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장가가는 부동산시장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
나중에 밑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한참 잘 못된 사람이겠지요. 따라서 누구나 부동산을 구입할 때에는 앞을 예견하고 몇 년 후 값이 얼마쯤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계산을 한 후 구입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공공연히 떠도는 호재는 뒤로 하고라도 사고자 하는 토지 주위에는 나중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만의 청사진을 그려보기도 하고, 이 아파트 주위가 입주 때에는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면서 분양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을는지요.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는 이러한 자신만의 장밋빛 전망들이 다반사로 빗나가고 있어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는 결과가 늘 일어나고 있다니 하하, 부동산이란 원래 그러기도 한 모양이로군요.
사업에서도 대부분 실패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 펼쳐든 청사진은 거창하지만 중간에 동업자를 잘 못 만나 실패하기도 하고, 거래처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여 실패하기도 하며 당초부터 사업구상이 나빠 실패를 하는 수가 있는데 결국 실패를 하게 되면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아파트 분양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볼까요. 살고 있는 집이 4억이라고 했을 때 2년 후 5억이 될 것을 믿고 5억 짜리 신규분양을 받았습니다. 대출 1억을 공제하면 3억이 남기 때문에 신규아파트 입주 때 2억을 대출받아 5억짜리 새 집에 입주하려고 했던 분들은 쉽게 이해가 되실 줄 믿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위기로 4억짜리 아파트는 2억 5천이 돼 버렸고 대출 1억을 공제하면 1억 5천이 남기 때문에 5억짜리 신규아파트에 입주하려면 3억5천을 대출로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3억5천만 원까지 대출이 발생되지도 않고 그 정도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아서도 안 되기 때문에 입주를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동산과 사다리의 원리>
사다리는 높은 곳을 오를 때 사용하거나 낮은 곳을 내려갈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요즘은 30층 아파트에도 사다리차를 세워놓고 이삿짐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그저 그러려니 하지만 필자가 초등학생인 시절만 해도 사다리는 가정에 꼭 있어야 하는 소중한 도구였습니다.
초가을 시골 초가집 지붕위에 올라가 박을 따 내릴 때에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었고 감이나 밤을 딸 때에도 사다리를 놓고 나무에 올라갔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사다리라는 게 길이가 길수록 휘청거리고 딛고 오르내리기가 위험합니다. 사다리 가랑이 나무가 튼튼하고 대 여섯 칸으로 돼 있는 사다리는 안전했다는 기억이 납니다.
사다리는 길이가 길면 휘청거리기 때문에 오르내리다 떨어져서 다치기도 하고 심지어는 떨어져서 죽는 사람도 봤습니다. 튼튼한 사다리는 그 길이가 2-3미터를 넘지 않고 버팀목도 건실합니다. 그러나 길이가 길고 가냘픈 사다리는 사람이 오르내릴 때 휘청거릴 뿐만 아니라 부러지기도 하더군요.
부동산도 욕심을 부려 대출에 의존하거나 빚에 의존한 체 허약한 자기 자본으로 여러 곳에 많은 물량을 저질러 놓게 되면 휘청거리는 사다리가 되어 그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입니다. 벌써 이해를 하셨다면 눈치가 10단 정도 되신다고 봐야 하겠네요.
사다리를 세워놓고 딛고 올라가는 가랫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다리가 위험하듯이 가랫장 수가 많아지듯 부동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자기 자본이 문제이겠지만 어설픈 부자들이 오히려 부동산 거지노릇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다리는 두 칸이나 세 칸짜리가 건실하고 좋습니다. 이리저리 옮기기도 편하고 높은 곳은 아예 포기해버리면 마음도 편해집니다. 부동산은 많이 사놓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휘청거리는 사다리를 안고 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자칫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화가 비싸다고 잘 뛰는 건 아니다>
유치원생을 데리고 백화점엘 갔더니 허허, 이게 메이커가 아니면 쳐다보지를 않더군요. 메이커 신발이나 운동복이 보통 비싼 게 아니었습니다. 무슨 운동화 한 켤레 값이 염가매장에 나와 있는 어른 양복 한 벌 값이었으니까요. 놀래 자빠질 뻔 했습니다.
