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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난민 시대]분양가 이하 시세… 수도권 94곳이 입주 분쟁 중

복돌이-박 창 훈 2012. 9. 8. 10:30

[아파트 분양난민 시대]분양가 이하 시세… 수도권 94곳이 입주 분쟁 중

 

영종하늘도시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지역 등 수도권 곳곳이 아파트 입주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양시 덕이지구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3300가구 중 1000명가량이 아파트 계약 당시 업체가 약속한 내용과 다르니 중도금 대출 상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는 입주 시작 1년5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절반가량이 불이 꺼진 채 빈집으로 남아있다.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는 계약자 2000여명이 지난해 분양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한 채 지금까지 중도금 대출 이자 납입을 거부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아파트 계약자들도 경기도청 이전이 보류된 데 따른 재산상 피해를 묻겠다며 지난 7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밖에 김포 한강신도시, 남양주, 용인, 양평 등지에서 아파트 입주 관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도권 내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 가운데 94곳이 분양대금 대출과 관련한 분쟁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잔금을 내지 않고 입주조차 하지 않은 사업장이 56곳에 이르고, 중도금 대출 연체잔액은 1조1000억원이나 된다.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낸 곳은 56곳 중 28곳이다. 소송인원은 4190명이며 소송액은 5000억원 수준이다.

이들 계약자 대부분은 영종하늘도시처럼 기반시설 미비를 입주 거부의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아파트 시세가 분쟁의 핵심이다. 아파트 계약자들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09년 이후 입주한 수도권 아파트 23만여가구 중 55%가량은 현재 시세가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으로 따지면 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7~8%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인천 지역은 4만3000여가구 가운데 2만740가구가량의 시세가 분양가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015년까지 판교, 동탄, 김포, 광교 등 2기 신도시에 4만2000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단기간에 주택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 분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탄신도시(2만308가구)와 파주신도시(2만6238가구)의 매매 가격은 고점 대비 5~6%가량 낮아진 상태다. 2009년 입주를 시작한 판교신도시는 현재 3.3㎡당 가격이 2270만원으로 2010년 9월 2603만원보다 13%나 떨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해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돼있지만, 계약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연체이자까지 모두 물어야 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