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사각지대(四角地帶)
사각지대(四角地帶)란 어느 위치에서 보이지 않게 되는 각도 또는 관심과 영향 등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을 이르는 말입니다. 운전을 하신 분들께서는 백미러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인하여 급히 차선을 변경하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내본 일이 있으실 겁니다.
모든 일에는 저마다 사각지대가 있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풀려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일의 진행과정에는 의외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고 엉뚱한 악재가 끼어들어 손해를 보게 되기도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우리들의 인생살이가 대부분 이렇구나, 라고 생각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부동산의 사각지대라는 제목만 봐도 눈치가 빠르신 분들께서는 아! 오늘 필자가 무슨 글을 쓰려고 하는 구나. 감을 잡으시겠지요. 아직까지 감을 잡지 못한 분들께서는 100명이 고기를 잡으러 갔는데 그 중 5명은 붕어를 잡고 95명이 잉어를 잡았다면 붕어 잡은 5명은 사각에 걸린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생각하시면 편하시겠습니다.
토지나 건물이나 같이 붙어 있고 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자동차의 백미러 일부분처럼 허점이 보이지 않은 곳이 있어서 늘 우리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1천 송이 장미꽃 중에서도 꼭 몇 송이는 못난 꽃송이가 들어 있음이 보통이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한두 가지 단점은 숨어있는 것이니까요.
사각지대에 있는 부동산은 원칙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게 좋지만 어떤 때에는 오히려 그런 부동산이 빛을 볼 때도 있더군요. 진입로 없는 맹지가 토지의 대표적 사각지대로 알고 있지만 그걸 잘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더라는 뜻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사각지대를 찾으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파트를 비롯한 집한건물에 대해 평소 잊고 가기 쉬운 몇 가지 점을 짚어 보도록 하지요. 산이 좋아도 산속의 나무들이 다 좋을 수 없는 이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앞가리고 큰 길에 붙어있는 아파트 등>
10년 동안 아껴온 청약통장으로 어느 신도시 분양에 청약을 했는데 단지 입구 상가 앞 1층에 당첨되었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는 글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통장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당연히 포기하겠지만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갈등을 겪게 되겠지요.
1층과 중간층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격 차이를 벌린 체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아무리 크고 좋은 단지라 하더라도 큰길가에 붙어 있거나 관리 동 또는 상가가 앞을 가린 1,2층은 그 단지 내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부동산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단지가 녹색단지로서 단지가 찻길과 멀리 떨어져 있고 지상에 차가 없으며 정원조망이 훌륭한 아파트 1층과 2층은 오히려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타워형 아파트의 양 날개 중 조망 없고 그늘진 곳>
또 요즘은 타워형 아파트를 많이 짓고 있더군요. 1호에서 4호 라인을 세우기도 하고 6호 라인을 세우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으려면 1호 라인은 동향으로 방향을 정해야 하고, 반대로 끝 라인인 4호나 6호 라인은 서향으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동간 거리가 아주 넓으면 일조량에 지장이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완전 동향과 서향은 앞 건물이 가리게 돼 있어 단지 중간에 들어있는 동은 일조량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됩니다. 동향은 일조량이 짧아서 문제가 있고 서향은 일조량이 너무 많아 집안이 건조해 지게 되는 것입니다. 매수를 하거나 분양을 받을 때에는 이런 점도 눈여겨봐야 할 일입니다.
<역세권을 빙자한 비역세권>
역세권이란 집에서 역까지 담배 한대 참에 갈만한 거리를 말하는 것인데 분양 때 보면 2키로가 떨어졌어도 역세권이라 하더군요. 운동 겸해서 걷는 건 좋지만 더운 날이나 추운 날엔 고통이 따르게 되고 비오는 날엔 비상금으로 우산을 사기도 하지요. 어떤 때는 모든 가족들이 우산을 사는 바람에 금방 열 개가 돼 버리기도 할 겁니다.
대부분 이런 아파트나 빌라는 주거지역에 들어있기도 하고 허허 벌판에 덜렁 자리를 잡기도 해서 걷자니 멀고 타자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요. 이런 곳은 상권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장을 보는 부녀자들의 애로가 크게 되어 부동산 시세는 봄이 와도 꽃은 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장래 신도시를 겨냥한 나 홀로 아파트 등>
신도시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외곽지역 분양을 보면 모두 무슨 신도시가 들어오거나 그 옆이라는 광고를 하더군요. 옆으로 무슨 고속도로가 생기고 전철도 올 수 있다는 내용들이 가득해서 나도 모르겠다, 하고 분양계약서에 도장 찍지만 입주 때 보면 신도시는커녕 차도도 제대로 되지 않음이 보통일 겁니다.