저 운동화를 사주면 운동회 때 1등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1등은 자신이 없고 3등은 자신이 있다고 말 하더군요. 비싼 운동화를 신어도 1등만은 자신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 꼭 비싸다고 좋은 성적을 내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기존주택이나 미분양아파트의 가격대를 찬찬히 살펴보노라면 억- 소리가 여러 번 나오던가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가격대에서 경쟁력이 없게 되면 시세차익을 얻지 못한다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리고 싶습니다. 값이 싼 운동화 쪽으로 눈을 돌리시라는 권유말씀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좋은 입지에 있는 명품이야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겠지만 그건 다이아는 진주와 놀게 되는 이치일 뿐이고 가재와 게들이 어울려 노는 부동산이라면 가격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야만 시세 면에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몇 천 원짜리 운동화 신은 어린이라도 1등을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요즘 신규분양아파트 현장을 가 보셨는지요? 가격대가 높을수록 중도금 무이자 등 이것저것 여러 가지 혜택을 주더군요. 공짜로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 돈은 수분양자가 내는 돈이라고 보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차라리 얼마를 딱 깎아주면 될 터인데 그리하지 아니하는 걸 보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짜로 준다고 하니까 사다리 높은 줄 모르고 마구 올라가시는 분도 있더군요. 사다리는 길이가 적당해야 안전성이 있는데 공짜 때문에 그걸 잠시 잊고 계약했다가 다음 날 사다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후회하는 걸 봤습니다.
부동산은 적당히 가져야 마음이 편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또한 부동산은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약간 싸다는 느낌이 들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싸다는 말에도 정도 차이는 있습니다. 계속 더 싼 것만 고르려다는 환갑을 맞게 되기도 하고 칠순을 맞게 되기도 하니까요,
<부동산 시장을 읽어라>
오뉴월에는 햇볕과 소나기가 번갈아 쏟아지지요. 필자가 어렸을 때에 그런 날을 일컬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날은 값싼 우산 장사가 돈을 벌기도 하고 정장차림의 신사와 숙녀가 늘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만,
금년 1월부터 주로 서울 어느 지역과 수도권 어느 지역, 지방 몇 곳에서 번갈아 가며 호랑이가 장가를 갑니다. 시세가 꼼짝도 하지 않은 옆 지역에서는 목이메인 이별가만 계속 부르고 있다는 하소연을 하더군요. 성질이 난 어느 주부님으로부터는 팔아치우고 그 동네로 갈아타겠다는 상담도 들어 왔었습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늘 이런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위기를 넘겼다고도 합니다만, 국내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고, 원화 값이 오르고 보니 기업이익도 12%정도 줄게 되어 밝은 전망만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동안 환율효과에 의한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가 제자리를 잡고 소비심리가 풀리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더 필요하다고 봐야 옳을 것 같습니다. 얼었던 손이 완전하게 녹으려면 따뜻한 난로가 계속 필요하듯이,
어느 지역 부동산 시장이 움직인다 해도 거기에 연연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때가 되면 산골짝에도 꽃이 피리라,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대처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경기회복은 아직 멀었습니다. 착시현상에 현혹되어 함부로 높은 사다리를 움직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을 맺습니다. 요즘은 호랑이가 장가를 자주 가기 때문에 그놈 장가가는 기분에 어울려 덩달아 움직이다가 부동산을 잘 못 사게 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게 됩니다. 부동산이란 게 꼭 군중심리에 휩쓸리게 되기도 하니까요,
특히 비싼 운동화 신었다고 1등 하는 게 아니라는 이치를 잊지 마시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부동산을 골라 안전한 사다리를 걸어 놓고 부담 없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자신의 힘에 맞게 투자하심이 지혜로운 일일 것입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윤정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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