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본격 하락" 전문가들이 꼽은 위험 지역은
[땅집고] “부동산 시장에서 조정 장세가 상당히 길어질 수 있습니다. 조정 폭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으니 당분간은 투자에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부동산 하락기에도 전략은 있어야 합니다. 내 집 마련에 가용한 모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나에게 맞는 최선의 대안을 실행하세요.”(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지난 19일 열린 ‘2022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와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빅데이터로 알아보는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과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론에 나섰다. 두 전문가는 하반기 시장 예측과 함께 하락 위험 지역을 소개하고, 부동산 수요자들의 신중한 결정을 신신당부했다.
김 대표와 함 랩장은 공통적으로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로 금리 인상을 꼽았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모두 7차례 금리를 올려 연 2.50%까지 끌어올렸다. 올해만 4·5·7월에 이어 이달까지 한해 4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은 한은 역사상 처음이다.
김 대표는 “역대급 고물가와 금리인상으로 주택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라며 “집값은 향후 최대 20~4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함 랩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 동시에 구매수요도 위축되는 현상이 연내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 “하반기 하락장 온다”…피해야 할 위험지역은 어디?
김 대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격 하락 위험에 취약한 지역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경우 대세 하락장에 들어서면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에 위치한 ▲한보미도맨션 1·2차 ▲은마아파트 ▲선경1·2차 아파트 ▲개포주공 6단지를 지목했다.
전국 단위에서는 어느 지역이 가장 하락 위험에 취약할까. 데이터노우즈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 시세 대비 매매가격이 서울은 대비 27%, 세종의 경우 34.5%로 나타나 전국에서 가장 고평가된 지역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 모두 매도세는 늘고 매수세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경제 충격이 온다면 세종·대구·인천 모두 대세 하락장에 들어설 것"이라며 "서울·경기 지역 역시 올해 가을이나 내년 초중반이 되면 시장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하반기 입주 물량이 늘어난 일부 지역에선 이른바 역전세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전세난을 조심해야 하는 지역은 인천과 대구"라며 "인천 송도든, 대구 수성구든 데이터상으로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매서운 하락이 올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세가가 매매가율의 60% 이상인 곳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현재도 고점 대비 30% 정도가 빠지는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어 매수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전문가는 하반기에 하락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함 랩장은 “적어도 연내에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하락거래의 비율이 늘어나는 등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가격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이 기간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흔히 생각하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만큼의 충격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내 집 마련 시기, 언제가 좋을까”
내 집 마련에 있어서는 두 전문가 모두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솔루션은 달랐다. 김 대표는 “현재는 상승과 하락이 뒤섞인 변곡점이지만, 대세 하락장에 진입하면 내 집 마련은 늦춰야 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사 결정은 앞으로 2년 정도 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현재 전국 상당수 지역 아파트 가격이 본질 가치보다 과도하게 비싸다"고 조언했다.
함 랩장은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조심스럽게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다만 주택 시장의 격언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락기때 집을 사야한다’는 것임을 잊지말라”고 강조했다. 함 랩장은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를 포함해 무주택자, 생애최초구입자 등 세 부류는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의 기간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2023년 6월)이 다가오는 내년 3월경에는 입주 5년이하 역세권 신축 등 가격이 조정된 급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꼭 집을 사야하는 상황이라면 내 집 마련에 있어 가용한 모든 방안을 미리 꼼꼼하게 점검한 뒤 자산 포트폴리오를 계획하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정책 이슈와 금리 추이 등을 면밀히 따지고, 본인 보유 자산에 따른 내 집 마련의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진 뒤 실행에 옮기라는 설명이다. 함 랩장은 “1주택자라면 보유한 자산 유형과 투자 목적 등에 따라 자신이 해당 매물을 보유할지, 증여해야 할지, 상급지로 갈아타야 할지를 정하라”며 “무주택자라면 청약이나 급매, 경매 등 선택지를 다방면으로 열어놓고 내 집 마련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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