그런 곳은 단지 내 상가에 달랑 슈퍼 하나만 있던가요. 변변한 음식점도 없어서 한 번 집에 들어가면 나올 길이 없게 되고 밤에 몸이 아파 급히 119 구급차를 부르게 되면 어딘지 몰라서 묻고 또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대부분 10여 년 동안 신도시나 고속도로 기다리다 본전에 팔고 나오게 될 겁니다.
<기존 주택가나 빌라 촌에 달랑 한 동>
주택이 지어지는 경로를 보면 옛날에는 단독주택이 지어졌고, 그 부근에 연립이나 빌라가 들어서게 되었지요. 또 단독주택이 헐리게 되면 그 자리에 빌라나 다가구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속에 아파트 한 동이 달랑 서 있는 곳이 있던가요. 불과 몇 십 세대로 말입니다.
나 홀로 독야청청인데 부동산이 폭등할 때에는 그런 아파트도 값은 오릅니다. 그러나 거래가 없기 때문에 항시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지요. 전세나 월세수요는 있지만 상승의 폭이 전혀 없어 재테크수단으로는 영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첫 집 마련하시는 분들이 편리성만 생각하고 전문가들에게 꼭 이런 주택을 지적하면서 어떤가요? 라는 질문을 하더이다.
<부실시공 아파트나 빌라>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는 비가 새는 주택도 있고 곰팡이가 이곳저곳 피어나는 곳도 있으며 문짝은 비틀어 져서 여닫지도 않은 집들도 있습니다. 그런 하자를 모르거나 숨긴 체 계약을 했다가 나중에 시비가 일어나는 주택들이 심심찮게 있더군요. 그런 주택들은 거의 오래전에 사기업들이 적당히 지어버린 주택들이 많습니다.
말만 무성했던 재개발은 수년 전부터 있어왔고 도장만 수 없이 받아갈 뿐 오리무중인 체 어제도 오늘도 팔아야 할까요? 기다려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하지만 뾰쪽한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습니다. 재수 좋아 재개발을 한다 해도 추가부담금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계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고 썩 좋은 장래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시늉만 내는 아파트나 빌라 등>
현장방문을 하거나 분양평가를 하면서 자주 봐 온 일입니다마는 분양가를 의식한 나머지 규격미달로 짓고 있거나 지어놓은 주택을 많이 봤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지하가 2층으로 돼 있는데 건축비를 아끼기 위하여 지하를 1층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인테리어를 시늉만 내는 주택들이 의외로 많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브랜드가 좋다 해도 이런 주택들은 시세가 뜨지 않습니다. 근래 분양하는 아파트가 지상에 차 가득하고 지하 1층으로 돼 있으며 인테리어가 엉성하다면 차후 시세 상승에서 불리하다는 말씀에 이해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품질의 시대가 오고 있음도 유념하셔야 하겠네요.
<ㄷ자형 단지와 ㅁ자형 단지>
단지 건물들이 ㄷ자형이나 ㅁ자형으로 세워진 아파트단지는 건폐율과 용적률이 낮아 동간 거리가 50미터에 훨씬 못 미치게 되더군요. 빌라는 층고가 낮기 때문에 동간거리를 논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조밀한 단지들은 대부분 시세가 뜨지 않음이 보통입니다.
이런 단지들이 있는 곳은 대부분 입지는 괜찮습니다. 좁은 땅에 세대수를 많이 넣으려다 보니 바람이 통할 구멍도 없이 지었다고 생각 됩니다만 거주하기에 답답하고 이동에 불편함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할 것입니다. 어느 아파트 단지에 들어갔다가 차를 돌리지 못해 애를 태운 일이 있었습니다.
<결어>
돈 많이 주고 사는 부동산이 좋은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부동산은 수억 원의 고가이기 때문에 살 때는 팔 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자신의 형편과 용도에 적합한지를 세밀히 따져서 구입을 해야 하겠지요.
파는 사람이나 소개하는 사람이 이 물건 나쁘다고 하던가요. 부동산은 세월과 인프레를 동반하면서 스스로 그 몸무게를 불려가는 것이라고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사람과 부동산은 건강해야 하겠군요. 어딘지 허약함이 있는 것 보다는 체질적으로 건강한 부동산을 골라 매수해야 되고 이를 보유해야 할 것입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윤정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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