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자, 하늘도 이기고 땅도 이긴다
<어려워도 종자만은 먹지 않고 꼭 심어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그런데 경기는 왜 묵묵부답을 하고 있을까요. 경제위기는 가신 것 같지만 당장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정답일 겁니다. 우리들의 호주머니가 채워지려면 상당한 세월이 더 흘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은행에서 돈을 풀게 되면 기업에서는 투자를 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혹시 갑작스러운 악재라도 일어날까 두려워 돈을 아끼면서 몸을 사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요즘은 국경 없는 세상이 되었고, 각 나라끼리도 대문이 없는 이웃이 되고 보니 혹시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나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플루 같은 건 태평양을 건너올 때 물에 빠져버리면 될 터인데 그게 명줄이 길고 번식력이 좋았는지 세계 각국으로 번져 가더군요. 우리나라에 까지 건너 와서 우리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하는 걸 보면 참 세상은 이제 좁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국민들 중 살기 좋다, 라고 말하는 사람 보셨나요? 모두들 당장이 어렵기 때문에 지갑을 열어봤자 빈껍데기만 남아있을 뿐이라는 하소연을 하실 겁니다. 물가까지 올라가서 생활을 괴롭히고 있으므로 남겨놓은 종자를 먹어야할지 굶주리더라도 아껴뒀다 심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나 노사관계도 시끄럽지만 취업자 중에도 70%가 직장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니 어찌해야 할까요. 앞으로도 실업자는 더 쏟아지게 돼 있는데 그나마 직장에 남아있는 사람마저도 불안한 마음에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음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나이 50넘으신 분들께서는 춘궁기라는 보릿고개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곧 보리수확을 하게 되면 배불리 먹겠지만 그동안이 어려워 굶어 죽어간 일이 있었던가요. 그래도 결코 참아가며 볍씨만은 먹지 아니한 체 못자리를 만들었고 가을에는 웃으며 열매를 거두었습니다.
지금은 못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지금 못자리를 만들지 않게 되면 여름 한철 보리만 먹고 나서 가을이 돼도 수확할 게 없어집니다. 준비 없는 자에게는 늘 후회만 남게 됨이 세상사 이치이니까요.
<실수를 되풀이 하는 일이 없어야>
지금은 외환위기가 휩쓸고 간 2001년과 2002년으로 거슬러 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1998년도부터 쏟아진 고급실업자들은 갈 곳이 없어 자격증 시대를 열어 놨었습니다. 그때 공인중개사 시험과 주택관리사 시험 등 별별 자격시험에서 무더기 합격자들이 배출되기도 했었지요. 그 자격증 대부분 장롱 속에 있지만, 수도권 좋은 곳에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 있었는데 누가 쳐다보지도 아니하였기 때문에 입주 후 미분양도 엄청 많았습니다. 당시 지방에는 미분양아파트가 없었음이 요즘과 다르네요. 그때도 입주 후 미분양 아파트는 할인해서 입주했었고, 입주 후 5년 동안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채 사두고 싶었던 생각은 간절했었지만 호주머니는 비어있었고, 볍씨마저 까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오늘, 내일 돈 모아지기를 기다리다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스는 떠나버렸지요. 2년 후 그때의 미분양 아파트는 금덩이로 변해 버렸고, 그때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깊이 후회하면서 언제 그런 기회가 다시 오겠느냐는 푸념을 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요즘 아파트 값이 내렸다고 해도 당시 값의 배가 되어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임 없는 나야 소용없다”고 돈이 없어 자포자기한 사람들은 별다른 미련이 없었겠지만 집값 더 내려간다느니, 아파트나 빌라는 끝났다느니 큰소리치면서 버티다가 버스를 놓친 사람들은 지금도 같은 말을 되풀이 하던가요. 인구이론이나 수요이론 등을 들고 나오면서 그때와는 다르다고 하니 또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는 정부정책에 힘입어 상당한 물량이 줄었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는 거의 분양가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확장 등 옵션 무료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음이 사실일 겁니다. 아직 고가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도 있긴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를 사두라는 부추김은 추호도 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어느 기간에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반드시 수요가 폭발하는 순환을 거듭하고 있으므로 지난 2년 동안 줄어든 공급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2년 후를 생각해서라도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어느 곳에 점을 찍어야 하나>
필자는 신규분양을 받거나 기존 주택을 사거나 자신의 생활권에서 멀리 벗어나지 말고 직장거리를 감안하시라는 주문을 늘 드립니다. 왜냐하면 우선은 학교를 변경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불편이 따르게 되고 너무 먼 직장 거리는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를 따지는 학생이 없고 직장거리와도 상관이 없는 분들에게는 서울이나 수도권을 탈피하여 과감하게 충청지방까지도 살펴보라는 권유를 드립니다. 그럴 때 상대방에서는 투자성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지방의 땅이나 지방의 아파트라고 해서 꼭 투자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미분양이면서도 한쪽에서는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아파트도 있는 것이므로 일률적으로 투자성이 없다고 보는 건 잘못 된 생각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투자한 자본만큼의 이익비율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의 투자가 더 쉽고 자금회전이 빠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떤 주택이 더 좋을까요. 2억에서 5억 사이의 현금을 가지신 분들은 오히려 미분양아파트 보다 값이 내린 기존주택을 공략하시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몇 천만 원 정도의 현금보유자는 미분양아파트를 골라야 하고 그 열매는 2년 후에 거둔다는 각오와 계획이 있어야 하겠지요.
사람을 그릴 때에는 눈에 점을 잘 찍어야 하듯이 갈 곳을 잘 선정해야 함은 재테크의 기본입니다. 우리나라를 큰 강으로 봤을 때 물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를 살펴보시고 고기가 하류 쪽에 있는지 상류 쪽에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시면 금방 점을 찍을 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명품이 아니라면 싼 것이 좋다>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첫째 투자조건은 분양가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호전 된다 해도 고분양가의 미분양은 경쟁력이 없게 됩니다. 입지가 비슷한 곳의 같은 규모의 아파트가 한쪽은 4억이고 한쪽은 5억이라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4억짜리를 선택하는 소비패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도권에서 3.3㎡당 1천3백만 원 이하인 곳은 눈여겨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나중에 값이 차고 오를 때 한계에 부딪치는 수가 있게 되고 경기가 조금만 어려워도 기존 분양가 때문에 거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물건을 살 때에는 값을 깎아주고 덤으로 다른 필수품까지 끼워주는 곳을 찾게 되지요. 미분양 아파트도 같은 맥락으로 짚어 보심이 어떨는지요. 품질 좋은 미분양아파트에 값까지 내려주면서 이것저것 덤으로 준다면 그 버스를 타 보시는 일도 괜찮을 겁니다. 그냥 보내 버렸다가 나중에 또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려워도 지금 종자를 뿌리십시오. 긍정의 꿈을 안고 기다리시면 가을은 오게 될 겁니다. 꿈이 없는 자는 눈으로 세상을 보겠지만 꿈이 있는 자는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치는 세상을 많이 살아 본 필자가 알고 있습니다. 강물은 직접 건너봐야 깊이를 알 수 있는 것이고 물결의 움직임만 보고 그 깊이를 논하다가는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은 고기는 다 빠져 나가고 어레미(바닥의 구멍이 굵은 체)에 걸려 있는 고기는 큰 고기 뿐입니다. 한 마리 주어 보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어려움을 참고 뛰는 자는 하늘도 이기고 땅도 이긴다는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원대학교 윤정웅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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