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한달] 부동산시장도 `꽁꽁`
이자 부담 눈덩이…건설사는 부도 직면
지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를 10억 원에 구입한 이모(47)씨는 요즘 집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은행 돈 빌려 어렵게 구입한 집인데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최근 매매호가가 9억 원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은행 금리는 날로 치솟아 대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6.8% 수준이던 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 7.8%로 1%포인트 상승하면서 연간 이자 부담도 2천7천20만 원에서 3천120만 원으로 400만 원 증가했다.
이씨는 "마냥 오를 것 같던 집값은 1억 원 넘게 빠졌는데 시세차익은커녕 이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최근 금융시장 분위기로 볼 때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이자 폭탄'은 현실화되는 게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건설, 부동산 시장에도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주택시장 특성상 경제위기감은 소비자들의 주택구매 심리를 꺾으면서 거래 시장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운명도 풍전등화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분양이 쌓이자 자금난이 심화된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부도 위기에 놓여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지속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주택거래 '꽁꽁'…대출이자도 못낸다
지난달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주택시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9월 이후 이달 현재까지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0.28% 떨어졌다.
이 가운데 중대형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송파(-0.71%), 강남(-0.56%), 서초(-0.39%), 양천(-0.58%), 용인(-0.88%), 분당(-0.86%), 평촌(-0.43%) 등 '버블세븐' 아파트값은 일제히 평균 이하로 하락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제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잇따른 활성화 대책에도 시장은 미동도 않은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9월 이후에는 소형으로 약세가 확산되면서 지난달 서울지역 66㎡(20평형대) 이하 아파트값은 0.2%, 69-99㎡(21-30평형)은 0.07% 떨어지며 올해 들어 월평균 기준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
거래 침체로 아파트값은 심리적 지지선마저 무너졌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105-109㎡(32-33평형)는 심리적 가격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6억 원이 붕괴됐고, 강남권의 10억-12억 원을 호가하던 매물도 9억 원대로 주저앉았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에서 가격을 더 낮춘 '급급매물'에도 매수자들이 달려들지 않아 흥정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불황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1-2년 전 호황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최근 금리가 오르며 대출이자 부담에 속이 타들어간다.
서초구 반포동에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한 김모(45)씨는 "집값은 오를 기미가 안 보이고 이자 부담만 늘고 있어 집을 팔려고 하는데 살 사람이 없다"며 "넉 놓고 앉아서 집값 떨어지는 것만 지켜봐야 하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 미분양 사상 최대…건설사 '부도 공포' 확산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업계는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있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현재 16만 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건설사들의 유동성(자금 조달)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의 사업장 가운데는 미분양 때문에 공사대금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현장도 속출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아파트의 공사가 공정보다 15% 이상 지연되고 있거나 멈춘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4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는 한 달 전 2만4천여 가구에 비해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금융위기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은행권은 대.중.소 업체를 가리지 않고 신규 사업에 대한 PF 대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고, 은행에서 돈을 못 빌린 업체들은 이자 부담이 높은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기관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택사업에만 전적으로 매달려온 중소 건설사들은 부도 공포에 떨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총 251개 업체가 부도를 내 지난해 같은 기간 170개 사에 비해 47.6%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금융시장에는 중견 건설사인 S사, W사 등이 1차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막았다는 소문이 돌아 당국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시장에는 이미 몇몇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미분양 대책 등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면 연말을 못 넘기는 건설사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추가대책 검토중
정부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건설사들 지원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건설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활성화하고, 기존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금융지원 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는 그동안 금융권이 신규 PF자금 대출을 중단했고, 기존 대출금 만기 연장이 어려워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수차례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해왔다.
정부는 또 분양받은 공공택지를 토지공사 등 사업시행자가 되사주거나 전매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공공택지 등 사업부지에 돈이 묶여 자금이 돌지 않는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담보대출 부실화 등의 우려를 감안해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수요자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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