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대책 해부-상] 빚 권하더니 이제는 갚으라고?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효과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자영업자나 은퇴자 등 소득 증빙이 어려운 경우나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말을 믿고 뒤늦게 '高부담 대출'을 얹어 집을 산 서민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동산에 불 지른 정부, ‘부채 폭탄’ 맞는 서민 방치
“빚 내줄테니 집 사라고 그리 권하더니 이제 와서 아몰랑이라지요? 참 대단하신 분들이지요?” (정본**)
“가계 부실이 아니고 은행부실을 막는 거네, 은행은 좋겠다.” (혜지**)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일시·거치식 위주의 대출을 원칙적으로 ‘분할상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변동금리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로, 상환능력 심사 시 담보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무게를 옮긴다. 계획적인 대출상환을 유도하고 금리 변동의 위험을 줄여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
그러나 1년 사이 급작스러운 '변심'에 대출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가계대출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은 정부다. 지난해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 너도나도 빚 내서 집 사는 열풍이 불면서 가계 대출이 폭증했다. 지난 2013년 8월에서 지난해 6월까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16조600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는 59조5000억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오래된 화두인 가계부채 문제를 변동금리와 분할상환이라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잇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불과 1년만에 부동산시장에 대해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시그널을 바꾸면서 경제주체들이 혼란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기존 대출자 10명 중 7명이 ‘이자만 내는’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대개 3~5년의 거치 기간이 끝나면 또 다른 대출로 갈아타서 다시 이자만 납부하곤 했는데 앞으로는 원금상환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자만 갚다가 다른 대출로 갈아탈 시 초기부터 이자와 원금까지 상환하도록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대출금이 2억원(금리 3%, 20년 만기 일시상환)일 경우 매월 이자는 50만원을 납부하면 되지만, 분할상환(원리금분할)을 하게 되면 20년 동안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해 110만9195원을 내야한다. 분할상환기간을 30년으로 늘리더라도 매월 84만원을 상환해야한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처음부터 빚(원금)을 나눠 갚으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환부담이 큰 기존 대출자들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처분 등 대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증대·주거대책·DTI 강화 등 3無 대책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의 고삐를 조이되 회복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의 온기는 끄지 않겠다는 미온적 정책으로 '팥 빠진 찐빵' 같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3년 3.1%에 불과하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0.2%로 치솟았고 올 1분기에는 11.3%까지 폭증한 상태다. 반면 소득(순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2013년 5.0%에서 지난해 3.7%로 주저앉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최근 급상승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에는 다소 미흡한 대책”이라며 “가계부채의 증가를 실질적으로 억제하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적용대상을 상가 등 비주택으로 확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지방으로 확대하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금융대책에만 치우쳐 종합적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대출 공급 측면의 시각으로 접근해 수요자인 가계의 고민은 소외된 감이 있다”며 “급증하는 서민들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및 복지정책 등 소득증대 방안과 주거대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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