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난민’ 이순우씨의 눈물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 세워지는 ㅎ아파트에 오는 10월 입주할 예정인 이순우씨(45·여)는 요즘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병원이나 학교 등 기간시설은커녕 슈퍼마켓조차 없는 허허벌판 ‘나홀로 아파트’에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11㎞나 떨어진 학교는 다닐 수 없다고 떼를 쓰고, 남편마저 “왜 그런 아파트를 계약했느냐”며 핀잔을 주기가 일쑤여서 부부싸움도 부쩍 잦아졌다.
이씨는 ㅎ아파트 125㎡(38평)를 3억9990만원에 분양받았다. 아파트 뒤편에 초·중·고교가 세워지면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집 근처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이씨를 유혹했다. 청라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가 건설되면 통행료 없이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남편도 설득했다.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는 가까운 곳에 ‘메디시티’가 조성되면 외국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영종하늘도시에는 이씨가 꿈꿔온 시설들이 한 곳도 없다. 4㎞ 이상 떨어져 있는 중학교 뒤편에는 공동묘지가 을씨년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다. 내년 개교한다는 고등학교는 11㎞나 떨어져 있었다.
이씨는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 그냥 다니면 안되냐고 물어와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쏟아졌다”면서 “가족들에게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엉터리 신도시가 만들어질 줄 알았다면 분양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살던 전셋집에서도 쫓겨나게 돼 ‘난민’ 신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업체들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인천시는 투자 유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시행자인 LH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LH는 국가적인 개발 계획에 따라 참여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투자가 부진했다고 발뺌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인천시와 LH의 개발 청사진을 믿고 분양한 만큼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씨와 같은 ‘분양난민’이 쏟아지고 있다. 잔금을 내지 않은 채 입주 거부와 소송 등으로 몸살을 앓는 아파트 사업장은 56곳, 2만5000가구에 이른다. 2015년까지 판교와 동탄, 김포 등 2기 신도시에서 4만2000가구가량이 입주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입주 분쟁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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