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점유자는 현행법상 등기청구권만 인정"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부동산을 오래 점유한 사람이 원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등기도 안 된 땅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법은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의사를 갖고 20년 간 점유한 경우 등기하면 소유권 취득을 인정하는 `취득시효' 제도를 두고 있다.
법은 일정 상태가 오래 지속된 경우 그 상태를 존중해 법적으로 정당화할 권리를 주는 각종 시효 제도를 두고 있지만 최소한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면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김모(2004년 사망)씨는 1973년 울산에서 220㎡의 땅과 목조주택을 사들여 거주했다.
땅은 등기가 안 된 상태였고 옛 토지대장에는 1912년께 윤모씨가 국가로부터 받았다고 적혀 있었지만 인적사항은 기록이 없었다.
김씨가 숨진 뒤 아내 정모씨는 민법상 정해진 기간(취득시효)이 돼 땅 소유권이 생겼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정씨는 소유자 윤씨나 상속인의 소재ㆍ생사를 알 수 없어 국가에 대해 소송을 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민법상 20년 간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돼 있으므로 정씨는 소유자에 대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고, 소유자를 특정할 수 없어도 국가에 바로 소유권 확인을 요구할 수 없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은 "등기가 안 돼 있고, 소유자의 소재ㆍ생사를 파악하기 힘든 사정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취득시효의 완성만으로 소유권 취득 효력이 바로 생기는 게 아니다. 소유권 취득을 위한 등기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항소심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