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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대책 이후 분양시장 혼선

복돌이-박 창 훈 2012. 9. 13. 08:51

9·10대책 이후 분양시장 혼선

 

#1.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미분양 주택을 팔고 있는 한 아파트 견본주택. 10일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양도소득세 감면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꼽히는 곳이지만 당장 계약을 하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문의 전화는 제법 걸려오지만 정확한 시행 시기만 물을 뿐이다. 오히려 최근 계약을 마쳐 양도세 감면 혜택을 못 받게 된 고객들이 항의하는 전화가 더 많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양도세 감면 시행일을 국회 상임위 통과일이라고 밝히자 미분양 주택 계약은 올스톱됐다"며 "일단 지금은 가계약하고 나중에 정식 계약으로 전환하자고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에는 야당 측 반대로 법 개정이 늦어지거나 무산된다면 분양시장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 분당신도시에 사는 신 모씨는 2009년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을 최근 치르고 등기까지 마쳤다. 취득세로 1200만원을 낸 그는 이번 정부 대책에 분통을 터뜨렸다. 잔금 납부를 조금만 미뤘으면 600만원을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분양대금을 연체한 사람들은 취득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선량한 계약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양도세와 취득해 감면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시행 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주택 거래와 미분양 계약은 올스톱됐고, 현재 청약이나 계약이 진행 중인 곳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유리한지, 미분양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를 놓고 시장 참가자들은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입주를 앞둔 단지들은 잔금 납부일을 법 시행일 이후로 늦춰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잔금 납부를 마친 분양 계약자들은 취득세 감면분을 돌려 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어 건설사들이 진땀을 쏟고 있다.

이번주 분양을 앞두고 입주자 모집공고까지 마친 한 대형 건설사는 분양 계약기간을 개정법 시행 이후로 연기할 수 있는지 지자체와 협의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계약을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계약하면 손해 아니냐`는 문의가 급증해 상담 창구가 마비 상태"라고 전했다.

하반기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이 11월 중순께로 대거 분양 시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도 법 시행 시기를 대책 발표일로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이르면 이번주 중 개정안을 발의할 것" 이라며 "개정세법을 정부 발표일로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득세ㆍ양도세 감면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보고 분양시기를 확정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연말까지 미분양 계약을 유도하려면 분양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대책 발표 후 계약을 미루는 사람들이 늘어나 미분양 시장에 구축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정부대책 발표일로 소급적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이번주 중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며 "법 시행시기를 정부 발표일로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야당이 반대하면 강행처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혜택이 이르면 이달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 지난해 3월 22일부터 12월 말까지 한시 적용된 세율(1~2%)로 복귀하게 된다. 당시에는 감면혜택 기준일이 상임위 통과일이 아니라 정부대책 발표일인 3월 22일로 소급적용됐다.

청약 당첨자들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11일 방문한 동탄2신도시 동시 분양 견본주택에서 만난 당첨자 윤 모씨는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차라리 계약을 포기하고, 미분양이 남으면 다시 분양받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 방법까지 생각해 봤다. 하지만 미계약 물량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예비청약자 수도 상당해 미분양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계약 이틀째를 맞은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에서 계약을 마치고 나온 김 모씨는 "어차피 직접 거주할 생각이라 그냥 계약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계약을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동ㆍ호수를 좋은 곳에 배정받을 수 없고 적용시점도 확실하지 않아 변수가 많다`고 당첨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계약 여부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마케팅 전략 수정에 나섰다. 건설사들은 순위 내 청약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미분양으로 전환한 후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보려는 예비청약자를 잡기 위해서다.

[이은아 기자 / 이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