일부를 독거노인이나 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행복주택이나 전세임대 등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독거노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전문 관리자들의 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추진지구 중 대학생 배정 물량을 늘려 '대학생 특화지구'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전셋값 급등지역이나 재건축 사업으로 전세난이 심각한 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이들 지역 또는 인근 지역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매입(매입임대주택)을 늘려 저렴한 임대료로 재임대할 방침이다.
서울시에서도 도심역세권 주변에 난립한 고시원·게스트하우스·노후상가 등을 LH와 SH 등 공공기관이 직접 매입해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KTX 수서역세권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앞서 시는 올해 하반기에 강남4구 재건축 이주가 집중돼 주택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우려됨에 따라 이주 시기 조정 등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이주 시기 조정을 위한 심의에서 실행한 사례가 없어 대책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진=뉴스1 한재호 기자
◆기존내용 답습…특별한 '한방' 없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월세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발표한 것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이번 대책이 단기처방에 급급한 나머지 알맹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장재현 리엍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임대주택 공급 증가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이나 전·월세 보증금 상한제 같은 굵직한 사안이 빠졌다"며 "대책이 진행된 후 얼마나 큰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평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존에 이미 거론된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이라며 "시장변화를 이끌어 낼 파괴력이 부족하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임차시장 안정을 도모할 큰 한 방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만약 인위적으로 이주 시기를 조절한다면 형평성 문제와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주민 반발이 매우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별할 묘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정세대에 한정한 대책으로는 전·월세난을 막을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정책을 단순히 반복하기보다는 시장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는 복합적 정책을 펼쳐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현재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라며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적극적인 주거안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설익은 대책을 썼다가 도리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일자리와 가계 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병행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동규 기자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본 정보 > 부동산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부동산뉴스-8/21 (0) | 2015.08.20 |
---|---|
'미분양 폭탄 주의보' 경기도, 위험지역은 어디? (0) | 2015.08.20 |
인천 송도, 대구 수성구…집값 주름잡는 '新맹모들의 행렬" (0) | 2015.08.19 |
오늘의 부동산뉴스-8/20 (0) | 2015.08.19 |
정부 민자사업 확대…내년 12개 BTO 추진 (0) | 2015.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