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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현장르포]속도내는 경인아라뱃길… 지역민들 “속탄다 속타”

복돌이-박 창 훈 2010. 4. 2. 23:10

[현장르포]
속도내는 경인아라뱃길… 지역민들 “속탄다 속타”

 

개발기대에 적극 찬성했지만 지역배려 없어 피해 ‘우려’
개폐식 교량, 램프도로 설치 등 대책 요구 답변은 ‘안돼’

 

 
▲ 경인아라뱃길 4구간 사업이 진행 중인 장기동 일대에서 지역 주민들이 공사 강행으로 인한 피해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나섰다. 이 지역에 귤현교가 세워지면 장기동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큰 불편을 겪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7일 ‘경인아라뱃길 계양주민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 후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경인아라뱃길 계양주민비상대책위원회>

현재 급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사업이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일대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사업은 처음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주변의 방수로 사업에서 시작해 1995년 민간투자 사업인 ‘경인운하’로 확대됐다. 그러나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다가 작년 수공이 사업주체가 돼 ‘경인아라뱃길’로 명칭을 바꾸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2조2500억여원이 투입된 경인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대형 운하로 평상시에는 국내 물류운송 비용의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집중호우 때는 방수로로 활용돼 홍수피해 예방 기능도 갖추고 있다. 또 주변에 다양한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등 관광명소로 발전한다는 계획에 당시 지역 주민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 다남교 건설예정지에서 바라본 경인아라뱃길 4구간 현장. 우측에 귤현교 교량이 건설 중이다. 좌측에 보이는 장기동에서 경인아라뱃길을 지나 계양역 인근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교통 혼잡이 불가피하다.

 

‘청사진’에 환호하던 주민들… 현장 보니 ‘흑백사진’

현재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경인아라뱃길사업 4구간은 인근 주민들이 현재 진행 중인 귤현교로 인해 예상되는 교통 불편 등에 대한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귤현교는 인천지하철 귤현역 인근에서 운하를 가로질러 장기동 외곽에 있는 인혜학교 주변까지 놓여 계양역을 지나가게 설계됐다. 계양역 앞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가 위치해 이를 넘어가기 위해 40m 높이 고가도로로 건설된다.

공항철도·인천지하철 환승역인 계양역 인근은 계양중학교 등 여러 시설이 위치한 지역으로 현재 장재로를 통해 차량으로 2~3분이면 계양역에 도착할 수 있던 장기동 주민들은 귤현교가 완공되고 나면 교통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문한 경인아라뱃길사업 4구간 공사 현장은 귤현교 교량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변은 공사장을 드나드는 덤프트럭들과 부평지역 등으로 이동하는 차량과 맞물려 교통량이 많았다. 장기동에 위치한 장기사거리에는 모범택시 종사자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재 장기동에는 신동아 파밀리에 1,2차, 벽산 아파트 등과 빌라들이 밀집해 있는데 향후 고가도로에 연결되는 도로는 좁게 난 2차선 도로 하나여서 이를 한꺼번에 이용해야 해 지금보다 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가도로가 끝나는 예상지점의 4차선도로도 폭이 넓지 않아 차량들이 유턴을 할 때 혼잡이 예상됐다.

농기계가 드나드는 2차선 도로로 설계, 건설될 예정인 인근 다남교로 크게 돌아가는 방법이 있지만 이곳 역시 교통 혼란이 불가피하다.

인근 점포에서 만난 한 지역 주민은 “출근시간에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30분은 걸린다”며 “지금도 공사 때문에 교통이 복잡한데 앞으로 교통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매물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거의 뚝 끊겼고 전세 거래만 간간히 이뤄지고 있다”며 “경인아라뱃길에 대한 기대심리는 이미 다 집값에 반영된 상태라 앞으로 문제가 집값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고가도로로 인한 교통문제가 악화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피해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계속된 대립에 남은 건 지역 주민 ‘상처’

주민들은 이에 지난달 7일 ‘경인아라뱃길 계양주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궐기대회’를 열고 적극적인 공사 중단과 피해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이한구 비대위 사무총장은 “개발제한·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오랫동안 개발이 불가능했던 이곳은 경인아라뱃길 조성 소식에 주민들이 개발 기대에 적극적인 찬성운동을 펼쳐왔다”며 “공사가 4대강 시범사업 성격으로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세부적인 주민들 피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가 수공에 제출한 피해 대책안인 ‘개폐식 교량’이나 고가도로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램프도로’ 설치안은 기술적으로 안된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공 경인아라뱃길건설단 관계자는 주민 요구사항인 개폐식 교량에 대해 “개폐시간이 배가 지나는 시간을 합쳐 약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며 “그렇게 되면 현재 그곳을 지나는 교통량을 소화할 수가 없기에 현실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고가도로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램프도로 설치에 대해서는 교량 높이가 40m에 이르러 도로기준을 맞춰 램프를 설치하게 된다면 굉장히 우회하거나 마을 훼손이 불가피해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자 비대위는 앞으로 정부에 진정서 제출, 공사장 입구 농성장 설치, 지속적인 공사장 감시 등 2단계 투쟁을 진행하고 나아가 경인운하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3단계 투쟁을 진행할 것을 시사했다. 또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인천시의원들과 함께 대책마련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계양구청과 램프 설계안을 만들어 수공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수공 관계자는 “지금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명을 하고 있고 문제점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계획”이라며 “반대운동이 4대강으로 연계돼 정치적 상황으로 몰고가게 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로 선정에서부터 선택권을 얻지 못해 불편을 겪을 장기동 주민들은 이 상황이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될지의 여부보다 당장의 불편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수립을 가장 먼저 원하고 있었다.

2조원을 넘게 투입해 추진하는 대형 사업이 이대로 대립만 남긴채 마무리된다면, 향후 ‘졸속개발’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인아라뱃길 공사현장 가보니…


 

1. 계양역 입구. 이곳은 서울과 부평 등을 오가는 길목에 위치해 통행량이 많다. 뒤에 보이는 곳은 인근 지역 주민 자녀들이 통학하는 계양중학교.
2. 아파트 단지에서 고가도로로 향하게 되는 2차선 도로. 배후에 밀집한 주거단지에 비해 도로가 유난히 좁아보인다.
3.저녁 무렵 장기동에서 계양역 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 뒤쪽으로 보이는 장기사거리에도 차량들이 밀려있다. 귤현교가 완공되면 계양역을 가는 차량들은 모두 뒤편에 나있는 2차선도로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국주택신문 이명철 기자 lmc@housingnews.co.kr

출처 : 동북아의허브-인천-
글쓴이 : 미네르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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