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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청약제도부터 개선하라

복돌이-박 창 훈 2008. 5. 19. 10:29

규제완화, 청약제도부터 개선하라

 

뉴타운 봄바람 여파로 반짝 장세를 보였던 신규 분양시장이 재차 가라앉고 있다. 분당신도시가 분양되기 시작한 지난 89년 이래 ‘미분양’이라는 최악의 분양 상황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용인권까지도 분양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대형은 예외로 치더라도 심지어 30평형대까지도 미분양장세에서 허덕이고 있을 정도다. 97년 외환위기에서도 선두적으로 버텨온 용인권 분양시장 참패(?)는 시사하는 바 크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 늪이 단기적으로 더욱 깊어지면서 미분양은 13만가구 수준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 준공에도 불구하고 입주를 하지 않아 빈집으로 남아 있는 소위 ‘준공 후 미분양’이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급증, 주택건설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시장 정상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이질적 목표에서 고민하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한 규제 완화의 기대감마저 무너질 경우 주택재고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는 주택공급체계의 틀을 무너뜨리고 주택건설업계의 사업 의욕을 떨어뜨려 추후 반복적 수급 및 시장불안의 원인이 된다.

거창한 규제 완화보다 당장 주택공급, 청약 관련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순위권 ‘0’청약이 속출하면서 계약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그야말로 심각한 미분양장세 속에서도 겉치레적인 청약절차는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계륵(鷄肋)이다.

우선 은행의 청약전산망 의무화부터 문제다. 분양업체마다 청약일정을 잡는데 번거로움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의 다른 일정이나 공휴일 등 휴일이 생기면 청약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 하루 걸러 꼬박 꼬박 1, 2, 3순위를 지켜가며 청약을 받아야 한다. 갈 길이 바쁜데 통과해야 할 절차가 늘어져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당첨자 발표 이후 규제는 재차 발목을 잡는다. 가점제가 적용된 후 부적격 당첨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고등 수학 정도를 마스터해야 각자 개인이 점수를 산정,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적격 당첨자를 확인하고 가려내는 작업은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다.

분양업체는 금융결제원에서 통보해준 2주택자는 물론 모든 당첨자를 대상으로 가점 산정 등을 검토,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소명 자료를 받아야 한다. 재차 10일 동안이나 소요해 가면서 서류를 검토, 계약을 해야 한다.

이후에도 대량 미분양 속에서 규제로 인한 고난은 계속된다.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미분양 주택을 다시 마케팅하게 되는데 이때도 코미디 같은 일이 반복된다. 미분양 물량이 예비당첨자 수를 수배 정도 넘어서는데도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반드시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500가구 분양물량에 계약률이 고작 10% 선에 불과해 450가구가 미분양인데도 100명(예비당첨자 20%)의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재차 의무적으로 당첨을 고지하고 계약 절차를 밟는 의미없는 일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법적ㆍ제도적 절차를 완료하고 선착순 미분양 마케팅을 벌이는 데까지 꼬박 40~50일 이상이 걸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현실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금융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가 겉치레적인 통과 절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청약 접수를 하는 은행에서 가점을 자동 산출해 부적격자를 가려주는 시스템 구축과 부적격자 소명기간 단축, 계약률이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예비당첨자를 선착순에 포함시키는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소득이 없는 자산가는 아예 대출이 되지 않아 주택분양에서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나 웬만한 주택이면 6억원이 넘고 있는 상황에서 6억원대로 묶여 있는 DTI 규제 등도 재고해 봐야 한다. 눈을 돌려 현장을 바라보면 실질적이면서도 사소한 규제완화 대상이 부지기수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