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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악착같이 살자구요

복돌이-박 창 훈 2008. 10. 7. 08:50

악착같이 살자구요
불황은 도둑 중에서도 상도둑이랍니다. 이 도둑이 한 번 떴다 하면 그 피해가 실로 막심하거든요. 아무 예고 없이 귀신 처럼 나타나 나라 곳간을 절단내고 서민들 살림을 거덜내니까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도둑, 불황이 활개를 치자 주변이 온통 "다 털렸다"는 아우성으로 가득합니다. 펀드가 반토막 나고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이자와 물가가 치솟으니 그렇습니다. 자산은 줄어들고 쓸 돈이 없으니 정말 죽을 맛이지요. 키코인가 뭔가 도통 이해하기도 힘든 환헤지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치솟는 환율로 흑자도산 직전에 몰려있고, 세계 불황의 여파로 우리의 수출적자는 늘어만 간답니다. IMF 때도 지금 보단 나았다니 말 다한 거지요.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사회 전체가 집단적인 우울증과 히스테리 현상을 보일까봐 걱정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 사회가, 한 개인이 경제적인 한계에 봉착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요. 사회는 무기력해지고 구성원들이 절망하기 때문이지요. 대상을 찾지 못한 원망이 곳곳에서 가학과 자학의 형태로 솟구칠 수도 있습니다. 경제불황의 시기에 범죄와 자살률이 증가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정말 무서운 건 불황의 습격이 아니라, 절망과 무기력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악착을 떨어야 합니다. IMF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 생각납니다. 사실 당시 모았던 금이 경제회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으면 얼마나 됐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나야겠다는 '악착'이 우리를 살린 건 틀림없습니다.

최진실씨의 급작스러운 자살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성공한 연예인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가 자살을 결심했다면 충분하고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테지요. 아마도 세상이 그녀를 많이 힘들고 외롭게 한 게 원인일듯 합니다. 그래도 아쉽네요. 이 어려운 시기에, 본인도 많이 힘들었겠지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선희와 같이 악착을 떨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오래오래 보여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얼마전 경인일보에 한통의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군포소방서 강경원 소방장이 500여 켤레의 아동화를 기증하겠다는 편지였지요. 맞벌이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재고 상품을 반품하지 않고 조금씩 모아둔 500여켤레의 신발이랍니다. 신발없이 뛰노는 동남아나 아프리카 쪽 아이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네요. 이런 인정이 드물지 않기에 세상은 살맛나는 겁니다. 이런 인정이 있기에 살아가려 악착을 떨 힘이 생기는 겁니다. 독자 여러분. 우리 악착 같이 살아가자구요.

/경인플러스 부장

출처 : 동북아의허브-인천-
글쓴이 : 복돌이(박창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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