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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저절로 피는 꽃은 없습니다.

복돌이-박 창 훈 2010. 6. 1. 22:34

저절로 피는 꽃은 없습니다.

 

   

박희린 기자

정비사업전문지의 기자라는 직업상 추진위나 조합의 총회장에 자주 가게 됩니다. 한 호의 신문이 나오기까지 적게는 한 두 번, 많게는 너 댓 번까지요.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주민총회는 사업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안건들을 의결하기 위한 매우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때문에 법적으로도 총회가 성립되기 위한 최소한의 참석기준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특히 시공사 선정과 같이 조합원의 재산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은 실참석 비율이 과반이 넘어야 총회가 개회될 수 있도록 해 다수 조합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업이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에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합니다.

 

그게 뭐 이상하냐구요? 자신의 재산권과 관련된 일인데도 굳이 이런 법적 기준이 필요하고 많은 조합들이 턱걸이로 이 기준을 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으세요?

 

아직도 대부분의 총회장에서는 총회 시작 예정시간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총회 시작 시간까지 성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실참석 기준이 있는 시공사 선정 총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 특유의 단체적 시간약속에 대한 안일한 사고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주민들의 무관심이 문제입니다. 자신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는 집을 내놓고 진행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총회 자체에 관심이 부족해 보입니다.

 

오고가는 얘기들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워도 모자랄 주민들이 총회 시작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총회에 와서도 단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는 무관심한 채 오랜만에 만난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풍경을 자주 보곤 합니다. 물론 그 중에 의문나는 점들을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너무 극소수입니다.

 

총회장에 남아있다 보면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 바로 개표 과정입니다.모든 안건이 상정되고 안건이 투표에 붙여지게 되면 주민들은 투표와 동시에 총회장을 우르르 빠져나갑니다. 투표만 마쳤다고 자신의 의결권 행사가 끝났다 생각하는 걸까요?

 

사실 투명하고 공정한 총회진행을 위해 투표만큼 중요한 것이 개표 과정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는 이유로 투표결과는 듣지도 않은 채 자리를 떠버립니다. 그래서 그간 많은 조합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개표시간에 경품추첨을 하는 등의 방법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품이 조합원의 공정한 의결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각 조합들이 이 궁여지책마저도 쓸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 총회장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내심 걱정스럽습니다.

 

이 세상에 저절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화초는 없습니다. 알맞은 물과 기온, 관심이 있어야 하듯이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적절한 관리감독과 관심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동북아의허브-인천-
글쓴이 : 미네르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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