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록 혈세 새는 인천공항철도 [2009.05.08 제759호] |
경실련 청구로 2002년 감사결과 공개…주먹구구 공사 탓 수천억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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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철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쾌적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지난 3월23일 개통 2년이 지났지만 282석의 좌석을 갖춘 6량짜리 열차의 한 번 운행 때 평균 승객은 40명 수준에도 못 미친다. 고단한 몸을 푹신한 시트에 눕힌 승객이 있더라도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아이들이 객실 복도를 쿵쾅거리며 뛰어다녀도 좋다. 그러나 공항철도를 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따뜻할 수 없다. 4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했건만,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연간 1천억원 이상의 혈세가 새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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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수송 수요 계획을 짰기에 달리면 달릴수록 천문학적 손해가 나는 것일까? ‘눈먼 돈’을 펑펑 쓰는 관습을 가진 토건족들은 인천공항철도 건설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2002년 감사원의 인천국제공항철도 건설사업 감사결과 등을 들여다봤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돈 먹는 하마는 출생부터 남달랐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 인천 영종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됐다. 섬을 드나들 길이 필요했고, 정부는 도로와 철도 건설을 검토했다. 애초에는 국가의 재정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조기 개통을 위해 1996년에 민자사업으로 전환됐다. 마침 2년 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BTO 민간투자법)이 통과된 마당이었다. 민간자본이 건설하고(Build),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되(Transfer), 민간자본은 일정 기간 운영(Operate)을 통해 투자원리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현대건설(27.0%), 대림산업(17.5%), 포스코건설(11.9%), 동부그룹(10.8%) 등이 사업에 참여하며 지분을 나눠가졌다.
감사원 지적사항 시정 안 돼
당시 정부는 민간사업자에게 공항철도를 짓고 난 뒤 운임수입이 예상 운임수입의 90%(최소운영보장수입률)보다 적으면, 정부가 그 차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한다는 약속을 해줬다. 김성순 민주당 의원실이 국토해양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공항철도의 2007년과 2008년 일평균 수송실적은 각각 1만3212명과 1만6606명으로 예상치 대비 6.3%와 7.3%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07년 한 해만 1040억원의 운임수입 보조금이 나갔고, 2008년분도 1666억원을 투입해야 할 처지다. 현 상태로 30년이라는 운영 기간을 다 채우면 보조금은 14조원에 이르게 된다.
사실 공항철도 개통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도 이 사업은 혈세 낭비 ‘유망주’이자 애물단지였다. 2002년 감사에서 불거진 무수한 지적사항 가운데 몇 가지만 추려보자. 당시 감사원은 △민자사업자의 무리한 재정지원 요구로 협상이 오래 걸려 조기 개통(2003년)이 불가능해졌고 △정부가 세워야 할 사업계획을 민자사업자한테 수립·확정케 했으며 △총 사업비를 확정하지 않고 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계법령을 어겼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쯤 되면 공항철도 건설은 무턱대고 삽질부터 시작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나간 일은 덮어둔다 치자. 감사에서 지적된 사업추진 과정의 문제점은 얼마나 고쳐졌을까? 당시 감사원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한) 민자사업자의 반대로 인천공항철도와 (서울 강남권으로 이어지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직결 운행이 어렵게 됐으며, 2006년 개통 예정이던 경의선 복선전철화 공사가 인천국제공항철도 2단계 공사(김포공항~서울역 구간) 일정에 맞춰 2008년에나 준공돼 경기 서북부 지역의 교통난 해소가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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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김포공항에서 이뤄지는 공항철도와 지하철 9호선 직결을 둘러싼 사업자 간 이견은 해소됐다”며 “다만 5월 중 지하철 9호선 개통에 맞춰 노선은 연결되더라도 직류·교류 전기공급을 겸용할 수 있는 철도차량 준비가 늦어져 직결 운행에는 앞으로 1~2년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무슨 말일까? 현재 공항철도의 전원 공급 방식은 교류이며 차량은 서로 좌측통행을 한다. 그런데 서울지하철 9호선은 직류 전원 공급에 우측통행이다. 이 두 가지를 일치시키지 않은 ‘단견’ 탓에 직결 운행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막대한 사업비도 추가로 들어갔다. 감사원은 전원 공급 방식 등만 일치시켰더라도 연결선 설치공사비 3900억원과 차량구입비 634억원 등 총 4534억원의 사업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어쨌든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강남권에 가려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공항철도에서 짐을 챙기고 내린 다음 9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애초 공항철도와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5호선으로 옮길라치면, 아예 계단을 올라 외부로 나간 뒤 한참을 걸어야 승강장에 닿을 수 있다. 이런 이용객 불편은 공항철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경의선 복선화 공사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경의선 아래로 공항철도가 먼저 깔려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준공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역사 건설비 낭비도 엎질러진 물이 됐다. 공항철도가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2단계 구간 개통(2010년 말 예정)을 앞두고 현재 서울역 서쪽에는 공항철도 서울역사 건설이 진행 중이다. 과거 서울역 민자역사를 건설한 한화건설은 공항철도 연결에 대비하되 철도 차량이 지상으로 서울역에 진입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다. 그러나 공항철도를 건설하는 현대건설컨소시엄은 공항철도 노선이 지하로 진입하는 방안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별도의 전용 역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의 수용능력과 장래 개발계획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역사 건설이 이뤄진 것이다.
어제의 공항철도 건설 주역들은 오늘 사업관리의 주체로 거듭났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당시 철도청장으로서 관계법령을 어겨가며 실시협약을 맺었던 장본인이다.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이었던 김윤기씨는 현재 인천국제공항철도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말 민자사업으로 건설해 운영 중인 인천공항철도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9개 민간 건설업체의 지분 88.8%를 인수한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의 대주주가 된다.
빚더미 코레일 추가 부실 우려
‘결자해지’란 이런 것일까. 코레일은 국토부 요구에 따른 공항철도 인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골칫덩이를 인수하느라 1조1천억~1조3천억원의 빚을 져야 할 신세다. 코레일에 보장되는 최소운영보장수입률은 90%가 아니라 58%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어 “매년 6천억~7천억원의 운영 적자에 허덕이는 빚더미의 철도공사에 인천공항철도의 부채와 부실을 떠넘기면 결국 철도산업 전체가 파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공항철도 인수에 따른 부실이 코레일의 방만 경영 사례로 둔갑해, 다시 정부가 코레일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및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근거가 되는 시나리오를 걱정하고 있다.
공공영역에서 손실을 떠안아주는 사이 민간 건설사들은 이익을 챙기는 게 ‘토건 대한민국’의 게임의 법칙이다. 경제위기 이후 돈줄이 말랐던 공항철도 컨소시엄의 건설사들에겐 지분매각처럼 좋은 소식은 없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2514억원과 1629억원의 공항철도 주식을 보유 중”이라며 코레일의 지분 인수가 이 건설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 류우종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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